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러시아와 중국해군이 초음속 장거리 대함 미사일을 장비하고 서태평양 진출을 서두르자 미국도 대응에 나섰다. 사거리가 진 대함미사일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미해군은 사거리 120~250km에 음속을 조금 밑도는 아음속의 하푼 함대함 미사일만 보유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사거리 500km에 마하 3을 웃도는 초음속 대함 장거리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다. 펀치력은 물론 리치 싸움에서 미군은 열세다. 1990년대 냉전종식 후 함대지 공격에만 익숙해져 대함미사일 개발을 소홀히 한 결과다. 그러나 미군은 항상 연구개발을 하고 기존 무기를 개량해온 만큼 중국과 러시아를 따라잡는 것은 그리 어려워보이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와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북한이 장거리 대함 미사일을 보유할 수 있는 만큼 하푼과 비슷한사거리의 해성미사일로 무장한 한국 해군에게도 미군의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중러간 심각한 대함 미사일 불균형

냉전 중 미 해군은 적함 격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당시 미군은 세계 최고의 대함 미사일인 하푼과 1세대 토마호크 대함 미사일을 보유했다. 미 해군은 두 종류의 대함 미사일을 갖고 옛 소련 군함과 전투할 준비가 돼 있었다 문제는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하자 미국은 관심을 해상에서 육상으로 돌린 것이다. 이라크와 세르비아, 아프가니스탄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공습을 감행하면서 함대함 미사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심지어 토마호크 대함 미사일을 퇴역시키고 일부 함정에서는 하푼 대함 미사일도 제거하기도 했다

이처럼 육상공격에 치중하고 함대함 공격을 도외시하다보니 참단한 결과가 나왔다. 미 해군은 육상 목표를 타격하는 무기는 탁월함을 자랑했지만 변변한 대함 미사일이 없는 해군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 중국군이 공개한 잉지(YJ)-18 발사모습.출처=제인스

러시아와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대함미사일 전력 강화에 주력했다. 사거리는 더 길고 파괴력은 더 큰 대함미사일로 무장할 수 있었다. 미 해군 함정이 중국과 러시아 본토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의 일환이었다. 미 해군 함정 지휘관들은 속이 탔다. 

미군이 40년 이상 쓰고 있는 하푼은 최대 사거리가 150km 정도지만 러시아의 3M-54클럽(SS-N-27시즐러) 대함미사일의 사거리는 220~300km에 이른다. 혹자는 400km에 이른다고 한다. 미군이 다가갈 수 없는 거리에서 미사일을 미군을 향해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미사일은  총중량 1.9t에 탄두 중량은 450kg이며 종말단계 속도는 마하 2.9로 대단히 빠르다. 탄두에 가득든 폭약이 아니더라도 초음속 비행에 따른 운동에너지만으로도 함정을 침몰시키기에 족하다.

▲ 러시아 클럽 대함미사일

중국은 러시아 클럽미사일 복제품으로 수직발사대에서 발사하는 잉지(YJ)-18 함대함 미사일은 사거리 220~540km, 순항속도는 마하 0.8, 종말단계 최고속도 마하 3의 초음속 대함미사일이다. 3단 미사일인 이 미사일의 탄두중량은 140~300kg이다. 중국판 이지스함인 052D에 장착돼 있다. 중국은 러시아제 킬로급 잠수함에 탑재하기 위해 잠수함 발사 클럽 미사일을 수입해 함대함 미사일로 개조했다.

사거리가 더 길고 비행속도가 더 빠른 러시아와 중국의 대함 미사일은 더 있다는 사실이 미해군을 떨게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아시아 중심 전략 ‘피봇 투 아시아‘를 발표했으나 당시 미 해군은 중러 해군과 미사일로 싸울 교전능력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미 해군은 한마디로 '종이호랑이'인 셈이었다. 

미 해군의 대함미사일 확보 다섯 가지 방안

전세계에서 패권을 차지하고 있고, 태평양 지역에서 경제, 군사 패권을 놓지 않으려는 미국에 쓸만한 대함 미사일이 없다는 것은 아킬레스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미군의 장점이 빛을 발휘한다. 기존 무기를 끊임없이 개량하는 연구개발 능력이다. 이를 위해 돈을 물쓰듯 하는 것도 힘을 발휘한다.  

안보 전문 매체 ‘더내셔널인터레스트’에 따르면, 미해군은 2016년까지 하푼만 대함미사일만 보유하고 있었지만 2년 만인 2018년 현재 최소 5종류의 대함미사일을 추가하고 하푼을 개량하는 등 대함 미사일 개발과 개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하푼 미사일. 출처=미해군

첫째 미해군은 기존 하푼 미사일을 '하푼 블록2'로 개량한다. 이를 위해 2700만달러를 의회에 요청했다. 이 개량을 통해 하푼은 GPS와 데이터링크가 추가돼 비행중 표적과 이동경로를 바꿀 수 있고 전자전 능력도 구비됐다. 하푼의 탄두중량은 500파운드다. 최고속도는 시속 855km다. 사거리는 150마일(250km)이상이다. 사거리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둘째 미해군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에서 장거리대함미사일(LRASM) 2차분을 도입했다. 이로써 2017년 도입한 25발에 35발이 추가됐다. LASM은 미해군 수퍼호넷 전투기와 B-1B폭격기 장착용이다. 탄두중량은 1000파운드로 육중하지만 속도는 음속을 조금 밑도는 아음속이다. 그러나 사전입력된 경로를 자동으로 비행하도록 설계된 데다 탑재된 인공지능(AI)이 비행경로를 수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 토마호크 미사일.출처=미해군

셋째 미해군은 지상공격 토마호크 미사일(TLAM)을 대함 미사일로 개조하고 있다. 이미 해상 이동 표적을 타격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이를 위해 생산업체인 레이시언에 7800만달러의 일부를 지급했다. 레이시언은 2020년 총 32발의 해상타격토마호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어 2021년 50발, 2022년 80발을 총 4억5790만달러에 납품할 예정으로 있다.

TLAM은 비행속도가 음속에 이르지 못하지만 탄두중량이 1000파운드(450kg)에 사거리가 1000마일(1600km)에 이른다. 이라크전 등에서 탁월한 성능을 입증한 무기다. 정확도가 뛰어난 무기로 정평나 있다. TLAM이 함대함 미사일로 작전배치된다면 사거리 불균형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전망이다. 

▲ NSM 대함미사일.출처=콩스버그

넷째 미 해군은 연안전투함 장착용 해군타격미사일(NSM) 도입을 위해 레이시언과 노르웨이 방산업체 콩스버그에 초도계약금 1500만달러를 지급했다. 콩스버그에 따르면, NSM은 무게 407kg,길이 3.96m, 비행속도 마하 0.7~0.95로 사거리는 200km다. TNT 100kg의 파괴력을 가진다고 회사 측은 설명하고 있다.

다섯째 미 해군은 현용 함대공 미사일은 SM-2와 SM-6를 함대함 미사일로 개조하고 있다.SM-2 사거리 연장형은 240km 정도다. SM-6는 본래 항공기와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개발됐기 때문에 속도는 마하 3.5지만 탄두중량이 140파운드에 불과해 함정을 격침시키기엔 위력이 약하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중량은 1.5t으로 무겁다.

이모든 것이 이뤄진다면 미해군은 2020년대에는 SM-2,SM-6, NSM,하푼, LRASM, 토마호크 등 다종 다양한 사거리의 함대함미사일을 보유하면서 전시대 누린 세계 최강의 수상전력 보유국의 지위를 되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새로운 대함 무기가 속속 미군함에 장착되면 미국이 냉전시대 누린 세계 최강의 수상전력 보유국의 지위를 되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