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 COMPANY > 비즈 인사이드
강했던 스타트업, 대기업 매각후 힘빠진 사연비타민 회사, P&G 매각이후 관료주의-수익 압력에 제 실력 발휘 못해
▲ 비타민 회사 뉴 챕터(New Chapter)의 창업자 폴과 바비 슈릭 부부. 출처= PAUL AND BARBI SCHULIC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버몬트 사람인 폴과 바비 슈릭 부부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높은 이익을 내고 있었던 자신의 비타민 회사 뉴 챕터(New Chapter)를 대기업인 프록터앤갬블(P&G, Procter & Gamble Co.)에 넘겼다. 대기업의 자금이 필요한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82년 슈릭 부부가 설립한 뉴 챕터는 그러나 P&G에 합류한 이후 성장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정체에 빠져 지지부진했다. 데이터 추적 업체 스핀스(SpinS LLC)에 따르면, P&G는 천연 비타민과 건강보조 식품 부문에서 상위 10위권에서 밀려났다. 뉴 챕터는 연간 700만달러(78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P&G내에서는 실패한 사업부에 붙여지는 ‘돈만 깎아 먹는 놈’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내놓은 자식 취급을 받았다고 슈릭 부부는 토로했다.

슈릭 부부는 회사를 P&G에 넘긴 이후에도 버몬트주 브래틀버러(Brattleboro)의 사무실에서 회사의 교육 관리자와 연구 개발을 담당해 왔지만 결국 이번 달에 회사를 그만 두었다. 그들은 과도한 관료주의가 뉴 챕터의 발전 가능성을 해쳤고, P&G가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와의 싸움을 마무리한 후 수익성에 대한 압박만 가중시키면서 새로운 제품 개발 계획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P&G에서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목표를 달성하라는 압력이 너무 심해서, 우리는 그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었지요.”

그러나 신시내티에 본사를 두고 있는 P&G의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뉴 챕터에 계속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사업의 미래에 대해 시각이 너무 다르더군요.”

대기업 입장에서 열성 소비자를 양산할 최신 유행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하는 대기업 입장에서 조바심을 내면서 양측의 충돌은 여러 곳에서 빚어졌다. 사실 상당수의 브랜드들이 대기업에 흡수된 후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거나 독립 비즈니스로서 틈새시장을 넘어 성장할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는 많다.

크레스트(Crest) 치약에서부터 팸퍼스(Pampers) 기저귀에 이르기까지 연간 650억달러(73조원) 이상의 가정용품을 판매하는 P&G에게 뉴 챕터는 극히 미미한 존재다. 그러나 이런 대기업도 종종 작은 기업들이 대기업의 이름에 편승해 주식이나 훔치려 한다며 그런 작은 기업들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뉴 챕터와의 갈등도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 뉴 챕터의 비타민 제품들. 출처= All Natural Savings

P&G는 지난해에도 꽤 오랜 기간을 끌면서 작은 규모의 M&A를 성사시킨 적이 있다. 천연 탈취제 회사 네이티브(Native)와 스킨케어 브랜드 스노베리(Snowberry)와 FAB 등 세 개의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이다. P&G는 올 4월에도 독일의 제약회사 머크(Merck KGaA)로부터 소비자 건강사업부를 42억달러(4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P&G 대변인은 회사가 뉴 챕터와의 갈등 이후 최근 인수 거래에는 과거와는 다른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을 P&G라는 거대 조직에 직접 통합하기보다는 그대로 분리한 채 원 설립자가 계속 운영을 맡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슈릭 부부는 그들이 자신의 기업을 P&G에 넘길 때 계약 조건에 따라 누구도 인수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인수 자체가 비타민 업계에서 보잘것없는 거래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그들은 나중에 아마존이 인수한 홀푸드와 협상할 때, 당시 홀푸드의 관리자들이 대기업에 통합되면 브랜드의 순수성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을 상기했다.

이전에 홀푸드의 지역 구매 담당자였다가 현재 작은 건강보조식품 회사 라이프시즌(LifeSeasons)의 부사장으로 있는 로빈 로고신은 “이 업계의 소비자나 소매업체들은 대기업은 필연적으로 제품의 순수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작은 회사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처음에는 매출 감소가 슈릭 부부를 특별히 괴롭히지는 않았다. 연구팀이 뉴 챕터의 제품이 결함이 없는지 확인할 때까지 시장에서 뉴 챕터의 일부 제품들을 철수시켰기 때문이다. 거짓 주장이나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업계에서 문제가 될지 몰라, 대기업인 P&G 연구팀의 지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슈릭 부부는 말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수년간 계속되면서 뉴 챕터 브랜드는 매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고 아마존에서도 들어 갈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이들은 또 과도한 보고 요구와 관료제가 사기를 짓누르면서 기존에 뉴 챕터에 있었던 경험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고 말했다.

“보고해야 할 사람이 점점 늘어났지요. 그런 상황에서는 경쟁력을 키우기가 어렵습니다.”

지난 2월 슈릭 부부는 P&G로부터 회사가 새로운 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대신, 이미 잘 팔리고 있는 제품에 대한 추세를 연구하고 거기에 투자를 할 방침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회사의 통보를 받은 슈릭 부부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새로운 벤처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G 대변인은 뉴 챕터 제품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고 시장 점유율도 오르고 있다면서 사기가 떨어졌다는 슈릭 부부의 말을 반박했다. 그는 뉴 챕터 직원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직원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며 P&G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과 혁신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익에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하니까요.”

홍석윤 기자  |  syhong@econovill.com  |  승인 2018.08.03  17:29:28
홍석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태그]

#이코노믹리뷰, #홍석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SPONSORED
여백
여백
전문가 칼럼
동영상
PREV NEXT
여백
포토뉴스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