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 업계의 지각변동이 빨라지고 있다. 일종의 합종연횡을 통한 세 불리기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인공지능 기업들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 업계의 신호탄은 시리를 내세운 애플이 쏘아올렸다. 그러나 시리의 기술력이 생각보다 낮다는 혹평이 이어졌으며, 그 틈을 노려 이커머스의 아마존과 포털의 구글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알렉사의 아마존이 구글 어시스턴트의 구글보다 빨랐다. 인공지능 스피커 기준으로 봐도 아마존의 에코는 구글홈보다 먼저 시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각자도생으로 가는 듯하던 인공지능 경쟁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연합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9월 알렉사와 코타나를 연동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최근에는 아예 통합하는 결단을 내렸다. 인공지능 시장을 선점한 아마존이 구글의 강력한 추격에 주춤하던 순간 벌어진 합종연횡이다.

두 회사의 인공지능이 통합되면 관련 생태계는 크게 넓어진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MS는 PC 문서를 중심으로 하는 오피스 365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다. 아마존이 알렉사 에브리웨어를 통해 MS의 생태계까지 포함하면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전략을 더욱 두텁게 만들 수 있으며, MS는 최근의 오픈 생태계 전략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 두 회사의 접점이 별로 없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이용자 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인공지능 업계의 합종연횡이 빨라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국내 인공지능 업계도 합종연횡을 염두에 둔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LG전자의 행보가 가장 빠르다. LG전자는 이미 구글, 아마존과 협력하는 한편 클로바를 내세운 네이버와 손잡고 오픈 생태계를 꾸리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2.0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력을 가다듬는 한편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나, 갤럭시홈 스피커를 통해 중심을 잡는 한편 카카오 등과 연합해 길을 찾는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LG와 협력하며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카카오는 메신저 등을 통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SK텔레콤과 KT도 인공지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누구는 인공지능 스피커와 내비게이션 등을 아우르는 광폭행보를, KT의 기가지니는 IPTV의 강점으로 멀티미디어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시장의 재편도 중요하지만 플랫폼 종속성은 피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합종연횡은 초기 대등한 관계를 약속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먹어버릴 수 있다”면서 “오픈 생태계와 독자 생태계를 적절히 구사하며 기회를 엿보는 한편, 국내 기업들로부터 인공지능 생태계 전반을 아우를 확실한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