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온디맨드 플랫폼 시장의 격변이 벌어지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미국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의 주주로 등장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중국의 디디추싱도 외연 확장에 여념이 없다. 미국의 리프트는 알파벳 웨이모와 전략적 협업 관계를 추구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시장을 장악한 그랩은 동남아판 우버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했다는 평가다. 숙박공유 에어비앤비의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사정은 우울하다. 온디맨드 플랫폼 중 유독 모빌리티 플랫폼이 힘을 쓰지 못하며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카풀앱 풀러스는 사실상 무너지고 있으며 동종업계 럭시는 카카오에 흡수됐고 티티카카는 서비스를 종료했다.

심야시간 전세버스 활용 운송 서비스 콜버스는 주력 사업을 변경했고 모바일 중고차 거래 스타트업 헤이딜러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간신히 기사회생했다. 한국판 우버라 불리던 차차 크리에이션은 렌터카와 대리기사 호출 서비스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으나 국토교통부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카카오 모빌리티도 유료호출 논란에 가로막혀 지지부진한 상태며 쏘카는 다음 창업주인 이재웅 대표가 수장에 올랐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 차차 크리에이션도 국토부의 규제와 직면했다. 출처=차차

차차마저 불법...국내 모빌리티 최대 위기

글로벌 온디맨드 플랫폼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국내 온디맨드 플랫폼은 규제의 틀에 막혀 성장판이 닫혀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소한의 성장마저 허락되지 않는 사막이 되고있다는 지적이다.

'차차 크리에이션' 논란이 대표적이다. 차차 크리에이션은 택시업체와의 상생을 목표로 렌터카와 대리기사 호출 서비스를 연결해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드라이버가 차량을 렌트해 평소에는 자기 차량처럼 운행하다가 라이더(고객)와 매칭이 되면 우버처럼, 카풀처럼 작동하는 구조다. 라이더가 탑승하는 순간 드라이버는 대리기사가 되며 '렌터카+대리기사' 모델을 구축했다. 김성준 차차 대표는 “기존 택시업계와 상생하고 협력할 수 있는 유일한 모델”이라면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자신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생각은 다르다. 국토부는 차차 크리에이션의 모델을 두고 렌터카를 유상운송에 활용한 점이 여객법 제34조 제1항 위반이라고 봤다. 또 하이렌터카가 렌터카를 활용해 유상운송한 점은 여객법 제34조 제3항 위반이며, 유사운송을 알선한 점도 문제 삼았다. 차차 크리에이션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가 지적한 사항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우리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온디맨드 플랫폼, 특히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이 생각보다 커지지 않는 이유로는 '구 산업 생태계의 반발'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택시업계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가운데 정부도 일제히 규제로 돌아섰다는 뜻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을 교란한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진 결과다. 택시업체들은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고객 안전이 위협받고, 운송시장의 질서가 저해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단체는 이재웅 쏘카 대표의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 위촉에도 반대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올리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모든 모빌리티 업체와 각을 세우며 국면전환을 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한다는 전제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한다면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대화할 여지가 있음을 밝히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카카오 모빌리티나 쏘카 등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아닌, 택시 4단체가 생각하기에 상급단체로 보이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이야기를 하겠다는 점은 논의의 수준을 격상시켜 발언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해커톤에 연이어 불참하며 대화의 통로를 스스로 차단했던 택시 4단체가 한국인터넷기업협회라는 큰 카테고리의 단체와 모빌리티 안건을 논의하며, 상황을 유리하게 끌어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 공유경제의 접근방식을 바꿔야 한다. 출처=위키디피아

"공유경제 버려라"

국내 모빌리티, 온디맨드 플랫폼 시장이 방황하는 사이 글로벌 시장에는 우버와 그랩, 리프트 등 거인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이 실력을 키워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면, 뚜렷한 모빌리티 기업을 세우지 못한 국내 시장은 사실상 무방비로 정복당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규제와 구 산업 카르텔의 현실성없는 주장을 명확하게 간파하고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플랜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도 지금까지의 접근방식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온디맨드 플랫폼은 대부분 공유경제라는 패러다임을 내세우지만, 사실 공유경제는 이윤 창출의 도구가 아닌 소비의 방식을 말한다. 역사시대 한정된 자원을 바탕으로 '알뜰하게 소비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재화를 공유해 합리적인 소비를 이끌어 내는 것이 진짜 공유경제라는 뜻이다.

지금의 공유경제 기업들은 소비의 방식이 아닌, 이윤 창출의 도구로 '공유'를 이용하고 '경제'에 방점을 찍은 기업들이다. 온디맨드라는 방식에 착안해 모바일 기술로 시공간을 초월했다는 뜻이며, 말 그대로 '플랫폼 거간꾼'으로 불려도 할 말이 없다. 당연히 공유경제라는 소비의 방식으로 구 산업 생태계와 다투려고 하니 어폐가 생긴다. '어떻게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소비할까'가 아닌, '어떻게 남는 자원을 모바일로 쉽고 편안하게 제공하거나 활용해 플랫폼 사업자들이 성장할까'라는 패러다임이 중요하다.

명확한 모바일 온디맨드 플랫폼 시대를 준비하며 구 산업 생태계와 정면대결을 펼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전체 사회의 이윤창출이지, 합리적인 소비가 아니다. 산업의 틀에 맞게 공유경제라는 가면을 벗고 플랫폼과 돈에 집중해 기간 인프라인 모빌리티 생태계에 안착할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공유경제는 물론 온디맨드 플랫폼이 사회 전체로 볼 때 '최고의 선(善)인가'라는 주장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ICT 기술 만능주의에 매몰된 나머지 기존 산업 질서를 완전히 부정하는 접근은 지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논의도 절실하다.

국내 모빌리티, 온디맨드 플랫폼 생태계가 시작부터 스텝이 꼬인 가운데 미래에셋과 네이버는 동남아 그랩에 1500만달러를 투자했다. 국내 생태계가 황폐화되는 한편, 이제는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전략으로 정부와 구 산업 생태계를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