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배를 만드는데 드는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조선업계는 조선 시황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호황기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해 원가 부담이 늘어난다며 울상인 반면 철강업계는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후판 가격을 인상을 통해 ‘정상화’한다며 단호한 모습이다. 

▲ 포스코가 제작한 후판. 출처=포스코

후판은 두께 6mm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조선, 기계, 건설 등에 사용되는데 조선에 사용되는 후판이 다른 분야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기에 후판 내에서도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최근 국내 조선용 후판 가격을 t당 65만~70만원에서 70~75만원의 가격대로 올리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조선 빅3는 후판을 생산하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과 t당 5만~7만원 정도 가격을 올리기로 합의했다”면서 “후판 가격은 개별 업체끼리 1 대 1로 결정하는 프로세스라서 지금 계속 협상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통상 업계 메이저 업체끼리 가격을 결정하면 나머지 업체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정해지는 만큼 인상폭은 t당 최대 7만원 정도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선박 건조가 상승은 고스란히 부담”

조선업계는 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인상이 고스란히 선박 제조 비용 상승을 이끈다면서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올해 전 세계 조선 발주량이 늘어나면서 시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2016년부터 이어진 수주절벽을 극복하고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후판 가격 인상과 같은 악재는 피하고 싶다는 것이다.

통상 후판 가격이 전체 선박 제조 비용 중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0%대 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게는 10%부터 많게는 30%까지 후판 비용이 선박 제조 비용 중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은 전체 선박 제조 비용 중 25~30%정도가 후판 가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후판은 배를 만드는데 필수 재료인 만큼 가격이 오르면 조선사에게는 제조비용이 늘어 수익성 악화를 가져온다”면서 “30만t의 후판이 사용되는 VLCC를 예로 들면 t당 5만원씩만 올라도 선박 제조 비용에서 150억원이 추가되는 만큼 조선업계에서 후판 가격 인상은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 인상분을 조선 제조 원가에 반영하면 좋은데 현재 조선 시장은 조선사들이 주도하는 시장이 아니고 발주를 하는 선주들에 의해 좌우되는 시장이기 때문에 선가에 즉각 반영을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볼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현재 조선업계가 자구안 시행 등으로 어려운 상황인 만큼 철강업체들의 후판값 인상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 현대중공업이 제작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출처=현대중공업

철강업계 “조선업 어려움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철강업계는 후판가격 인상이 ‘가격 정상화’라는 입장이다. 조선업계가 어려운 것을 알고 있지만 철광석, 유연탄, 철스크랩 가격 상승 등 후판 제조비용 원가가 상승했기에 상승분을 반영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라는 철저한 원칙도 가격 상승의 이유로 꼽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은 철강사와 조선사가 1대1로 협상을 하는 철저한 B2B(기업간거래)시장이기에 정확한 가격 공개는 힘들다”면서도 “타 제품군에 비해 유독 가격정상화가 되지 않았던 조선용 후판 가격을 조금 올린 것인데 조선업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시선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선의(善意)는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사실 철강업계가 어려웠을 때 조선사들이 후판을 국내 업체보다 싼 외국에서 들여온 전례도 있다”면서 “동국제강의 경우 과거 후판 공장을 폐쇄하고 매각하는 등 가격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사업서 손을 떼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선용 후판가격 인상으로 철강업계는 수익성 개선이, 조선업계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가격 인상으로 후판사업 부분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분을 추후 수주에 반영하거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는 등 여러 방안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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