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유플러스가 21일 중저가 요금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통신3사의 요금 개편이 마무리 절차에 돌입했다. 통신3사 모두 고위 요금제는 물론 보편 요금제에 준하는 요금제를 출시한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한 실제 보편 요금제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LG유플러스도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했다. 출처=LG유플러스

통신3사 요금제 개편 완료

통신사들은 올해 초까지 단말기 완전 자급제 카드까지 던지며 어떻게든 보편 요금제만은 막겠다는 기류가 강했으나, 정부 주도의 보편 요금제가 윤곽을 드러내자 한 발 앞서 사실상의 보편 요금제를 출시하고 있다.

몇 번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출범했으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통신사들은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이 더욱 심해지자 단말기 자급제 카드를 꺼내며 진화에 나섰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단말기 자급제를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보편 요금제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일종의 차악을 택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보편 요금제가 기어이 국회로 넘어가자 통신사들은 전체 요금제를 개편하며 일종의 맞불을 놓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이 꺼내든 카드는 T플랜이다. T플랜 5대 요금제가 지난달 18일 공개된 가운데 스몰, 미디엄, 라지, 패밀리, 데이터 인피니티 요금제로 구성됐다. 스몰 요금제는 월 3만3000원에 1.2GB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월 2만원에 1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보편 요금제와 유사하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가 국회에 계류된 상태에서 통신사가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섰다는 말이 나온다.

▲ SK텔레콤의 T플랜이 보인다. 출처=SK텔레콤

미디엄 요금제는 월 5만원에 데이터는 4GB다. 라지 요금제는 월 6만9000원에 100GB 데이터를 제공한다. 미디엄 요금제 이하 요금제에 최대 400kbps 속도제어가 걸렸고 월 1만9000원을 더 내면 10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라지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활용이 많은 층을 라지 요금제로 묶으려는 전략을 구사한 뉘앙스다. 패밀리 요금제는 월 7만9000원에 150GB 데이터를 제공한다. 인피티니 요금제는 월 10만원에 데이터 완전 무제한이다.

SK텔레콤의 T플랜은 LG유플러스가 2월에 촉발시킨 진정한 무제한 요금제를 아우르는 상위 요금제 개편과 더불어, 스몰을 중심으로 보편 요금제에 준하는 요금제까지 보인다. 시장 분위기는 좋다. 출시 한 달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가족 결합으로 데이터 공유를 선택한 고객 중 98%가 스몰, 미디엄에 몰렸다.

KT는 지난 5월 데이터ON 요금제를 출시했다. 3종 요금제가 핵심이다. 기존 데이터 선택 요금제와 똑같이 유무선 음성통화와 문자는 기본 제공하며 데이터 무제한도 지원하지만, 일부 요금제는 속도 제한을 걸었다. 데이터ON 톡은 월정액 4만9000원에 매월 기본 데이터를 3GB 제공한다. 데이터ON 비디오는 월정액 6만9000원에 기존 요금제에 비해 제공 데이터를 대폭 늘려 매월 100GB를 제공한다. 데이터ON 프리미엄은 고가 요금제다. 월 8만9000원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속도제한도 없다.

데이터ON 요금제는 출시 두 달만에 1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상위 요금제부터 중하위 요금제 전반의 개편을 통해 고객 수요를 흡수했다는 평가다.

지난 2월 진정한 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상위 요금제 개편을 알린 LG유플러스는 21일 전체 요금제 개편에도 돌입했다. 걱정없는 데이터 요금제 5종과 월정액 3만원대 저가 데이터 요금제 1종 등 총 6종의 요금제를 공개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PS부문장은 “이번 데이터 요금상품은 요금경쟁 리더십 확보 차원에서 수개월간 고민해 준비한 상품”이라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요금제를 지속 출시해 ‘LG유플러스하면 데이터 걱정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회사’라는 인식을 고객에게 심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속도 용량 걱정없는 데이터 88까지 더해 총 6종의 걱정없는 데이터 요금제 라인업 구성을 마쳤다는 설명이다.

78 요금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월정액 7만8000원에 음성 문자 속도제한 없는 데이터 무제한 이용은 물론 영화, 음악 등 1만5000원 상당의 콘텐츠까지 즐길 수 있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다. 데이터 주고받기, 쉐어링, 테더링용 나눠쓰기 데이터도 매월 별도로 15GB 제공한다. 88 요금제에서 1만원 요금을 낮추면서 데이터 쉐어 기능을 뺐다.

69 요금제는 월정액 6만9000원에 매일 5GB씩 월 최대 155GB(31일 기준)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기본 제공 데이터를 초과하더라도 HD급 고화질 영상을 볼 수 있는 5Mbps 속도로 데이터를 계속 쓸 수 있다. 59 요금제는 월정액 5만9000원, 49 요금제는 월정액 4만9000원이다. 각각 6.6GB와 3GB의 데이터를 기본 제공하며, 데이터 소진 후에는 1Mbps(SD급 화질) 속도로 서비스를 지속 이용할 수 있는 절약형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다. 59 요금제는 해비 유저와 소량 데이터 이용자 사이층 고객들에게 통신비 부담을 줄이면서 자신의 데이터 이용패턴을 유지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44 요금제는 무제한 요금제 중 최저가다. 월정액 4만 4000원에 데이터 2.3GB를 기본 제공하고 데이터 소진 후에는 400Kbps 속도로 카카오톡, 이메일 등의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

걱정없는 데이터 요금제가 무제한 요금제에 방점이 찍혔다면, LTE 데이터 33은 월정액 3만3000원에 유무선 음성통화 및 문자를 기본 제공하고 매월 1.3GB의 데이터와 110분의 부가 통화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가장 먼저 출시한 장점을 살려 그 동안 고객 데이터 사용패턴 분석과 함께 현장의 다양한 고객 의견을 수렴한 정보를 모아 신규 요금제 설계에 적극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개편하며 선택의 폭을 늘리는 한편, 가입자 대비 많은 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데이터 제공량을 늘린 대목이 눈길을 끈다.

▲ KT의 데이터ON 요금제가 소개되고 있다. 출처=KT

보편 요금제 동력 상실...의외의 성과?

SK텔레콤과 KT에 이어 LG유플러스도 전체 요금제를 개편하며 통신3사의 전열 재정비가 끝났다.

업계의 관심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편 요금제 성장 동력이다. LG유플러스의 새로운 요금제는 무제한 요금제의 세분화, 데이터 제공량 확대에 방점이 찍히며 보편 요금제에 준하는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최소한의 구색은 갖췄다는 평가다. SK텔레콤과 KT는 명확하게 보편 요금제 출시를 겨냥했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 요금제의 명분은 크게 후퇴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민간의 영역인 통신시장에 과도하게 진출해 잡음을 일으켰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정부가 보편 요금제를 추진하지 않았으면 통신3사들이 실제 '액션'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국회에 계류된 보편 요금제가 시장에 안착할 동력은 상실하고 있으나, 통신3사의 요금제 개편을 끌어낸 동력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나름의 소임은 마쳤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