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이번에 위기관리 워크숍을 하면서 매우 다양한 위기 유형들을 구경했습니다. 너무 다양해서 유형화가 헷갈릴 정도입니다. 기업의 위기 유형을 크게 분별해 볼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요? 그 유형에 따라 위기관리나 대응도 달라져야 하는 것 같아서요.”

[컨설턴트의 답변]

맞습니다. 기업의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 기준은 위기관리의 아주 중요한 시작입니다. 그 시각과 기준이 사내에서 정확하게 구축되어 있다면 그보다 멋진 위기관리 체계는 없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내부 논의와 고민들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위기관리 컨설턴트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위기를 인간의 부상이나 질병이라는 관점에 비유해 해석하고 있습니다. 일단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산시설 화재, 직원들의 대형 사고, 회사 자산에 타격을 가하는 재난, 재해 등은 인간사에 비유할 때 ‘사고로 인한 부상’ 개념과 유사합니다. 일단 자신의 의향 또는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한 부상이라는 개념이죠.

이에 대한 위기관리는 해당 부상을 재빨리 치료해버리는 것뿐입니다. 빠른 쾌유를 통해 일상생활에 신속하게 복귀하는 것이 목적이 될 것입니다. 반면 사고 이전에 사전에 할 수 있는 위기관리는 조심하는 것밖에 딱히 관리 방식은 없습니다. 예측이 어려운 외부 요인에 의한 사고라서 그렇죠.

그러나 그 외 상당수의 위기유형들, 예를 들어 VIP 부정, 기업 수사, 법적 위반, 갑질, 직원들과의 갈등, 고객 소송, 위해 제품 논란, 사내 폭행, 사내 성문제 등과 같은 것들은 인간사에 비유할 때 질병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런 질병이 발생하는 데 있어서 환자 자신의 책임도 상당 부분 존재하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이런 환자의 경우 평소 주변 의사들이 여러 질환을 우려하며 조언을 했을 것입니다. 담배를 끊어라. 술과 체중을 줄이고 운동하라. 짠 음식을 피하고 채식량을 늘려라. 여러 조언을 했음에도 그런 조언을 따르지 않아 질병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습니다.

질병 원인을 보면 당연히 평소 의사의 조언에 따르지 않은 것이 원인 중 하나가 되겠지만, 유전적, 환경적, 생활 스타일 측면 등 무척 다양한 원인들이 함께 존재하므로 어떤 원인을 딱 하나 고치면 질병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사전과 사후 위기관리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환자가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기만 해도 큰 다름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그 인간의 질병은 다시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당뇨나 고혈압과 같이 장기적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질병 유형이 있습니다. 또한 암이나 급성질환과 같이 단기적으로 압도적 치료를 해야 생존할 수 있는 질병 유형도 있습니다. 그에 따라 위기관리 방식은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평소 환자가 자신의 몸 상태를 지속적으로 둘러보고 의사의 조언을 듣고 그를 행하는 것만으로도 질병에 대한 가능성은 상당 부분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그에 더해 체력과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 운동과 식이 관리를 병행하면 그보다 좋은 사전적 위기관리는 없을 것입니다. 검진도 정기적으로 하고요.

반복적으로 다양한 질병을 앓아 눕는 기업은 그런 사전적 노력에 부족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알았음에도 돌아봄이 없었고,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았고, 다른 주변 사람들이 유사한 질병으로 쓰러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린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그 환자가 문제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일부 환자는 그 비판에 대응해 외부 유전적, 환경적, 생활 스타일의 문제를 주 원인이라 주장합니다. 운이 없다고 생각하고, 주어진 운명을 탓합니다. 주변 환경과 약한 면역체계를 노리는 바이러스들을 대신 비난합니다. 하지만 그 환자는 아마 스스로는 제대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그리고 어떻게 했어야 그 질병에 걸리지 않았을 것인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