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귤라토 모터스의 셴 하이인 CEO는 향후 5년 후에는 현재 활동 중인 중국 전기 자동차 스타트업 중 10%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출처= 차이나에일리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오래된 탄광 마을 통링시(銅陵市)의 관리들은  2년 전 한 스타트업에게 전기차 공장을 지으라고 5억3500만 달러(6000억원)의 토지와 자본을 제공했을 때만 해도 전기차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스타트업 싱귤라토 모터스(Singulato Motors)는 이전에 자동차 회사를 전혀 운영해 본 적이 없는 인터넷 보안회사의 기술 전문가 그룹이 만든 회사다.

중국이 전기 자동차 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해야 한다는 중앙 정부의 요구와 이런 시류에 편승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지방 정부들의 열망으로, 이 같은 (지자체와 스타트업의) 파트너십이 중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 제조 2025’ 계획은 3년 전 전기 자동차를 포함한 10개 부문에서 ‘국내 시장 지배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촉진해야 한다며 시작되었다.

최신 공식 집계에 따르면 중국에는 현재 487개의 전기 자동차 제조사가 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신규 회사다. 지난 6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중국건설은행은 전기차와 기타 하이테크 산업을 위해 470억 달러(53조원)의 기금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지방 정부들도 덩달아 비슷한 규모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전기 자동차 판매에 대한 정부의 직접 보조금은 지난 5년간 총 150억달러(17조원)에 이른다.

싱귤라토 모터스의 셴 하이인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5년 후에는 현재 활동 중인 중국 전기 자동차 스타트업 중 10%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심지어는 1%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UBS의 폴 공 애널리스트는 (Paul Gong)은 "이 산업에 엄청난 자본이 투자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스캇 케네디 연구원은 "정부 지원금을 바라고 참여한 많은 기업들은 비록 도로에 다닐 수 있는 전기차를 생산하지 못하더라도, 정부 지원을 받아 그저 시도해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중국 중앙정부나 지방 당국이 이들 중 낙오자들을 그대로 문을 닫게 할 것인지 (계속 지원해서) 빚더미에 쌓이지 않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때가 되면 비로소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동차 산업을 관장하는 산업 정보 기술부는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전기차 대량 생산에 성공한 전기차 스타트업들도 자체 전기 자동차를 출시하는 기존의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 중국 내 자동차 제조업체는 2019년까지는 모두 전기 자동차를 출시해야 한다. 고급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는 최근 상하이에 연간 5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건설하기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중국의 전략의 이면에는 점차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3월 무역 관련 조사에서 ‘중국 제조 2025’를 겨냥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해 총 77만 7000대의 전기 자동차가 판매되었는데, 이는 전세계 총 판매량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다. 그러나 너무 많은 전기차 회사들이 경쟁에 참여함으로써 초과 공급은 불가피해 보인다. 

홍콩의 리서치회사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Gavekal Dragonomics)의 기술 애널리스트 댄 왕은 "중국은 첨단 기술 선두주자가 되기를 원하며 기술 중추국(미국)을 따라잡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렇게 투자되는 비용 중 일부는 과잉 투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제조 2025’는 철강과 조선과 같은 중공업 분야에서 중국이 과거에 겪은 공급 과잉 문제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이겠지요.”

싱귤라토 모터스는 개인 투자자들로부터도 12​​억 달러를 조달했기 때문에 비교적 자금의 여유가 있어서 그나마 생존할 수 있는 몇 안 될 스타트업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셴 CEO는 말한다.

▲ 싱귤라토는 많은 지방과 도시 들 가운데 인구 7만 5천명의 통링시를 선택했다.    출처= Independent Recorder

인터넷 보안회사의 부사장을 지낸 셴 CEO는 서로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20개 도시와 성 중에서 안후이성(安徽省)의 인구 7만 5000명 규모의 도시인 통링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지방 정부를 찾지도 않았는데, 지방 정부가 우리에게 먼저 찾아왔지요."

‘구리 언덕’을 뜻하는 통링은 상하이에서 서쪽으로 약 230마일(370km) 떨어진 곳에 있다. 중국의 수백 개 도시와 마찬가지로, 이 도시도 경제를 증진하고 전통적인 중공업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다. 통링시 투자국의 리우 유 국장은 "자동차 생산은 도시의 힘을 반영한다. 과잉 생산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87개 전기차 회사 외에도 중국에는 100개가 넘는 전통 자동차 회사가 있다. 이들도 대부분 지방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해 연명하는 수익성 없는 회사들이다.

리우 국장은 싱귤라토 모터스 임원들을 처음 만나기 전에 전기차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전기차에 관한 책을 열심히 탐독했다. 싱귤라토 팀을 만났을 때 모든 것이 전기처럼 통했다. 전기차는 마치 스마트폰처럼 개인이 소유하기 쉬운 개념으로 들렸고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재빨리 계약에 서명했다.

양측 모두 너도 나도 하려고 몰려드는 사업에서 경쟁의 위험을 인정했지만 잠재적 이익이 더 클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셴 CEO는 통링시가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돈을 쓸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대신 전략적 미래 산업에 대한 지분을 매입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싱귤라토 모터스의 첫 작품인 iS6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은 올해 말에 전시장에서 선 보일 것이다. 가격은 약 4만 3000달러로 책정될 것이며 2020년까지 6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