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삼성증권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를 출시했다. 메모리 고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내놓은 상품인 만큼 눈에 띈다. 두 기업이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한 만큼 향후에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메모리 가격 상승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실적에 일조한 만큼 반도체 사이클을 간과하기 어렵다.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점은 비우호적인 투자 심리가 작용하고 있음을 뜻한다. 수요처 다변화로 D램 매출액 변동가능성은 낮아졌지만 두 기업의 주가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최대 연 14%의 수익 달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제19686회)을 100억원 한도로 모집한다. 청약 마감일은 오는 13일이다.

1, 2, 3차 중간기준가격 결정일(2018년 11월 13일, 2019년 2월 13일, 5월 13일)에 각 기초자산의 해당 가격이 모두 최초기준가격의 102%이상이면 최대 연 14%의 수익을 제공한다. 만기일까지 수익발생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투자원금의 최대 10% 손실이 발생한다.

▲ 삼성증권 ELS 제19686회 예상 손익 구조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이 이어진 결과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기업은 대규모 투자 증설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7일 경기도 이천에 3조5000억원 규모의 신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청주 신규 공장, 중국 우시생산 법인도 확장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역시 평택 반도체 공장 등에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생산능력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낸드플래시, D램 시장 진입에 따른 치킨게임에 대비해 수익성에서 점유율을 확대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의 ‘비중 축소(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낸 이유와 유사하다. 오는 2019년을 기점으로 D램 호황이 꺼질 것이란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의 투자의견도 ‘비중 확대’에서 ‘시장 평균’으로 조정했다. 목표주가도 290만원(액면분할 전 기준)에서 280만원으로 낮췄다. 이유는 SK하이닉스 건과 같았다.

모건스탠리의 전망이 빗나갈 수 있지만 SK하이닉스·삼성전자 최대 실적과 메모리 고점이 맞닿아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메모리 고점, 업황 일시적 둔화 전망...불안한 ‘반도체’ ELS

D램의 수요는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했다. 현재는 서버로 무게 중심이 이동 중이다. PC와 스마트폰이 여전히 D램 수급을 좌우하고 있으나 성장성과 비중 측면에서는 서버의 중요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매출액 기준 PC의 D램 내 비중은 2013년 23.6%에서 2017년 13.2%로 낮아졌다. 스마트폰 비중은 30%에서 41%, 서버는 10.7%에서 23.7%로 높아졌다.

비트(Bit) 기준으로는 2017년 PC 9.2%, 스마트폰 36.7%, 서버 19.3%를 기록했다. 2020년 PC 비중은 5.5%, 스마트폰 역시 31.5%로 낮아질 전망이다. 반면 서버는 27.4%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의 장기 전망에 대한 의구심을 크지 않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이 주기적으로 사이클을 형성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 3분기와 4분기 연속으로 전분기 대비 1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 수요처 다변화와 글로벌 D램 매출액 고점 대비 하락율 [출처:BNK투자증권]

다행스러운 점은 PC, 스마트폰, 서버 등 수요처 다변화되면서 사이클 정점에서의 가격 하락 폭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PC 수요 중심에서는 D램 매출액이 고점 대비 약 –60% 이상의 변동성을 보였으나 이후에는 –33%에서 –12%로 완화됐다.

그러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최대 실적을 달성한 만큼 반도체 가격에 따라 주가도 출렁일 수밖에 없다. 2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두 기업의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비우호적인 투자심리를 방증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보통주 상관계수(6개월과 3년의 평균)는 0.51로 양(+)의 관계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양의 상관관계, -1에 가까울수록 음(-)의 상관관계, 0에 가까울수록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두 기업의 주가는 뚜렷할 정도는 아니지만 비교적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는 뜻이다. 삼성증권 제19686회는 중간기준가격 결정일에 기초자산이 최초 가격의 102%를 동시에 상회하거나 하회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 삼성증권 ELS 제19686회 기초자산 내용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보통주의 변동성(6개월과 3년의 평균)은 각각 31%, 25%다. D램 매출액의 고점 대비 하락률 대비 그 폭이 넓다. 수요처 다변화와 관계없이 주가 변동성은 상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며 “‘저평가’됐다고 하지만 싼 주식은 늘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삼성전자는 지난5월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더욱 부진한 모습”이라며 “아모레퍼시픽 등과 같이 ‘액면분할의 저주’를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