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동영상 플랫폼 시장은 이미 구글 유튜브에 잠식됐다. 국내 안드로이드 유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 바로 유튜브다. 모바일 앱 조사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유튜브 이용시간은 2016년 79억분에서 올해 257억분으로 급등했다. 시장 점유율도 상승세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회사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지난해 유튜브는 국내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38.4%의 점유율을 자랑했으며, 11.2%의 네이버와 8.3%의 카카오를 압도했다.

최근에는 국내 포털 사업자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 최근 1020세대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텍스트 검색이 아닌 동영상 검색을 선호한다. 지식인 서비스로 국내 1위 포털 사업자로 자리매김한 네이버가 유튜브의 등장에 긴장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토종 사업자들이 유튜브와 맞서기 위해 정부의 규제 완화, 장기적인 정책 수립을 주문하고 있다. 유튜브의 전략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 유튜브가 국내 동영상 시장을 석권했다. 출처=유튜브

글로벌 ICT 기업의 각축장?
최근 글로벌 ICT 플랫폼 기업이 국내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지금까지는 모바일 플랫폼 중심의 전략이 핵심이라면, 이제는 초연결 생태계 시대에 걸맞은 다양한 파생 플랫폼까지 범위가 확장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 사례가 넷플릭스와 아마존 AWS, 중국의 화웨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로 콘텐츠 투자, 수급과 관련된 전략이다. 넷플릭스는 케이블 방송사 딜라이브와 협력하는 한편 최근에는 LG유플러스와 손을 잡고 콘텐츠 제공에 나서고 있다. 많은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제작하면서 가공할 위력을 보이고 있다. 초연결 인공지능 생태계의 핵심 관문인 클라우드 시장도 심상치않다. 민간은 물론 공공분야에 클라우드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기업인 아마존 AWS가 국내 공공부문에 진입하려고 문을 두드리고 있다.

통신장비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웨이 딜레마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내 통신3사가 5G 주파수 경매를 마친 상태에서, 오는 10월까지 통신장비업체를 선정하며 화웨이의 손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를 쓰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화웨이는 5G 주력 주파수인 3.5GHz 대역의 통신장비에 상당한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에 밀리지만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최강자의 입지를 가졌기 때문에, 화웨이가 국내 5G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격이 시작된 가운데 화웨이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이들이 국내 시장에 무분별하게 진입할 경우 토종 ICT 인프라가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무조건 배격하는 것도 답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AWS를 예로 들자면, 공공부문의 클라우드 도입에 있어 미국 기업인 AWS를 100% 맹신하는 것은 지양해도 최소한의 기회비용을 냉정하게 따져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 넷플릭스도 국내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최강의 포식자
글로벌 ICT 기업의 국내 시장 공략이 빨라지며 유튜브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전체 앱 중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앱이 유튜브다. 유튜브는 어떻게 국내 시장을 석권했을까?

역차별 문제를 짚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다양한 규제를 받으며 비즈니스 모델을 가다듬고 있지만, 유한회사인 글로벌 ICT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규제에 자유롭다. 지난해 11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이용자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위치정보를 수집해 본사의 서버로 자동전송한 사태가 벌어졌으나, 국내의 방송통신위원회는 확실한 규제를 가하지 못했다. 사실상 민간인 정보사찰을 시도했지만 구글의 서버는 해외에 있기 때문에 국내 위치정보법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글로벌 ICT 기업들은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으나, 별다른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유튜브는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아프리카TV가 별풍선 규제, 판도라TV가 실명 확인제 등에 타격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명백한 특혜다.

유튜브를 둘러싼 망 사용료 분쟁도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통신사에게 1년 기준 약 7000억원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으나, 유튜브는 0원이다. 글로벌 ICT 기업이 규제 사각지대에서 자유를 만끽할 때, 가뜩이나 불합리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국내 ICT 기업들은 각종 규제에 시달리는 이중고까지 겪는 셈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유튜브의 강력한 동영상 인프라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다양한 1인 크리에이터를 포섭해 글로벌 동영상 시장을 석권한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VOD에서 시작해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시장을 개척한 유튜브의 능력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지상파 3사가 스마트미디어렙을 통해 국내 포털과 손을 잡았으나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핵심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능력의 차이다.

▲ 데일리모션이 국내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출처=데일리모션

"유튜브 아성 넘어라"
유튜브의 아성을 넘으려면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며,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튜브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노려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네이버의 글로벌 동영상 라이브 플랫폼 브이가 3년간 누적 재생수 34억건을 돌파했다고 1일 발표했다.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이용하는 글로벌 1524 세대의 비중은 79%이며 10대가 70%를 차지하는 등 젊은 동영상 플랫폼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2015년에 출시된 네이버 브이 라이브는 누적 다운로드 5700만을 기록하고 있으며 3년간 총 2만5177시간 라이브 됐다. 브이 라이브를 가장 많이 감상한 해외 국가는 필리핀, 일본, 미국 순이며 댓글을 통해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는 곳은 중국이다. 스타를 가장 적극적으로 팔로우하는 글로벌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글로벌 팬들은 터키어, 프랑스어, 폴란드어, 아랍어 등 총 58개 언어로 직접 자막 번역에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 네이버브이가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출처=네이버

네이버 브이는 유튜브처럼 일반인 콘텐츠가 아닌 셀럽 콘텐츠가 핵심이다. 확장성에 한계가 있지만 확실한 틈새시장을 잡았다는 말이 나온다. 네이버 박선영 리더는 “V앱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포맷기획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스타와 팬들이 가장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대표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며 “최근 베트남에서의 음악차트 및 음악방송 구축을 시작으로, 더욱 실험적인 콘텐츠 포맷 개발에 노력하는 한편, VR 등 고도화된 기술 개발 적용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시장 진출을 선언한 데일리모션 사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데일리모션은 프리미엄 콘텐츠 전략을 중심으로 지갑을 열 수 있는 성인층을 타깃으로 삼으며, 고도화된 광고 인터페이스 플랫폼과 브랜디드 콘텐츠 전략을 중심으로 국내 콘텐츠 업계와의 협력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유튜브의 기본 생태계 전략을 차용하면서도 생활밀착형 동영상 플랫폼의 지위는 버리는 한편, 넷플릭스처럼 매력적인 국내 콘텐츠 업계와 손을 잡으면서 광고와 브랜디드 콘텐츠 전략을 화두로 삼는 장면이 의미심장하다.

유튜브의 전략을 참고할 수 있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에 집중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아프리카TV에서 유튜브로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넘어간 것도 결국 수익배분과 관련된 논란이 시발점이었다. 최근 유튜브는 통신3사의 콘텐츠까지 빨아들이는 한편 실제 교육현장에 스며들어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풀어가는 장면도 연출했다. 핵심 플랫폼 인프라 외 다양한 저변 인프라 확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