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음원 스트리밍 업계의 재편이 빨라지고 있다. 카카오M의 멜론이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가 주요 주주로 있는 지니뮤직이 CJ ENM 자회사인 CJ디지털뮤직을 흡수합병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3개 엔터테인먼트가 함께 새로운 음원 플랫폼 등장을 예고한 가운데 유튜브 등 외국계 기업의 등장과 큐레이션 서비스 트렌드도 눈길을 끈다. 음원 저작권 현안까지 겹치며 국내 음원 스트리밍 업계가 시계제로 상태에 빠지고 있다.

▲ 지니뮤직이 CJ의 손을 잡는다. 출처=지니뮤직

합종연횡...판이 새롭게 짜여진다

음원 업계의 맹주는 다운로드였다. 애플의 아이튠즈를 기점으로 음원 다운로드 시장이 전체 음원 시장을 선도하며, MP3는 물론 스마트폰 시장의 초기까지 호령한 바 있다. 변화는 통신 네트워크의 발전과 함께 찾아왔다. 3G와 4G를 거치며 스트리밍 속도와 질이 빠르게 개선되며, 굳이 단말기에 음원을 다운로드할 필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음원 시장은 스트리밍이 다운로드를 압도하는 모양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시장조사업체 PwC의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2017 해외 콘텐츠 시장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음원 다운로드 시장의 규모는 스트리밍과 비교해 31%에 불과하다. 2016년 기준 다운로드 시장은 34억8500만달러를 기록해 66억5000만달러의 스트리밍 시장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머물렀고, 2021년 다운로드 시장은 11억달러로 축소해 170억달러로 성장할 스트리밍에 밀려 사실상 명맥이 끊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업계의 최강자는 카카오M의 멜론이다. 4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M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5월 카카오는 카카오M을 합병하는 한편 음악 콘텐츠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카카오의 데이터, 플랫폼,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카카오 3.0을 맞아 카카오M을 중심으로 음원을 넘어서는 플랫폼 경쟁력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카카오M 이제욱 대표는 “멜론은 그동안 음악 콘텐츠와 플랫폼의 유기적 결합으로 견실히 성장해왔지만 이제 음악은 멜론뿐만 아니라 더 큰 카카오 플랫폼과 함께, 그리고 콘텐츠는 음악과 영상을 아우르는 사업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M의 강세가 여전한 가운데 가입자 250만명의 시장 점유율 2위 지니뮤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25일 이사회를 열어 CJ디지털뮤직과 합병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합병절차가 끝나면 1대 주주는 KT, 2대 주주는 CJ ENM, 3대 주주는 LG유플러스가 된다. 콘텐츠 전략을 강화하면서도 음원 경쟁력과의 시너지가 없어 고민한 CJ와 두 통신사가 결합했으나 멜론의 아성을 넘지 못해 걱정한 지니뮤직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다.

지니뮤직은 지난해 LG유플러스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디지털 음악 플랫폼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국내 음악시장을 이끄는 주요 콘텐츠 사업자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전략을 구사했으나 멜론의 벽을 넘지 못해 번번히 좌절한 바 있다. CJ디지털뮤직의 점유율은 국내 톱5에 들어가지 않는 중위권 수준이지만, 지니뮤직이 CJ라는 강력한 우군과 만났다는 점이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지니뮤직이 멜론과 양강구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SK텔레콤도 조만간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멜론을 매각한 후 5년만에 재차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재진출하는 셈이다.

SK텔레콤은 1월31일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서울 을지로 2가 SK텔레콤 본사에서 음악사업 협약식을 갖고 연내 음악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협약식에는 SK텔레콤 노종원 유니콘랩스장, SM엔터테인먼트 김영민 총괄사장, JYP엔터테인먼트 정욱 대표, 빅히트 엔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가 참석했다.

전통적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인수하는 것이 아닌,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핵심 제작집단과 손을 잡은 지점이 의미심장하다.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자체적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회사를 설립하며 더욱 사업 전면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멜론과 지니뮤직 등 기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특히 인공지능 스피커와 연동되는 사업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아이리버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콘텐츠를 멜론, 지니 등 음악 플랫폼 사업자는 물론 신나라, 핫트랙스 등 음반 도소매업체에 공급하는 대목도 중요하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외연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SM엔터테인먼트와 깊은 유대관계를 맺으며 공동으로 ‘위드’라는 별도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과 팬덤을 연결해 SK텔레콤의 플랫폼으로 풀어내는 다양한 로드맵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은 개인 맞춤형 콘텐츠 소비가 가능하도록 인공지능 기반의 데이터를 분석, 개인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와 연동해 음성 인식 스피커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In-Vehicle Infotainment)의 핵심 콘텐츠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 SK텔레콤이 음원 시장에 재진출한다. 출처=SKT

시장 전망은 '유동적'

카카오M 멜론의 강세와 지니뮤직의 CJ디지털뮤직 합병, SK텔레콤의 등판에 따라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은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스피커와의 결합, 5G 생태계 시장의 성장도 점쳐지고 있다. 인공지능 인터페이스의 시작이 음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은 초연결 ICT 생태계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이 건전한 경쟁에 이은 선순환 생태계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업체들이 경쟁을 통해 키워놓은 음원 스트리밍 시장이 한 순간에 글로벌 업체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 5월 유료 모델인 유튜브 레드를 없애고 새로운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유튜브 레드의 기존 서비스에 유튜브 뮤직 서비스가 더해지는 구조며 월 11.99달러의 가격이 책정됐다. 유튜브 프리미엄의 등장은 곧 유튜브의 음원 스트리밍 시장 진출을 의미한다. 유튜브는 현재 국내 동영상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으며, 다양한 음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만약 유튜브 프리미엄이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면 다양성과 동영상 시장의 시장 장악력을 무기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

아직은 가능성이지만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강자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설도 들린다. 2008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스포티파이는 시장의 트렌드를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바꾸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점유율 40%의 위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 상상할 수 없는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애플뮤직은 LG유플러스와 협력해 국내에 진출했으나 아직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 방은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5월16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유료와 무료 모두 합쳐 회원이 5000만명을 돌파했다"면서 "매월 유료 회원수가 200만명씩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성장세는 스포티파이를 압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국내시장 공략이 시작되면 애플뮤직의 진가를 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음원 저작권 문제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 등 4개 신탁관리단체의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수용했다. 창작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음원 수익 분배비율을 조정하고 과도한 저작권료 할인율 개선을 골자로 한다.

창작 환경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만 음원 업체들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내년부터 스트리밍 상품의 권리자 수익배분 비율이 65%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업체에만 해당될 뿐, 구글 유튜브나 애플뮤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규정을 자동결제 가입자에게는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대목도 논란거리다. 가입자가 다른 서비스로 가면 높은 가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현행 시장 점유율 유지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3월 모바일 음원 기준 멜론이 1위, 지니뮤직이 2위, 카카오뮤직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네이버뮤직은 4위, 벅스가 5위다. 1위와 2위인 멜론과 지니뮤직을 제외하면 톱5 서비스 중 3위부터 5위 서비스는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이용자수가 하락했다. 전체 음원 시장과는 차이가 있지만 음원 스트리밍 시장 전반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지는 빨라지는 상황에서 문광부의 결정은 시장의 고착화를 유도할 수 있다.

▲ 모바일 음원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하다. 출처=와이즈앱

결론은 시너지, 그리고 큐레이션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빛과 그림자가 선명한 가운데, 답은 시너지와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니뮤직이 KT와 LG유플러스가 만나 콘텐츠의 CJ와 손을 잡는 장면처럼 음원과 다양한 산업 인프라가 화학적인 결합에 나서는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과의 만남과, 5G 시대를 맞아 콘텐츠, 플랫폼 전반의 획기적인 사업적 설계가 필요하다.

새로운 서비스도 발굴해야 한다. 최근 다양한 음원 큐레이션 전략이 등장하는 이유다. 카카오와 카카오M의 결합은 카카오톡과 음원 스트리밍의 만남으로 풀이되며, 멜론은 최근 인공지능 기반 뮤직봇인 로니를 공개했다. 음원 큐레이션을 통해 플랫폼의 결합을 꾀하는 방식이다. 지니뮤직도 유사곡 추천과 같은 다양한 데이터 기술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네이머 뮤직도 나섰다. 인공지능 기반 음원 큐레이션 플랫폼 바이브다. 개인화 경험을 강화하고 주변 맥락까지 고려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눈길을 끈다.주요 차트가 아닌 개인의 취향을 중심으로 제공되는 음원 서비스를 골자로 한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노하우와 콘텐츠 역량을 갖춘 YG와 다각적으로 협력, 시너지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 네이버의 음원 큐레이션 서비스 바이브. 출처=네이버

바이브가 제공하는 인공지능 DJ도 있다. 곡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분석한 인공지능이 현재 곡과 다음 곡을 자연스럽게 믹싱해 이어준다. 사용자들은 다양한 장르별로 구성된 다양한 인공지능 DJ 스테이션을 통해 자연스러운 디제잉을 즐겨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차트 탭에서는 기존 국내외 TOP100 등 주요 차트 외에도 발매 한달 이내의 곡으로 구성된 ‘급상승 차트’, 음악 인식 검색량을 기반으로 한 ‘음악 검색 차트’ 등 다양한 차트와 음악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박진이 바이브 기획리더는 “바이브는 ‘나의 취향’을 구심점으로 움직이는 차세대 뮤직 서비스”라면서 “더 많은 창작자들이 사용자들에게 자기 음악을 알리고, 사용자들은 자기 취향에 맞는 더 좋은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기술과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