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더 초이스> 이영도 지음, 황금가지 펴냄

[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그가 간절히 되살아나길 바란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소설 <오버 더 초이스>는 이런 간절함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전제로 시작한다. 
판타지 문학이라는 장르에 속하는 이 소설은 엘프, 늑대인간, 오크, 인간 등 다양한 종족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마을의 경비대장 조수 티르 스트라이크를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가 펼쳐진다. 
평화롭던 이 마을에는 탄광이 무너져 그 안에 소녀가 갖히는 사고가 일어나고, 마을의 사람들은 힘을 합쳐 그를 구하려 애쓰지만 결국 실패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사고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여행자들이 탄 것으로 보이는 마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그 마차 속 유일한 생존자 소년은 어딘지 모를 비밀을 지니고 있다. 
티르 스트라이크는 특유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소년의 신분을 추측해내고, 소년이 지니고 있던 신비한 보라색 검을 보관하게 되면서 사건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소설의 세계관을 기준으로 정의한다면, 마을 '사람'들은 다양한 '종족'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다. 작가는 인물들의 성격을 각 종족의 특징으로 삼는데, 예를 들면 신체 능력이 발달하고 공격성이 강한 경비대장은 '오크'이고, 침착하며 공정하고 사리분별이 있는 판사보는 '엘프'인 식이다. 
소설 속 유일한 '인간'으로 등장하는 티르 스트라이크의 캐릭터는 그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끊임없이 자기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과오를 되새기는 그는 자기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인물이다. 인간성, 즉 인간다움에 대한 작가의 정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탄광이 무너지는 사고로 딸은 잃은 어머니는 음독자살을 기도하고, 그녀는 혼수상태에 있다가 깨어나지만 이내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게 된다. 즉 그녀의 '성격'이 변화한다. 온순하고 자애로운 어머니였던 그녀는 자기 딸의 '친구'를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에 동네 아이들을 공격하는 살인마가 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끊임없이 반복하는 메시지는 '죽은 이가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끝난 생명이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솔깃한 말은 많은 이들에게 유혹을 발휘한다. 스승을 잃은 마법사는 위대한 마법을 전수받고 싶다는 생각으로, 약혼녀를 잃은 남자는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는다. 
보라색 검, 마차 사고 속 생존자 소년, 자살을 기도한 어머니, 티르 스트라이크와 이들을 둘러싼 인물들은 부활이라는 개념에 대해 각자 '종족'의 사고방식대로 이해하고, 이들은 끊임없이 자기 종족의 관점을 제시하며 점점 '부활론'은 결론이라는 실체를 맞이한다. 
진정한 부활이란 무엇일까, 아니 그 전에 부활이란 정말 가능한 것일까. 소설은 죽음, 부활, 종말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재기발랄한 문체로 풀어나간다. 
<오버 더 초이스>는 20년 전, 그간 <반지의 제왕>으로 대표되었던 판타지 문학에 '한국형 판타지'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얻으며 데뷔한 <드래곤 라자>의 작가 이영도의 신작이다. 마지막 장편 소설 이후 10년 만에 복귀했지만, 출판사 '황금가지'의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서 이미 수십만번의 유료 완독을 기록할 정도로 열혈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소설은 "거룩한 신의 섭리 속에 이루어진 죽음이니만큼 이 또한 축복이라고 여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삶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믿는 것은 어렵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한 그들은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힘들다"라는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