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자동차 중형 스포츠 세단 '스팅어'. 사진=기아자동차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최근 개봉한 미국 첩보영화 <미션임파서블: 폴아웃>을 보면 독일 고급 자동차 회사 BMW의 스포츠 세단 ‘뉴M5’가 눈에 들어온다. 주인공 톰 크루즈는 이 차를 타고 평범하게 도심을 누비다가도 급박한 상황이 닥쳐오면 우렁찬 배기음을 내며 도심을 질주한다. 차는 평소엔 첩보원처럼 자동차들 사이에 숨어 있다가 곧장 숨겨둔 힘을 발휘한다. ‘뉴M5’와 같은 차는 국내에 없을까. 이런 차가 있다면 기아자동차 ‘스팅어’가 아닐까 싶다.

스팅어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하는 고급 중형 ‘스포츠 세단’이다. 스팅어는 기아차가 1981년에 단종된 피아트 132 이후 36년 만에 내놓은 후륜구동 중형 모델이다. 스팅어가 후륜구동 중형 모델을 다시 살려낼 만큼 이 모델은 기아차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차다.

스팅어를 처음 보면 아우디 A7, 포르쉐 파나메라, 애스턴마틴 라피드 등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스타일의 패스트백 외관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전체 실루엣은 재규어 차량과 비슷하다. 후미등은 마세라티를 닮았다. 도어는 K5와 비슷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이것만 보면 스팅어는 ‘개성 없이 카피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모델에 특별히 장착되는 ‘E’ 형태의 전용 엠블럼과 기아차의 호랑이 코 그릴은 스팅어의 정체성을 살려놨다. 눈에 띄는 부분은 대형 에어벤트다. 스팅어의 에어벤트는 세로로 바짝 서 공격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에어벤트는 유입된 공기가 바퀴와 브레이크의 열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

▲ 기아자동차 중형 스포츠 세단 '스팅어' 1열 칵핏모듈. 사진=기아자동차

내부를 보면 항공기의 날개를 형상화해 직선으로 길게 뻗은 크래시패드(충돌 시 탑승자의 충격을 완화하는 대시보드와 유리창이 맞닿는 부분)가 인상적이다. 시인성(원거리에서도 식별이 쉬운 성질)을 높이기 위해 센터페시아 위로 튀어나온 플로팅 타입의 디스플레이, 항공기 엔진을 연상케 하는 원형 송풍구 등은 디자인 포인트다. 이는 벤츠의 내부 형태와 아주 흡사한 디자인 형태로 비판받는 부분이다. 특히 양쪽 끝 송풍구는 기존 기아차와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어 전체 통일감이 떨어진다. 기아차 최초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에 걸맞은 디자인이 없다는 점은 이 차의 아쉬운 점이다.

▲ 기아자동차 중형 스포츠 세단 '스팅어' 1열 에어벤트와 디스플레이. 사진=기아자동차

실내에서 드러나는 장점은 넓은 공간이다. 스팅어는 축간거리가 K7보다 길다 보니 실내가 아주 넉넉하다. 스팅어와 항상 비교되는 모델인 제네시스 G70과 강하게 대비된다. 본래 패스트백 스타일의 세단들은 2열 공간이 넉넉하지 못한 편인데, 2열 공간은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부족함이 없고, 머리 공간도 여유 있다. 다만 앞자리는 머리 공간이 조금 부족하다. 스팅어는 길이 4830㎜, 너비 1870㎜, 높이 1400㎜, 축간거리 2905㎜의 차체 크기를 갖췄다. 길이는 K5의 4855㎜보다 26㎜ 작고, 축간거리는 K7의 2855㎜보다 60㎜ 길다.

▲ 기아자동차 중형 스포츠 세단 '스팅어' 내부 전체 모습. 사진=기아자동차

스팅어의 내·외관의 단점들은 운전의 재미가 장점으로 뒤덮고 있다. 스팅어는 다양한 편의사양이 탑재돼 있지만, 주행 성능과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여러 사양이 장착돼 있다.

스팅어는 기아차 승용라인업 최초로 AWD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또 조향 정확성이 뛰어난 R-MDPS, 액티브 엔진 사운드, 눈길이나 빗길 등 미끄러운 노면에서 구동력을 극대화 해주는 기계식 차동기어 제한장치(M-LSD), 출발 성능을 최대로 끌어주는 런치콘트롤, 5가지 주행모드 등은 수입 고성능차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사양이다. 4000만~5000만원대 자동차에서 이러한 사양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차의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

▲ 기아자동차 중형 스포츠 세단 '스팅어'. 사진=기아자동차

주행 성능도 뛰어나다. 스팅어 최상위 모델인 3.3터보는 V6 람다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365마력, 최대토크 52.0㎏·m를 발휘한다. 여기에 8단 자동변석기가 함께 호흡한다. 주행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19인치 미쉐린 파일럿스포츠4 타이어가 장착돼 있다.

스팅어 3.3터보 모델은 국산차 최초로 계기판상 최고속도 시속 300㎞를 나타내고 있다. 주행 시 최고 속력은 시속 270㎞가 한계다. 스팅어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9초다. 국산차 가운데 가장 빠르다. 3.3터보는 정지 상태에서 250㎞까지 31초 만에 도달한다. 제로이백까지 걸리는 시간은 같은 마력의 BMW M2와 비슷한 수치다. BMW의 440I, 아우디 S5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 기아자동차 중형 스포츠 세단 '스팅어'. 사진=기아자동차

스팅어의 장점은 하나 더 있다. 바로 가격경쟁력이다. 스팅어는 경쟁 수입세단 대비 1000만~2000만원 저렴하다. 제원상 경쟁 모델로 꼽히는 BMW 4시리즈 그란쿠페, 아우디 A5 등의 가격은 5000만원 중후반대부터 시작한다. 스팅어 최상위 모델 3.3터보 GT의 풀옵션 모델은 가격이 5110만원이다. 경쟁차종의 범위를 세단인 BMW 3시리즈(4740만~5590만원)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4970만~6420만원)까지 더 넓혀도 여전히 저렴하다.

스팅어의 트림별 기본 가격은 ▲2.0 터보 프라임 3500만원, 플래티넘 3780만원 ▲3.3 터보 마스터즈 4460만원, GT 4880만원 ▲2.2 디젤 프라임 3720만원, 플래티넘 4030만원이다. 

▲ 기아자동차 중형 스포츠 세단 '스팅어' 운전석 모습. 사진=기아자동차
▲ 기아자동차 중형 스포츠 세단 '스팅어' 1열 모습. 사진=기아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