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 도쿄 주오구의 한 회사에 시범설치된 타쿠벤 자판기. 출처=아사히신문

‘자판기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자동판매기로 도시락을 주문하면 점심 때 사무실로 배달받는 이른바 ‘도시락 주문배달 자동판매기’가 등장해, 특히 점심시간의 여유를 찾고 싶은 바쁜 직장인에게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아사히신문과 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산토리식품인터내셔널은 최근 음식점 예약 사이트를 운영하는 구루나비와 손잡고, 도시락 주문과 배달이 가능한 자동판매기 사업을 개시했다. 서비스명은 ‘타쿠벤(宅弁)’으로, 택배(宅配)의 ‘宅(타쿠)’와 도시락(弁当:벤토)의 ‘弁(벤)’을 합친 단어다.

현재 도쿄도 주오구의 한 회사에서 시범 실시 중인 도시락 주문 자동판매기의 주문방식은 자판기에서 음료를 구매할 때처럼 간단하다. 점심시간 이전인 오전 8~10시 사이에 자판기에 돈을 넣고 타쿠벤 전용 버튼을 눌러 주문하면, 이후 구루나비가 요일별로 배정한 회사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주문내역이 자동 전송된다. 주문내역에 맞춰 해당 레스토랑에서 갓 만든 도시락은 점심시간대인 낮 12시까지 사무실로 배달된다. 메뉴는 흔히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오늘의 메뉴처럼 한 종류지만, 월요일-장어덮밥, 화요일-돈까스덮밥 등 매일 바뀐다. 가격은 700엔(한화 약 7000원) 수준이다.

산토리식품인터내셔널은 우선 도쿄를 시작으로 고층빌딩에 사무실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까지 1000여 대의 도시락 주문 자동판매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산토리식품은 타쿠벤 서비스를 통해 런치난민 공략과 지역 외식상권 활성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일본의 도시락 주문배달 자판기는 바쁜 직장인 등 런치난민에게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아사히신문

보통 일본 오피스 거리의 점심시간대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낮 12시~오후 1시다. 점심시간 즈음에 많은 직장인이 음식점으로 몰리기 때문에, 음식점 수 대비 고객 수의 균형(밸런스)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우리도 강남·종로 등 회사 밀집지역에서는 낮 12시 전부터 식당에 직장인이 몰리면서, 빈 자리가 없어 오랫동안 줄 서는 직장인들을 자주 봤을 것이다. 특히 사무실이 빌딩 고층에 위치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것도 쉽지 않다. 이처럼 점심시간에 제 때 식사를 못하거나, 출발이 늦어 식당 앞에서 오랫동안 줄을 서는 직장인을 가리켜 일본에서는 런치난민이라고 부른다.

구루나비가 일본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은 현재 점심식사 환경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한 달에 한 번은 제대로 점심을 못 챙기고 있다고 답했다. 때문에 타쿠벤은 이러한 런치난민이 줄을 설 필요도, 식당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이 점심시간을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

타쿠벤은 외식업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보 세이이치로 구루나비 사장은 “타쿠벤은 식당의 일반 배달 서비스에 걸림돌이 된 배달원 확보 및 배달비용을 상당히 줄이는 효과가 있다. 식당 입장에서는 납품업체가 인근기업이며, 배달시간과 위치가 정해져 있어 결제·수금 작업이 필요 없다. 때문에 기존의 식당 인력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서비스다. 또한 이용자가 도시락 주문 자동판매기를 통해 인근 지역의 다양한 식당을 경험할 수 있고 도시락을 계기로 식당을 직접 방문할 가능성이 있어, 식당은 고객의 내점 유인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