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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여담] 투톱 모델 기용의 경제학"다 가지고 싶으면? 투톱이지"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우리는 흔히 최전선에 선 두 명을 두고 '투톱(two top)'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축구에서 나온 명사인데 최정방 공격수를 두 명 두는 일, 또는 그런 공격수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비단 축구에만 쓰는 단어가 아닙니다. 한 조직이 외부 공략에 나서며 내세우는 두 명의 선봉장. 우리는 그들을 일반적으로 투톱이라고 부릅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 '영혼의 투톱'이라는 표현도 쓰지요.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학창시절 축구 동아리에서 영혼의 투톱으로 활동하며 상대팀에 영원한 편안함과 안도감을 주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난 널 원해"
기업 마케팅에서도 투톱 모델을 기용하는 일이 많습니다. 정말 많은 사례가 있지만 2003년 애니콜 광고는 투톱 모델 기용의 전설입니다. 당대 최고의 배우 두 명인 배우 이서진과 가수 이효리가 애니콜을 들고 주성치 스타일의 정통 충사위를 벌입니다. 전화벨이 울리고 이서진이 말합니다. "나 지금 작업 중이야" 애니콜은 그 순간 세계 최고의 전화기가 됐습니다.

기업들은 왜 거금을 들여 모델을 두 명 기용할까요? 돈이 너무 많아서 주체할 수 없기 때문일 수 있겠지만, 당연히 마케팅적 측면에서 노릴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화장품 전문 브랜드 제이준코스메틱의 사례를 볼까요? 제이준코스메틱은 지난 5월 중국의 판빙빙, 한국의 서현을 투톱 모델로 삼습니다. 중화권 톱스타 판빙빙을 통해 글로벌 이미지를 살리고, 소녀시대 서현을 통해 2030 세대의 세련된 여성상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최근 주류업계도 투톱 모델 기용이 많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모델로 아이유와 박서준을, 롯데주류는 클라우드 모델로 김혜수와 김태리를 선택했습니다. 하이트진로를 먼저 보겠습니다. 아이유로 대표되는 깔끔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와 편안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은 친구 느낌의 박서준을 동시에 기용해 2030 세대 전체를 아우르겠다는 뜻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지금 누군가와 소주 한 잔 하고 싶다면 당연히 아이유와 박서준 아니겠어요? 모두 커버가 됩니다.

롯데주류의 김혜수와 김태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륜있는 배우 김혜수는 카리스마 넘치는 멋진 회사 팀장님같고, 김태리는 보기만 해도 흐뭇한 열정 넘치는 신입사원같습니다.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퇴근 후 누구와 클라우드를, 구름처럼을 말아...아니, 마시겠습니까? 김혜수와 김태리 둘 중 하나가 아닐까요?

투톱 모델 기용은 한 기업이 추구하는 넓은 타깃층을 효과적으로 잡아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라고 합니다. 여기서 '모델이 많으면 많을수록 타깃층이 더 넓어져 좋은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오는데, 그건 또 아니라고 합니다. 기업이나 상품을 대표하는 모델의 숫자가 너무 많아지면 마케팅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프로듀스 101이 총출동해 화장품을 각기 다른 콘셉으로 설명한다면? 좋은 것은 둘째치고 화장품 브랜드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직방의 광고모델 이동욱. 출처=직방

직방의 투톱 모델 기용 "재미있네"
최근에는 스타트업도 투톱 모델을 기용합니다. 부동산 스타트업 직방이 대표적입니다.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많습니다.

직방은 2014년 개그우먼 김지민, 2015년 배우 주원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배우 이동욱과 아이돌 출신 구하라를 모델로 기용했습니다. 이동욱과 구하라가 클럽에서 춤을 추다가 함께 도배작업이라도 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타깃에 대한 정교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습니다.

기업이 마케팅을 위해 모델을 고용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많이 있지만 최우선 고려순위는 당연히 '우리 기업의 콘셉과 맞느냐'와 '타깃 고객과 어울리느냐'로 압축됩니다. 후자에 집중해봅시다. 부동산도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분류되지만 단순히 음식배달이나 숙박을 예약하는 행위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많이 써봐야 수 십만원 내외인 음식배달, 숙박과 비교해 부동산은 거금이 움직이는 중요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부동산 스타트업이 지나치게 가벼운 모델을 기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를 보는 고객들은 '아, 재미있네 여기서 집 계약해야지'라는 생각보다 왠지 저 촐삭거리는 모델이 최소 2년은 살아야 하는 내 집을 홀라당 말아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신뢰감이 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직방의 이동욱 기용은 큰 돈이 움직이는 부동산의 특수성과, 스타트업의 새로운 기술력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광고를 보세요. 세련된 도시남 이동욱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아파트 시세를 분석하고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매물 내부를 확인합니다. '아파트도 이제 기술로 구할 때'라며 직방을 소개해요. 아파트에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는 30대에게 세련되고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하기에 배우 이동욱은 최적의 모델입니다. 무게감과 세련된 감각이 공존하는 배우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동욱이 3040 세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점입니다. 신혼부부부터 결혼 10년차 내외 부부들 사정을 봅시다. 그들이 집을 구할 때 누가 주도권을 잡나요? 이동욱에 호감이 있는 3040 여성입니다.

구하라는 조금 다릅니다. 구하라는 '구하라 구하라 오피스텔~ 구하라 구하라 원룸투룸~ 구하라 구하라 직방으로~'라는 발랄한 노래와 함께 등장합니다. 드라마 ‘대장금’을 연상케 하는 노래에 맞춰 춤까지 춥니다. 감이 옵니다. 20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을 타깃으로 한 광고 모델입니다. 광고 채널 역시 20대가 즐겨 찾는 유튜브와 코미디, 드라마 채널에 맞췄다는 설명입니다.

▲ 직방의 광고모델 구하라. 출처=직방

이제 투톱 모델 기용을 통해 단순히 타깃층의 확대가 아니라, 정교한 분석의 시대가 왔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직방은 생애주기에 따른 주거형태를 분석해 두 명의 모델을 기용했다고 합니다. 토지주택연구원에 따르면 대학교에 진학해 사회에 진입하기 시작하는 20대는 주로 보증부월세(51.5%)의 형태로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학교 또는 회사로의 통학(통근)거리를 고려해 거주지를 결정, 원룸 또는 오피스텔을 주로 찾는다고 하지요. 직방 모델 구하라가 책임지는 타깃층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 결혼 평균 연령은 남 32세, 여 29세로 평균 30대 접어들면서 가족을 꾸립니다. 그렇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일단 넘어갑시다. 자녀를 출산하기까지의 3039세대를 초기 가족 형성기로 보는데, 자가 비중보다 전세 비중이 높고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라고 합니다. 결혼코호트별 주택점유형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결혼 9년차부터 자가의 비중(45.5%)이 전세 비중(32.6%)을 초월하기 시작해 아파트의 주거 형태로 진입한다고 합니다. 직방 모델 이동욱이 책임지는 타깃층입니다.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시중은행은 최근 안정감과 신뢰도를 가져가면서도 젊은 2030 이용자층을 잡기 위해 투 트랙 전략을 쓰기도 합니다. KB국민은행이 2030을 노린 ‘스타뱅킹’ 모델로 아이돌 방탄소년단과 위키미키를 발탁하며 신뢰도 있는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고자 배우 이승기,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동시에 모델로 내세운 이유입니다.

직방은 원래 원룸과 투룸 등 구하라 타깃에서 출발해 지금은 아파트를 아우르는 이동욱 타깃으로 확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회사의 성장에 따라 고객 타깃의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더욱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투톱 모델 기용의 경제학에 더욱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마케팅 전략의 발전이겠지요. 직방 김필준 마케팅 이사(CMO)는 “소비자의 이용행태를 관찰해보면, 결혼을 기점으로 찾고자 하는 집의 형태와 우선순위, 관여도가 완전히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우리는) 결혼 전과 결혼 후 두 가지 이질적인 타깃군을 하나로 합치는 것보다 분리해서 마케팅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역시, 재미있습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8.07.27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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