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한 가운데 상장 후 시가총액이 7조원을 상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2년 지분 매각 당시 기업가치가 5조원을 넘었고 이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데 따른 평가다.

그러나 현재 생명보험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차갑다. 자본확충 압박과 생보업 성장률 둔화에 이어 ‘금리상승=수익증가’라는 공식도 작용하지 않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생보사에 대한 투자매력이 낮다는 점도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다. 교보생명 IPO 흥행을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보생명은 IPO를 공식화하고 주관사 선정을 위해 국내외 복수의 증권사를 대상으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2년 지분 24%(1조2054억원)를 사모펀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매각했다. 2015년 9월까지 회사를 상장시킨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도입 시 필요한 자본 규모와 방식을 확정하지 못해 IPO를 추진할 수 없다며 상장을 미뤄왔다.

결국 자본확충의 일환으로 IPO를 선택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27일 이사회에 IPO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5조원 규모의 자본마련 계획을 보고했다. 올해 초 새 지급여력제도(K-ICS) 초안이 확정되면서 지난 3개월간 필요한 자본 규모를 추정한데 따른 것이다. 최소 2조원에서 최대 5조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금리가 상승하면서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조달이 여의치 않다”며 “IPO는 자본확충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 받아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자본확충·금리상승, 보험주 시들...인기 없는 생보사 IPO

보험업종 지수는 지난해 2월 저점(1만8000포인트, 종가기준)에서 올해 1월 고점(2만2000포인트)까지 20%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후 지수는 하락 반전해 현재는 작년 2월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금리상승 시기는 보험사 수익에 긍정적이다. 운용자산이익률이 개선되면서 이차이익(이율차에 따른 이익)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사는 만기가 긴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관련 이익이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반면, 자산 평가손실과 자본감소는 빠르게 적용된다. 이는 지급여력비율(RBC)을 낮추는 요인이다.

그간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영구채)으로 자본을 확충했지만 금리 상승으로 이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됐다.

국내 경제성장률 둔화와 함께 생보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수입보험료 성장률(2014년 7.4%, 2017년 –4.9%)도 낮아졌다.

자본확충 이슈와 성장 전망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시장에서 생보사 IPO가 인기가 없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상장 이후 수 년 간 공모가를 하회하는 ‘생보사 징크스’ 때문이다. 투자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지난해 IPO를 단행한 ING생명이 높은 RBC를 내세워 상장 두 달 만에 징크스를 깨뜨렸지만 올해는 보험업종의 부진과 ‘동행’하고 있다.

 

시총 7조원 이상은 희망사항?

보험업황을 볼 때, 교보생명이 상장 후 시총 7조원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은 무리수다. 보험사 상장 시 가치평가기준은 크게 주당순자산비율(PBR)과 시총대비 내재가치비율(P/EV)이다.

현재 생보사들의 PBR은 0.4~0.6배 수준이다. 이를 교보생명에 적용할 경우 시가총액은 3조5000억~5조5000억원 수준이다.

현재 순자산액에 보험계약가치를 더한 내재가치(EV)를 통한 평가도 안심할 수 없다. 최근 삼성생명 등 주요 상장 생보사들의 보험계약가치는 전년대비 2~3배 증가했다. 그러나 관련주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한화생명은 신저가를 갱신한 상황이다. 교보생명에 P/EV를 적용하면 시총액은 오히려 더 낮아질 수 있다. 2012년 지분을 인수한 사모펀드의 입장에서는 만족할 수 없는 가치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업황과 실적도 문제지만 ‘생보사 투자는 손실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더 큰 문제”라며 “교보생명이 IPO에서 흥행하기 위해서는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충분히 가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보다 자본력을 어떻게 유지할지 어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