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개발에 나서 배터리 업체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시장에 발을 들이기는 마찬가지다. 완성차 업체들은 파나소닉과 LG화학 등 전문 배터리 업체에서 이를 공급받았다. 그런데 이제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 친환경차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보이고 있다. 자체 배터리 생산 라인을 이용해 만들어낸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제조비용의 3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자동차 가격을 결정짓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차, 배터리셀 개발 나서나?

현대차는 이미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어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자동차는 의왕연구소에 배터리셀 등을 포함한 이차전지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국내 복수 배터리 공정 업체에 생산 설비 장비까지 발주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배터리 관련 생산·개발 경력 인력도 대거 충원하고 있다.

현대차는 우선 신설 설비를 테스트하는 파일럿 라인부터 시작해 배터리 개발, 생산 기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업계는 현대차가 의왕연구소에서 이차전지 셀 연구에 성공하면 충주 공장에서 본격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충주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모비스·LG화학의 합작법인 HL그린파워가 있다. HL그린파워는 전기차용 이차전지 팩을 제조하는 업체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같이 저용량 배터리를 요구하는 차에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점차 자체 배터리 채택을 늘려 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현대차의 국내 배터리 생산·개발은 1기가와트시(GWh) 미만의 작은 규모일 것으로 추정한다. 배터리를 연구하는 학계 전문가는 <이코노믹리뷰>에 “현대차가 의왕연구소에서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면 공장 구조 탓에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다”면서 “현대차가 생산하는 배터리는 LG화학과 같은 리튬이온 파우치 형태가 유력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배터리셀 영역은 일반 모듈 공정과 달리 전지 핵심 소재까지 다룬다”면서 “이 때문에 현대차의 기술력이 받쳐준다 하더라도 최소 2년 이상 개발기간이 필요하다. 현대차는 상당 기간 주요 배터리 업체와 거래를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그간 현대모비스가 LG화학,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온도나 전압 등을 관리해 주는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제작 공정을 거쳐 모듈 형태로 납품받았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셀과 이를 모은 모듈, 그리고 모듈을 모아 BMS를 탑재한 팩으로 구성된다.

현대차는 배터리 완성품 생산계획을 부인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코노믹리뷰>에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완제품을 직접 생산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본격 진출하는 등 배터리에 관심을 보여온 게 엄연한 사실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해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6월 핀란드의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바르질라와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맺었다. 바르질라는 에너지 분야 종합기술 제공 기업이다. 전 세계 177개국 이상에서 67GW 규모 발전 설비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지난 실적 발표 사례와 다르게 자동차 부품 전동화 사업 실적을 IR(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문서)로 공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2분기 현대모비스 전동화 매출은 36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전체 사업부문 중 가장 높은 20.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는 부품제조와 모듈조립이 각각 12.6% 오른 1조 7947억원, 5.9% 성장한 5조439억원씩이다.

배터리 개발 나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것은 현대차그룹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배터리사업에 열을 올리며 친환경차 시장 주도권 장악에 나서고 있다.

독일 자동차 기업 다임러그룹은 7월 27일 독일 진델핑겐과 운터튀르크하임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갖출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다임러는 이미 독일 카멘즈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베이징, 방콕, 미국 앨라배마주 투스컬루사 공장에 배터리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독일 고급 자동차 기업 BMW는 지난해 말 독일 뮌헨에 배터리 연구소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투자금액은 4년간 약 2억유로다. BMW는 2019년 초 연구소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일본 혼다는 차세대 자동차 배터리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토요타는 이보다 앞서 7월 18일 파나소닉과 배터리 합작사인 PEVE 미야기현 공장에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라인 2개를 신규 건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PEVE 미야기현 공장에서는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을 위한 4, 5라인이 건설 중이다. 토요타가 신규 생산라인이 준공도 되기 전에 신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처음이다. 앞서 토요타는 2030년까지 전기차를 550만대 이상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장안자동차는 현지 배터리 생산 업체인 BYD와 손을 잡고 충징에 10GWh 규모 대형 배터리 생산 공장을 합작 설립키로 했다. 이들은 합작 공장 설립계획에 따라 5~6GWh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고, 이후 4~5GWh 규모 공장을 추가 지을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플랫폼을 공동으로 구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