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제출한다고 22일 밝혔다. 경총은 ‘2019년 적용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23일 고용노동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이다. 주당 소정근로 시간 40시간을 적용할 경우 월 환산 기준으로 209시간(주당 유급주휴 8시간 포함)에 174만 5150원이 된다.

경총은 “내년 최저임금안은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고용 부진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이의제기서를 제출한다”면서 “한국 경제 상황도 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미중 무역갈등의 여파로 수출도 둔화되고, 신규 취업자 수도 5개월 연속 10만명 대에 머무르면서 고용 부진이 나타나는데 고율 인상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경총은 “한국의 최저임금은 2000년 1600원에서 내년 8350원으로 매년 평균 9.1% 인상됐고, 이는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인 2.5%보다 3배 이상이고 임금상승률인 4.9%의 1.8배”라면서 “가파른 인상으로 올해 이미 1인당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OECD 22개국 중 4위까지 올라섰고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도 63%가 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덧붙였다.

▲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최저임금인상률, 명목임금상승률, 물가상승률 추이. 출처=최저임금위원회, 한국은행, 고용노동부

 

경총의 최저임금 이의 제기 4가지 이유

경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이의 제기 이유로 4가지를 꼽았다.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구분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 세계 최상위권의 최저임금 수준과 과도한 영향률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점, 최저임금 인상률 10.9% 산출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을 꼽았다.

경총은 최저임금 사업 종류별 구분 적용의 필요성으로 “기업의 지불능력과 근로조건, 생산성이 업종별로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는데도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경총은 “특히 최저임금 근로자가 많고 소상공인들이 주로 종사하는 숙박음식업, 도소매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제조업 등 타 산업에 비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면서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을 보면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나와 있는 만큼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총에 따르면 대부분의 OECD국가는 업종, 지역, 연령 등 다양한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하고 있다. 일본,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는 업종별로, 미국, 캐나다, 일본은 지역별로, 영국, 프랑스, 호주, 네덜란드, 캐다나에서는 연령별로 최저임금이 차등 적용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최저임금 미만율과 업종별 경영상황 등을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종합 고려해 사업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2017년 기준 산업별 최저임금 미만율. 출처=경총, 최저임금위원회

 

한국 최저임금 수준 세계 최상위권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점도 경총이 이의 제기를 한 이유다. 경총은 “최저임금은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9.1%의 고율 인상이 됐는데 같은 기간동안 전산업 명목임금상승률의 1.8배 수준이고, 물가상승률(2.5%)의 3.5배에 이른다”면서 “2001년부터 2017년까지 노동생산성(국민경제생산성) 증가율도 최저임금인상률보다 월등히 낮다”고 지적했다. 경총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7년까지 노동생산성 평균 증가율은 4.7%였고, 최저임금 인상률은 8.6%였다.

OECD도 지난 6월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폭이 크다고 지적했다. OECD는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한국 경제의 경쟁력 약화를 지적했다. 랜달 존스 OECD 한국경제담당관은 “최저임금을 관련 결정을 내리기 전에 현재의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을 추가로 인상하기 전에 올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먼저 평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지적이었다.

경총은 또 “2018년도 최저임금도 이미 중위임금 대비 60%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세계 최상위권”이라면서 “OECD국가 중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2016년도 기준)이 60%를 넘는 국가는 터키, 칠레, 뉴질랜드, 프랑스 4개국 밖에 없고 이 중 프랑스는 2005년 최저임금이 임금 중위값인 60%에 도달하자 정부가 추가 인상을 멈췄다”고 덧붙였다.

경총은 “한국이 세계적으로 드문 법정 주휴수당제를 시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최저임금 수준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2018년도 최저임금(7530원)으로 보면 OECD 22개국 중 4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경총에 따르면 2019년도 최저임금 준수를 위한 인건비 추가 비용은 16조 3508억원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 어려운 경영여건 고려해야

경총은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최저임금 인상 이의 제기 이유로 꼽았다. 경총은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44.1%에 육박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은 대부분 30인 미만 영세 소기업에 집중됐고, 올해 1분기 중소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1.2%감소했다”고 말했다.

경총은 “자영업 등록사업자 479만개 중 52%정도가 연 매출액이 4600만원 미만이고, 21.2%는 1200만원 미만인 만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영여건은 한계 직전 상황”이라면서 “소상공인의 영업이익도 2015년 기준 월평균 209만원으로 임금근로자의 월푱균 급여 329만원의 63.5%에 불과한다”고 덧붙였다.

경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인 10.9%의 산출근거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보전분(1%)을 인상률에 반영한 것은 법 개정 취지를 무색케 하는 잘못된 조치고, 협상배려분인 1.2%도 산출근거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경총은 “현재 산입범위 관련 최저임금법 개정취지는 협소한 산입범위로 인한 불합리를 고쳐 제도의 합리성을 제고해 가가는 과정인데, 이런 상황 속에서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보전분을 최저임금 인상률에 반영한 것은 입법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배려분에 대해서도 경총은 “대외변수, 노사위원의 주장근거 등이 고려됐다고 하지만 정착 최근의 어려워진 경제여건과 부진한 고용 상황 등은 감안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소득 분배개선분(4.9%)에 대한 명확한 근거 제시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