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2019년 세제개편안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초미의 관심사인 맥주 종량세 전환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주류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한 매체 인터뷰에서 “맥주 종량세 전환은 조세 형평성과 함께 소비자 후생 측면까지 고려돼야 한다”면서 “맥주의 생산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현행 맥주 주세법(종가세)을 종량세로 전환하는 안은 신중하게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맥주 주세는 생산 가격에 일정 비율의 세율을 적용하는 종가세 방식이다. 국내 주류업계는 종가세 적용에 불만이 많았다.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그리고 이윤을 더한 가격에 세율이 적용되는 국산 맥주에 비해 수입업체가 임의대로 신고하는 수입 신고가격(관세포함)에 세율을 적용하는 수입맥주는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받았다. 이러한 세금 체계에 대해 업계는 국산 맥주에 대한 세금 역차별을 주장해왔다. 

정부는 업계의 불만사항을 반영한 맥주 종량제 방안을 제안했다. 국내 업계는 대체로 세제 개편을 환영한다. 특히 저가 수입맥주의 무분별한 유입에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수제맥주 업체들은 개편 논의 소식을 반기고 있다.   

수제맥주 업체들은 정부가 제안한 종량세 기준(1리터에 800∼900원)으로 세법이 개정되면 소매점에서 500㎖ 한 잔에 4000∼5000원대로 판매되는 수제맥주의 가격을 약 1000원 이상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OB, 롯데주류 등 우리나라에서 맥주를 생산하는 대기업들도 수입 맥주에 비해 약한 국산 맥주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종량세 전환을 환영한다. 

▲ 국내 수제맥주 업계는 맥주 종량세 전환을 원하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그런데 맥주 종량세 전환이 이뤄지면 ‘1만원에 4캔 맥주가 사라진다’거나 ‘대기업들만 배불리는 조치’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세재 개편을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맥주 종량제 전환을 반대하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정부가 맥주 종량세 전환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업계는 사실상 2019년 세제 개편안에서 맥주와 관련된 내용이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수제맥주협회와 하이트진로·OB맥주 노조는 "공정한 과세 제도와 소비자 효용의 관점에서 맥주 종량세는 신속하게 도입돼야 할 제도"라는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내 정부의 세재 개편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여기에 대해 업계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공존하고 있다. 국내에서 맥주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은 종량세 전환을 반기고 있다. 저가로 대량 유입되는 수입맥주에 대해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에서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로 맥주를 ‘수입하는’ 대기업들은 종량세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이전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할 수 있던 맥주의 판매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맥주 종량세 전환을 반대하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주류업계는 ‘1만원에 4캔’ 맥주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인기 맥주 브랜드를 수입하는 업체들의 의견이 정부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종량세 전환은 소비자들이 품질 좋은 맥주를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마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음에도 마치 이전까지 저렴하게 즐겨 온 수입맥주가 없어지는 것처럼 와전됐다”면서 “우리나라 시장의 구조를 고려하면 종량세 전환은 소비자 지향의 제도”라고 말했다.

물론 2019년 세제 개편에 포함되는 내용이 아직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종량세 전환이 완전 좌절됐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다. 또 종량세로 전환이 된다고 할지라도 맥주 단위에 얼마의 세금을 부과하는가에 따라 각 업체의 의견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세금 1원이나 세율 1%의 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세액 부담, 제품 가격에 대해 제조업체와 수입업체의 의견이 극명하게 달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