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한국의 31개 민간 대기업 그룹의 시설투자· 수출 기여도가 전체 수출의 3분의 2에 이르고, 연구개발(R&D) 투자, 기부금 기여 비중은 전체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도 이들 대기업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수익률도 부동산이나 채권투자보다 높아 국민 재산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9일 ‘대기업 그룹 경제 기여도 분석’ 조사 결과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국내 31개 대기업의 경제 기여도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라고 불리는 31대 민간 대기업 그룹의 수출이 전체(국민계정상 재화와 서비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66.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는 494조원을 차지했다.

과거 3년간 추이를 분석해 보면 31개 대기업 그룹의 수출비중은 62%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대기업(중소기업 제외)이 차지하는 비중이 71.4%임을 고려할 때, 31대 대기업 그룹이 우리나라 수출을 선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 31개 국내 대기업의 최근 3년간 수출액수와 비중 추이. 출처=한국경제연구원

시설투자도 지난해 전체 투자의 71.4% 차지

31개 민간 대기업 그룹의 시설투자 비중은 지난해 전체 189조 8000억원(산업은행 발표 기준)의 71.4%인 135조 5000억원으로 전체 투자를 선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4년 87조 2000억원(비중 48.7%)대비 지난해 55.4% 투자가 증가 하면서 지난해 경제성장률 3.1% 달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기부금 규모는 2016년 기준 2조 4000억원으로 기업전체 기부금 4조 6000억원의 51.4%를 기록했다. 이는 금액 면에서 2014년(2조 1000억원) 대비 3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비중 면에서도 2014년 대비 9.2%p 높아졌다.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24조 5000억원으로 전체 민간 R&D 규모 54조원의 45.5%를 기록해 2014년 대비 금액 면에서 9000억원, 비중 면에서는 5.6%p 각각 감소했다. 이는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의 R&D 투자공제율이 2014년 11.1%에서 2016년 3.9%로 급감한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 대기업 그룹 증시기여 비중 추이. 출처=한국경제연구원

지난해 말 기준 31개 민간 대기업 그룹 소속 186개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1127조 2000억원으로 전체(1893조 9000억원)의 59.5%를 차지했다. 주식시장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8.8%로 부동산 연평균 투자수익률 3.7%, 채권투자 연평균 수익률 4.9%보다 높았다.

증권시장에서의 개인투자자 비중(매수대금 비중)이 60% 내외임을 감안하면, 대기업 그룹의 성장이 국민의 재산형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기업(중소기업 제외) 전체 시가총액 비중은 90.4%이고, 중소기업 전체 시가총액 비중은 7.7%이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대기업 그룹이 국가의 경제발전을 선도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 규모별로 차등 적용하는 규제정책을 재검토하고 모든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