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인터넷전문은행을 대상으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동안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촉구해온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의견에 동조한 것이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윤석헌 원장은 25일 국회정무위원회에 참석해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국가의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며 “특례법 형태로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금감원장 취임 전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자리에 있을 때만 해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관련 규제의 변화가 기대되는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출석해 현안 보고에 나섰다. 최 위원장은 주요입법 추진현황 중 첫 과제로 인터넷전문은행법을 꺼냈다.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제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은산분리는 비금융기업이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은행은 대출이 늘수록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규제 때문에 각각 설립을 주도한 KT와 카카오로부터 투자를 받기 어렵다.

최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등은 금융위원회의 노력만으로 실현하기 어렵다”며 “금융혁신 과제의 조속한 제도화를 위해 필수 입법안이 조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위원님들의 관심과 배려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장에는 민병두 의원, 정무위 간사에는 정재호 의원이 내정됐다. 두 의원 모두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찬성하고 있어 관련 법안의 상임위 통과가 어렵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24명의 정무위원 중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뚜렷이 반대의사를 밝힌 의원도 없다.

최근 케이뱅크는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실패했다. 일부 주주들이 불참하면서 300억원을 모으는데 그쳤다. 한국금융지주가 대주주인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IT기업이 큰 역할을 해야 하지만 정작 카카오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된다면 관련 문제들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실효성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내놓은 서비스의 대부분은 시중은행과 다르지 않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