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한국신용평가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현대건설이 미청구공사금액 2조원을 넘었지만 오히려 장밋빛 전망이 불고 있다. 최근 신용평가사가 현대건설의 KMI(Key Monitoring Indicators) 기준 재무제표를 별도에서 연결로 변경하면서 신용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KMI는 신용평가 등급시 반영되는 주요 모니터링 지표를 뜻한다.  최근 높은 수익을 낸 현대엔지니어링의 자산, 부채, 자본 모두 반영된 연결재무제표가 주요 모니터링 지표로 사용될 경우 신용등급이 상향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연결기준 현대건설 미청구공사대금은 2조8041억원으로 국내 5대 건설사 중에 가장 많았다. 이어 ▲삼성물산 1조5169억원 ▲GS건설 1조2998억원 ▲대우건설 1조1230억원 ▲대림산업 8748억원이 뒤를 이었다.

미청구공사대금이란 쉽게 말해 공사를 했지만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돈을 말한다. 다만 건설업의 경우 발주처에서 일정 시점마다 공사비를 지불하고 시공사인 건설사는 분기별로 일정하게 나눠서 수익을 인식한다. 공사 진행과 자금 회수 간 시차가 발생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요소이지만 잠재적인 부실 요소로도 꼽힌다. 특히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금액 현장들 프로젝트 공정률이 95% 이상인 현장이 11곳이나 돼 일각에서는 리스크가 높은 사업장으로 해석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미청구공사대금을 갖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느긋한 이유는 따로 있다. 신평사가 주요 모니터링 지표로 별도가 아닌 연결재무제표로 변경해 신용등급 상승에 파란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앞서 한신평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종속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업 범위가 확대되고 사업의 연계성이 강화돼 연결로 변경한 이유를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과거 사업범위가 설계와 서비스 제공에 머물러 있었지만 현대엠코와 합병 이후 자체 시공능력을 갖추면서 최근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해외 프로젝트 공동수주가 늘고 있는 부분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와 우즈벡 GTL, 쿠웨이트, 알주르 LNG 수입항 프로젝트 등 다수 해외 프로젝트가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공동으로 수주했다.

주택사업 역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같이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개포8단지 주택용지 인수에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역점사업이라고 불리는 삼성동 GBC프로젝트도 공동으로 수주하는 등 강화된 영업 통합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현대엔지니어링이 연결 재무제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신평은 지적했다. 2013년 이전까지 연결 재무제표에서 현대엔지니어링 비중은 약 15% 내외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 이후 비중이 30% 이상 증가했다. 매출비중은 2012년 17.1%에서 2017년 37.1%로 확대됐으며 자산 비중 역시 2012년 14.8%에서 2017년 34.3%로 증가했다.

이밖에 한신평 관계자는 “별도 재무제표가 종속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취득원가로 회계처리해 현대건설의 실질 순자산 가치를 반영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우수한 영업실적으로 이익이 누적돼 순자산이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반영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결 기준 현대건설의 ‘EBITA/매출액’ 즉 EBITA 마진율은 2017년 말 7.9%로 별도(5.2%)대비 2.7%포인트가 상승한다. 이는 매출액 대비 현금 창출능력으로 마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수익성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주요 모니터링 지표 상향 조건에 ▲조정부채 대비 자기자본 지표가 100% 이하 ▲조정순차입금과 조정PF를 더한 금액을 EBITA로 나눈 지표가 2배 이하일 경우 등을 고려할 경우 정량평가 상으로는 현대건설의 신용등급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연결 기준 현대건설의 조정부채 대비 자기자본 지표는 2017년 말 기준 86.7%이며 조정순차입금과 조정PF를 EBITA로 나눌 경우 마이너스 0.2배 이기 때문이다. 특히 차입금보다 현금을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당 지표는 마이너스로 나온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 류종하 수석애널리스트는 “신용평가시 정량적인 부분과 정성적인 부분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정량적인 부분에서는 기존보다 등급 상향에 긍정적이지만 현재까지는 과거 실적의 결과물인 만큼 향후 전망은 달라질 수가 있으며 실적을 달성했다고 해서 신용등급을 조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