▲ 미국 패션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기업의 67%가 향후 2년 내 중국에서의 생산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출처= betterwork.org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핸드백 등 글로벌 패션회사들이 제조공장이었던 중국시장에서 동남아시아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지금까지 핸드백 등 패션용품의 대부분이 '메이드인 차이나'였지만 이같은 생산거점 이전으로 '메이드인 캄보디아' 등의 제품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패션 회사들의 생산거점 이전은 무역전쟁이 일어나기전부터 구체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인건비가 급등하고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이미 시작된 글로벌 패션업체들의 생산기지 이전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으로 중국산 패션제품에 대한 관세가 크게 인상되면서, 공급 체인 다각화 전략과 맞물려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신발 브랜드인 스티븐 매든(Steven Madden Ltd.)과 유명 핸드백 브랜드인 태피스트리(Tapestry Inc., 舊 Coach Inc.) 같은 글로벌 패션 업체들에게 캄보디아나 베트남 같은 국가들이 그 어느 때 보다 매력적인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의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지만, 아직 캄보디아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여전히 관세가 없다.

미국의류신발협회(American Apparel & Footwear Association) 스티브 라마르 부회장은 "생산 거점에 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관세에 관한 미중간의 전쟁 발언이 기업들에게 '큰 불안감'을 불러 일으켰고 기업들은 제품 소싱을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얼마나 빠르게 바꿀 수 있을지를 가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패션산업협회(U.S. Fashion Industry Association)가 지난 7월 패션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대부분이 그동안 중국으로부터 제품을 조달했지만 이들 중 67%는 향후 2년 내 중국에서의 생산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패션 업계의 가장 큰 도전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 캄보디아는 의류 수출이 전체 수출의 64%를 차지한다.    출처= betterwork.org  

생산 거점 이전 시작됐다

스티븐 매든의 에드워드 로젠펠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말 실적발표회에서 회사의 핸드백 제품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캄보디아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신발과 다양한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올해 핸드백 생산의 15%를 캄보디아에서 조달할 계획이고 2019년에는 물량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그는 "많은 회사들이 이제 막 생산 거점을 이전하려 하고 있지만, 우리는 3년 전부터 이전을 해왔다.”면서 “이제 우리의 핸드백 생산 거점은 캄보디아이며, 앞으로도 캄보디아 생산 비중을 계속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치(Coach) 브랜드와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 브랜드 같은 고급 핸드백을 생산하는 태피스트리도 비슷한 전략을 채택했다. 이 회사도 그 동안 베트남 생산물량을 대폭 늘려와, 현재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전체의 5% 미만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 다른 핸드백 제조업체인 베라 브래들리(Vera Bradley)도 지난 해 12월에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캄보디아와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캄보디아·베트남의 투자 유인 정책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투자자문회사 이머징 마켓 컨설팅(Emerging Markets Consulting)의 캄보디아 지점장 매트 반 루스말렌은 "캄보디아는 면세 기간(tax holiday) 같은 아주 실효성 있는 투자 유인 정책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관세 면제가 지속되는 한, 캄보디아는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투자하기 위해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생산 거점 이전은 중국에 바로 영향을 미쳤다. 프라다 SpA(Prada SpA)와 게스(Guess) 브랜드 신발을 중국에서 대행 생산하는 홍콩의 스텔라 인터내셔널 홀딩스(Stella International Holdings Ltd.)는 중국과 미국이 무역에 관한 협박성 말대포를 주고받으면서 재고 수준이 2009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와 반대로 캄보디아 중앙은행(National Bank of Cambodia)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신발 수출은 2017년 25% 증가했고, 의류 수출은 8% 증가했다.

베트남도 최근 수 년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가 물밀듯 몰려오는 나라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의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로, 쌀과 커피 등 농산물 수출국이었던 베트남이 동남아 제조 허브로 변신하고 있다.

하노이의 미국 상공회의소 아담 시트코프 전무는 "베트남은 낮은 물가 상승, 안정적인 통화, 정치적 안정성 등 모든 것이 외국인 투자 유치를 돕고 있다. 베트남에는 자전거에서부터 오토바이, BMW를 타고 거리를 누비는 인구가 9500만 명이나 되는 기회의 나라."라며 베트남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중국과 미국 간 무역 긴장이 고조되기 전에도, 캄보디아는 저소득 국가 개발 지원 차원의 미 연방정부 저개발국 관세감면 프로그램(Generalized System of Preferences, GSP)의 대상국으로, 핸드백, 여행 가방, 지갑과 같은 제품에 대해 면세 특권을 누려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 프로그램의 자격 요건에 대한 광범위한 재검토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는 유지되고 있다.

캄보디아의 또 다른 투자 이점은 임금 측면에서 급등하고 있는 중국과 비교해 훨씬 낮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의 추정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인건비는 중국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 캄보디아의 인프라는 중국에 비해 크게 낙후되어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인프라는 이웃인 베트남과 라오스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137개국 중 106위에 올라 있다.    출처= cambodiadaily.com

중국 탈피, 쉽지만은 않아

미국 의류신발협회 라마르 부회장은 "그러나 불행히도 중국에서 벗어나 캄보디아 등으로 이전하는 것이 지금 현실로는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가지 이유는, 캄보디아가 중국보다 인건비가 낮다고 해서 반드시 생산의 효율성이 중국보다 높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캄보디아의 생산성은 중국에 비해 크게 낮아서 정교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어렵다. 캄보디아 현지 공장 관리자들은 캄보디아 노동자의 평균 노동 생산성은 중국 노동자의 50~60% 수준이라고 귀뜸했다.

또 다른 이유는, 캄보디아의 인프라가 중국에 비해 크게 낙후되어 있다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 (World Economic Forum)의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Global Competitiveness Report)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인프라는 이웃인 베트남과 라오스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137개국 중 106위에 올라 있다.

라마르 부회장은 이런 낙후된 인프라 때문에 해외로 상품을 수출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정(政情) 불안도 해결돼야

캄보디아의 정정 불안도 외국인 투자가에게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미국 정부는 최근 캄보디아 여당이 국회 125석 전석을 차지한 지난 7월 캄보디아 총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토미 우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이 무역에서 다시 화해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고려 중인 저개발국 관세감면 프로그램이 철회된다면(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의류 수출이 전체 수출의 64%를 차지하는 캄보디아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 옥시덴탈 칼리지(Occidental College) 외교 및 세계문제 교수인 소팔 이어는 "정치적 분쟁이 진정될 때까지는 캄보디아에 생산 시설을 확장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