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서민의 그림으로 폄하돼온 '민화'가 재조명받고 있다. 민화가 ‘저급하다’는 인식을 깨고 민화를 예술의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들여놓는 전시회가 열려 주목받고 있다. 서예계 유일한 공공전시기관인 서울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이 재조명의 진원지다.

▲ 서울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과 광주은행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부터 오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김세종민화컬렉션-판타지아 조선 Fantasia Joseon>이 열린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서울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과 광주은행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오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김세종민화컬렉션-판타지아 조선 Fantasia Joseon>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6년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린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문자도·책거리’ 전시에 이른 두 번째 민화전시다.

평창아트 갤러리 대표이자 수집가인 김세종씨는 지난 20여년 간 모은 문자도, 책거리, 화조, 산수, 까치호랑이, 무신도, 고소설삽화 등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70여 점의 민화를 엄선해 공개했다.

▲ 평창아트 갤러리 대표이자 수집가인 김세종씨는 지난 20여년 간 모은 문자도, 책거리, 화조, 산수, 까치호랑이, 무신도, 고소설삽화 등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70여 점의 민화를 엄선해 공개한다. 출처= 예술의전당

서민들이 그린 속화라는 민화의 정체성을 지니면서도 현대 회화의 조형미와 잇닿는 파격적 도상이 두드러져 ‘회화다운 맛’을 강조한다는 점이 이전의 민화전시와 다르다.

<판타지아 조선> 에는 추상과 일탈, 풍자와 해학이 담겨 있는 민화작품들이 주제별로 70여점 전시돼 있다. 만화 캐릭터 같은 재밌는 인문들이 배경에 실린 ‘화조인물도’나 현대적이며단순한 터치가 돋보이는 ‘월매산도’ 등이 눈에 띈다. 소설이나 이야기를 그림으로 재치있게 풀어낸 ‘구운몽도’와 ‘삼국지도’의 표현기법 눈길을 끈다.

민화는 19세기 부농의 등장과 시장경제의 발달, 신분체제의 해체로 양반이 아닌 신흥 부유층들이 그림을 즐기면서 시작됐다. 고전주의 양식을 과감하게 깨는 개성 있는 그림들이 출현했다. 민화에는 원근을 무시하는 역원근법, 디테일의 과감한 생략 · 추상 등 20세기 초반 현대미술에서 볼 수 있는 기법들을 발견할 수 있다.

▲ 이번 ‘판타지아 조선’ 전시에는 추상과 일탈, 풍자와 해학이 담겨 있는 민화작품들이 주제별로 70여점 전시한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광주은행 관계자는 “우리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고 할 수 있는 민화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이 안타까워 창립 50주년을 맞아 다양한 문화사업과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이번 전시를 후원하게 됐다”면서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민화가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많은 분들에게 그 시대 삶을 들여다보고 지굼의 우리를 돌아보는 여유로운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술의 전당 관계자는 “조선시대 봉건질서의 해체와 전환현상을 정확하게 담아낸 조형언어로서 민화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민중이 그린 우리 그림’이라는 이유로 소박함만 부각하는 일부의 고정관념을 깨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이번 전시로 서와 화를 아우르는 필묵의 전통이 계승되면서도 조형적 창신성, 공간과 시각의 자유로움, 해학과 포용이 담김 민화만의 미감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