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매일 비슷한 메뉴, 안 먹어도 예상할 수 있는 맛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새로운 맛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따뜻하게 먹는 핫시리얼이 나오는가 하면 그간 비빔면, 냉면에 한정된 여름 라면은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계절면’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고 캐시카우를 창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콩국수·막국수·쫄면도 이젠 라면으로

농심, 오뚜기, 팔도, 삼양식품 등 국내 라면업체들이 그간 라면으로 맛보기 힘든 새로운 메뉴인 계절면으로 라면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계절면은 계절의 특성에 맞춰 소비자의 입맛을 겨냥한 면제품이다.

과거 계절면은 비빔면이 유일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라면에서 맛볼 수 없는 쫄면, 콩국수, 막국수, 소바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계절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라면업계는 쪼그라드는 라면 시장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맛의 신제품들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출처= 각 사

여름 대표 계절면 팔도비빔면은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시장점유율 약 70%를 차지한 절대강자다. 최근 3년간 총 2억5500만봉지, 5100억원 매출을 올린 팔도 비빔면은 올해 처음으로 연간 1억봉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측된다.

여름 계절면 전통의 강자인 ‘팔도 비빔면’에 맞선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팔도는 최근 ‘막국수 라면’을 출시하면서 여름 비빔면 시장 1위 굳히기에 나섰다. 이전 비빔면에 풍부함을 더한 프리미엄 콘셉트로 메밀가루를 섞은 담백한 면발이 특징이다.

이에 농심, 오뚜기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뚜기가 지난 3월 출시한 ‘진짜 쫄면’은 출시 50일 만에 500만개 판매량을 돌파했다. 이어 5월 ‘춘천막국수’ 2종을 출시하면서 지난해 출시한 함흥비빔면, 콩국수라면과 함께 여름 계절면을 4종으로 확대했다.

삼양식품도 해마다 여름 한정으로 판매하는 ‘열무비빔면’을 8월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농심은 찰비빔면, 둥지냉면, 드레싱누들 등 여름 계절면 라인업을 갖췄지만 시장 점유율은 크지 않다. 올해 여름 계절면을 출시하지는 않았지만 ‘양념치킨 큰사발면’에 이어 봉지면인 ‘양념치킨면’을 선보였고 지난달 ‘스파게티면’을 출시하면서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풀무원이 지난 4월 출시한 ‘생면식감 탱탱 비빔쫄면’은 출시 한 달 만에 200만개가 팔리는 등 계절면 시장에서 순항하고 있다.

라면업계는 왜 앞다퉈 여름 라면류를 쏟아낼까. 라면의 대체식품인 가정간편식 수요 증가와 출산율 감소 등의 요인으로 라면시장은 해마다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 라면시장 규모는 2조975억원으로 전년보다 3% 감소했지만 계절면 시장은 해마다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 작아지는 라면 시장과 대조적으로 계절면 시장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출처= 닐슨코리아
▲ 계절면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품은 비빔면류로 그 다음은 냉면류 일반 계절면 순이다. 출처= 닐슨코리아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국내 계절면 시장 규모는 2015년 793억원에서 지난해 1148억원으로 22.4% 성장했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비중을 차지한 것은 비빔면류로 848억원, 냉면류 162억원, 소바와 드레싱누들 등 일반 계절면류 138억원 순이다. 이 같은 성장세가 계속된다면 올해는 계절면 시장 15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들이 점점 쪼그라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계절면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타개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늘 먹던 맛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간편한 조리로 쫄면, 막국수, 콩국수 등 다양한 면요리를 맛볼 수 있어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고 설명했다. 계절면은 쪼그라드는 라면 시장의 신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콜드시리얼? 이제는 핫시리얼!

롯데제과는 지난 5월 핫시리얼 ‘오트밀 퀘이커’를 출시했다. 통상 차가운 우유에 타 먹는 것이 익숙한 콜드 시리얼과 달리 따뜻한 우유나 두유, 물을 넣어 죽처럼 부드럽게 먹게 만든 것이 핫시리얼이다. 퀘이커는 이미 해외에서 이름 난 브랜드로 국내 출시 두 달 만에 90만개를 판매하며 연착륙했다.

▲ 롯데제과는 지난 5월 핫시리얼 '오트밀 퀘이커'를 출시했다. 출처= 롯데제과

식이섬유, 단백질, 베타글루칸이 풍부하고 달지 않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따뜻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든든하게 느껴지는 게 장점이다. 공복에 차가운 우유를 마실 시 복통으로 시리얼을 먹을 수 없는 소비자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핫시리얼이 국내에서 아직 생소하기도 하고 전에 없던 시장이라 진입 장벽도 있었다”면서 “이를 극복하고 출 시 한 달 만에 50만개, 두 달 만에 90만개 판매를 돌파하는 등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식물성 단백질... 두부 말고 ‘나또’

최근 웰빙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식물성 원료로 만든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식물성 단백질의 대표인 ‘콩’을 두부나 청국장이 아닌 일본식 콩 발효식품인 ‘나또’로 섭취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국내 나또시장 규모는 2014년 109억원에서 불과 3년 만인 지난해 283억원으로 약 2.6배 커졌다. 출처= 링크아즈텍

시장조사업체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국내 나또시장 규모는 2014년 109억원에서 불과 3년 만인 지난해 283억원으로 약 2.6배 커졌다. 풀무원은 2005년 유기농 나또를 처음 선보이면서 국내 나또 시장을 개척하며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에 맞서 최근 2~3년 사이 CJ제일제당, 오뚜기 등도 나또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40~50대들의 건강식으로 통용되는 나또는 건강하고 새로운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20~30대를 겨냥한 제품부터 어린이 전용 제품까지 다양해진 고객층만큼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 최근 웰빙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식물성 원료로 만든 새로운 먹을거리로 나또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출처= 각 사

평소 나또를 즐겨 먹는 직장인 김동규(36·남) 씨는 “호기심에 먹었는데 처음 맛보는 특유의 퀴퀴한 맛이 중독성 있다”면서 “청국장이나 된장보다 냄새가 나지 않고 물컹한 두부보다 씹는 맛이 있어 포만감이 있다”고 말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식품업계가 서서히 식물성 단백질 사업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소비자들의 웰빙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나또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