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와치 그룹 소속 시계 브랜드. 출처=harriewaasdorp

[이코노믹리뷰=김수진 기자] 스와치 그룹이 바젤월드를 떠난다. 스와치 그룹은 오메가, 브레게, 블랑팡같은 명품 시계 브랜드부터 캘빈클라인 워치, 스와치 등 중저가 패션 시계 브랜드까지 다수의 브랜드가 포함된 세계 최대 시계 제조 업체다. 매년 3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바젤월드는 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로 스와치 그룹과 더불어 롤렉스, 파텍필립, 태그호이어 등 유수의 시계 브랜드가 신제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스와치 그룹의 바젤월드 불참 선언은 29일(현지시각) 스위스 일간지 노이에 취리허 자이퉁(Neue Zürcher Zeitung)의 보도로 알려졌다. 닉 하이예크(Nick Hayek) 스와치 그룹 회장은 해당 보도를 통해 “스와치 그룹은 내년부터 바젤월드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급격하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더는 박람회가 큰 의미가 없다”며 “바젤월드가 열리는 건물의 건축 비용을 대신 갚아주기 위해 박람회에 참가하는 게 아니다”라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스와치 그룹의 불참 선언으로 바젤월드는 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라는 위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바젤월드의 위기가 대두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근 2년 동안 약 850개 브랜드가 바젤월드를 떠났고 올해는 전년 대비 절반에 불과한 650개 브랜드만 바젤월드에 참석했다.

▲ 브레게의 바젤월드 부스 전경. 출처=바젤월드

뉴욕 시계전문웹진 <호딩키>의 조 톰슨(Joe Thompson)은 바젤월드의 비싼 전시 비용과 낮은 투자 효율, 주최 측의 경영 실패를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스와치 그룹은 바젤월드 참가 비용으로 매년 5천만 스위스프랑(한화 560억원) 가량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올해 바젤월드에 불참한 모바도 그룹은 바젤월드에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1천만 달러(한화 112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절약했다.

 

▲ 오메가의 바젤월드 부스 전경. 출처=바젤월드

디지털 주문 방식 또한 바젤월드의 위기를 촉발했다. 한 스위스 시계 브랜드 CEO는 “많은 브랜드들이 시계를 판매하기 위해 더 이상 박람회에 의존하지 않는다. 주문과 재주문 모두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사샤 모에리(Sascha Moeri) 칼 F. 부케러(Carl F. Bucherer) CEO는 “20년 전만 해도 바젤월드에서 한해 매출의 70~80%가 처리됐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바젤월드 주문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 더 이상 브랜드들은 바젤월드에서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다. 대신 박람회 전시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에 투자한다. 이미지 투자 비용 치고는 바젤월드 참가 비용이 비싼 건 사실이다”고 꼬집었다.

 

▲ 전임 바젤월드 총괄 디렉터 실비 리터(Sylvie Ritter). 출처=바젤월드

바젤월드 주최 측의 안일한 경영도 지적받고 있다. 익명의 스위스 간부는 “오랫동안 바젤월드를 운영한 실비 리터(Silvie Ritter) 바젤월드 총괄 디렉터와 그의 팀은 마치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벽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에서 앞 상황이 아닌 차 안을 보고 있는 꼴이었다”고 비판했다. 수백 개의 브랜드가 바젤월드를 떠나자 주최 측은 박람회 기간을 8일에서 6일로 단축하고 부스 가격도 인하했지만 눈사태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올해 바젤월드 개막 전날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에서도 주최 측의 안일한 태도가 드러났다. 바젤월드를 주최한 MCH 그룹의 르네 캄(René Kamm) 회장은 무슨 이유에선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참가 브랜드 수가 급격히 감소한 데에 대해 실비 리터는 양보다 질에 집중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질의응답 순서는 생략됐다.

▲ 티쏘의 바젤월드 부스 전경. 출처=바젤월드

이달 초 바젤월드 주최 측은 바젤월드 총괄 디렉터를 실비 리터에서 미셸 로리 멜리코프(Michel Loris-Melikoff)로 교체했다. 미셸 로리 멜리코프는 어제(30일, 현지시각) 스와치 그룹의 불참 선언에 대한 입장과 2019 바젤월드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그는 “스와치 그룹의 불참은 대단히 유감이다. 그러나 쇼는 계속된다. 2019 바젤월드에선 수많은 새로운 포맷과 아이디어가 구현될 것이다. 독립 시계 제작자들의 아름다운 시계를 메인 홀 1층(HALL I.0) 남측에 전시할 것이고 메인 홀 2층(HALL 1.1)엔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는 메티에 다르 워치를 위한 전시 공간을 마련할 것이다. 메인 홀 3층(HALL 1.2)에선 세계 최고 보석 업체들의 신제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240° LED 스크린이 설치된 전시 공간은 프레스 데이와 리테일러 회담 장소로 사용될 것이다. 또한 그간 박람회장 주변에서 해결해야 했던 식사 문제를 박람회장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식음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고 바젤 지역 호텔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박람회 참석 브랜드 관계자들과 방문객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숙박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 방문객으로 가득찬 바젤월드 메인 홀 입구. 출처=바젤월드

스와치 그룹의 불참 선언이 롤렉스와 파텍필립 등 주요 브랜드들의 이탈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미셸 로리 멜리코프는 “스와치 그룹을 제외한 다른 주요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은 2019 바젤월드에 참가한다”고 답변했다. 큰 손이 빠진 바젤월드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모든 노력을 기울여 2019 바젤월드의 성공을 자신했다. 미셸 로리 멜리코프는 “우리는 새로운 스타일과 생각의 전환으로 매력적인 박람회를 개최할 것이다. 2019 바젤월드의 성공이 미래에 스와치 그룹이 다시 바젤월드로 돌아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 섞인 기대와 함께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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