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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철학 찾기 ④] 우린 정말 앞으로 가고 있을까?
이준형 토톨로지 대표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8.08.02  10:50:11
   

얼마 전, 한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분께 들은 이야기다. 현재 사회에 다소 비관적인 예측을 담은 어느 책을 읽고 ‘앞으로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했다고 한다. 주최자분께선 나름 열띤 토론을 기대했는데 결과는 자못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왜냐면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사회가 진보할 것이며, 퇴보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부 현상들은 차차 해결될 것’이라는 취지로 이야기했기 때문.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여기 이런 생각에 격하게 공감했음직한 철학자가 있다. 바로 18세기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이다. 그는 오로지 이성만으로 세상의 진보가 가능하다고 믿었던 계몽주의자들과 달리, 인간의 역사성에 주목했다. ‘변증법’이라 불리는 그의 이론은 인간 사회의 역사성과 발전 과정을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에 따르면 모든 개념(정)은 모순되는 개념(반)을 내포하며, 이 모순은 보다 새롭고 풍부한 개념(합)이 나타남에 따라 해소된다. 가령 ‘자유’라는 정이 있다면 이에 반하는 ‘속박’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며, 둘 사이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한 ‘법’ 체계가 세워지는 식이다. 물론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과정은 점차 높은 수준에서 되풀이 되며, 우리 사회는 그만큼 진보하게 된다.

하지만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이자 생화학자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자신의 대표작 <파운데이션>을 통해 이런 견해를 통렬히 비판하는 듯하다. 책의 줄거리는 이렇다. 때는 은하 기원 1만 2000년 경, 이미 인류가 지구라는 하나의 행성에 살았다는 것도, 제1은하제국이 아닌 다른 체제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잊혀져 버린 시절이다. 그곳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해리 셀던은 자신이 개척한 학문인 심리역사학을 통해 인류와 제국의 미래를 예측한다. 심리역사학이란 인류의 미래를 판단하는 일종의 예측 학문이다. 그는 인간 개인과 달리 인간 집단은 통계를 통해 미래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상으로 삼는 집단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정확성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그는 수 천 조에 달하는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끝에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제1은하제국은 멸망할 것이다.

그는 제국의 외면은 여전히 화려하고 강력하지만, 믿음과 상식을 거부한 결과로 결국 쇠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람들은 과학과 이성을 진보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멈춘지 오래고, 제국은 그 외곽부터 점차 영향력을 잃고 있었다. 그는 이러한 사태를 그대로 놔둘 경우 3만 년이라는 오랜 기간을 혼한 무정부 상태로 보내야 한다며 사람들을 설득했다.

제국의 시민들은 그의 이러한 예측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의 말에 공감하고, 다시 사회와 제국의 발전을 향해 나아가자며 으쌰으쌰 힘을 더했을까? 물론 아니었다. 오히려 그를 보며 ‘불길하다’고 손가락질했고, ‘허튼 소리 하지 말라’며 린치를 가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제국 곳곳의 이상현상을 알아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기간시설 곳곳이 고장나기 시작했고, 이를 고치고 개선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해졌다. 제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는 조직이 곳곳에서 생겨났으며, 사람들의 삶은 점차 피폐해져 갔다. 사람들은 믿지 않은 것이 아니라 믿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그럼 잠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자. 오롯이 진보와 발전만을 거듭하고 있는가? 환경 문제에 무심한 끝에 북극의 넓고 광대한 빙하는 한줌 얼음 조각으로 남게 되었고, 세계 곳곳은 분쟁과 폭격으로 신음 중이다. 타인에 대한 차별과 냉소는 지극히 현재진행형이다. 시간이 지난 뒤, 우린 과연 이것이 합을 위한 반의 과정에 불과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소설 속 주인공인 해리 샐던은 오랜 기간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나의 방책을 세운다. 이를 극복할 집단이자 국가인 파운데이션을 설립하고 이들이 진보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어쩌면 지금의 우리에게도 파운데이션이, 진정한 합을 위한 노력과 깨달음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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