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배달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22일 잠실 롯데호텔에서 치믈리에 행사를 열었습니다. 치믈리에 행사는 치킨 미각 능력자를 뽑는 행사며 지난해 열린 1회 행사에서는 총 119명의 치믈리에가 탄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치믈리에라는 단어는 치킨과 소믈리에의 합성어며, 국민 야식이 된 치킨의 맛과 풍미를 가장 확실하게 이해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격증이라고 보면 됩니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필기 시험은 듣기평가 5문제와 치킨에 대한 이론 문제 25개로 총 30문항. 듣기 평가는 치킨을 튀기는 소리만으로 몇 조각의 치킨을 튀겼는지를 알아맞히는 등 기발한 문제가 출제됐습니다. 사뭇 진지하게 소개를 했지만 사실 치믈리에 행사는 B급 재미에 방점을 찍은 소소한 이벤트입니다. 올해 민간 자격증으로 등록이 됐지만 냉정하게 말해 '재미있으려고 만든 행사'기 때문입니다. 그 재미있으려고 만든 행사에 불청객이 난입했습니다. 미러링(특정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자기들이 당하는 방식을 그대로 돌려주는 행위)이라는 청룡언월도를 꼬나쥐고 말입니다.

 

그들은 왜?

올해 행사는 개인일정과 맞지 않아 취재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행사는 현장에서 취재했습니다. 당시 분위기는 재미 그 자체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치킨 스티커를 머리에 붙이고 등장한 아기와 엄마, 치킨을 진지하면서도 흥미롭게 음미하는 외국인, 치킨 가면을 쓰고 나타난 남자까지. 국민야식과 배달의민족 주력 서비스의 교집합이 치킨으로 수렴됐고, 그 안에서 치믈리에는 일종의 축제가 된 셈입니다.

올해 행사도 순조롭게 진행되는듯 했습니다. 그런데 행사 초반 동물보호단체 소속 운동가 10여명이 갑자기 무대를 점거하고 기습시위를 펼치며 문제가 됐습니다. 이들은 '치킨은 살 안 쪄요. 치킨은 죽어'와 '30년 사는 닭이 30일 만에 죽네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배달의민족 광고 카피를 패러디한 일종의 미러링입니다. 이들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치킨을 먹지 말라고 할 수 없지만, 최소한 닭이 치킨이 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치믈리에 행사가 열리고 있다. 출처=배달의민족

동물보호단체 운동가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합니다. 치킨이 될 운명의 닭도 소중한 생명입니다. 그런데 닭이 치킨이 되는 과정에서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경각심을 알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이 치믈리에라는 행사를 열며 치킨을, 생명을 희화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배달의민족 행사장에 난입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한편 배달의민족이 벌이는 광고 카피를 미러링하며 규탄합니다.

운동가들의 이야기를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합니다. 강아지도, 소도, 치킨이 될 닭도, 나무도, 풀잎도 모두 소중한 생명이니까 당연히 소중합니다. 여기서 닭의 생명도 소중하면 비건(엄격한 채식주의자)이 목구멍으로 넘기는 식물은 소중하지 않냐는 극단적인 지적도 나오지만, 이 부분에 대한 논쟁은 일단 다른 영역으로 미룹시다. 닭이 치킨이 되며 가슴살을 키우기 위해 비윤리적인 수단이 동원되는 등의 문제도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단 닭의 문제가 아니며, 인간과 동물의 관계형성과 관련해 대단히 필요한 토론입니다.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진실을 알 수 있도록 해야죠. 운동가들의 주장은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따져봐야 할 것으로 가득합니다.

▲ 치믈리에 행사가 열리고 있다. 출처=배달의민족

문제는 방식

운동가들의 논리와 주장은 타당합니다. 가볍게 여기지 말고 생각해야할 지점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일은 '정당한 문제제기였으니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문제는 방식에 있습니다.

운동가들이 간과한 것은, 규탄해야할 방식입니다. 먼저 시기. 더운 여름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보양식을 찾는 바로 이 순간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진 것은 적절합니다. 그러나 방식은 틀렸어요. 극적인 효과를 노리면서 엄연한 생명인 치킨을 희화화한다는 이유로 배달의민족을 노렸으나 냉정히 말해 진짜 목적을 살리려면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닭사육장에 갔어야죠.

배달의민족이 정말 생명을 희화화한다고 생각하나요?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시각입니다.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겁니다. 배달의민족이 생명을 경시하고 이 세상 닭(생명)의 씨를 말리려고 음모를 꾸민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배달의민족을 규탄하면 사람들이 '아, 치킨도 생명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 반대급부로 배달의민족이 너무 큰 피해를 봅니다. 배달의민족은 치킨을 희화화했고, 배달의민족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치킨과 생명을 동일선상에 두지 않습니다. 이 부분이 잘못됐다는 생각으로 기습시위를 벌였겠지만 운동가들은 배달의민족 생각은 단 1%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동물운동가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지 않습니다.

운동가들은 미러링이라는 방식으로 배달의민족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으나, 이 전제부터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과격한 미러링에 따른 혐오의 감정은 결국 설득을 포기하며 확장성에 제동을 걸리게 만듭니다. 최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워마드의 미러링이 생각나네요.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으로 일관하는 방식은 '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아군이 될 수 있는 사람들'도 적으로 바꿔버립니다.

배달의민족은 법적인 책임을 물을 예정입니다. 배달의민족은 "참가자들 얼굴 앞에 대고 닭을 먹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이라고 말하고, 마치 그분들이 생명을 경시하는 것처럼 죄인 취급하며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엄마, 아빠를 따라온 어린 아이들은 겁에 질려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라면서 "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참여한 이들에는 본인들의 행동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행사에 끼친 직간접적 피해, 나아가 행사 참가자 분들의 정신적, 정서적 피해를 초래한 부분 등에 대해 수사 기관을 통해 정식 조사를 진행하는 등 엄중히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운동가들의 논리는 타당합니다. 그 논리를 전파하기 위해 다양하고 신선하며 파격적인 연출을 고민하겠지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배달의민족을 생명경시 조직으로 매도하며 논리적인 전제도 맞지 않는 잣대를 들이대는 미러링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라는 반응은 단기적으로 성과일겁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런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남의 피해는 생각도 하지 않고 막 나가는구나'라는 반응을 얻을까 걱정입니다.

이 걱정이 발전하면 '남 피해도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막 나가는 것을 보니, 이 사람들 논리도 문제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으로 번지지 않기를 기원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