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하반기 스포츠형다목적차량(SUV)를 전면에 내세우고 시장 공략에 나선다. 올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인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계획도 세웠다. 2020년 10만대로 예상되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운전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도 추진한다.

현대·기아자동차가 20일 양재동 본사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기아차 박한우 사장 주재로 각각 상반기 해외법인장 회의를 열었다. 주요 시장 권역본부 설립 이후 열리는 첫 법인장 회의다. 회의에는 각 권역을 책임지고 있는 권역본부장과 판매·생산법인장 등이 참석했다. 권역본부의 생산·판매 시너지 강화 방안과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들을 모색했다.

SUV 라인업 강화, 美·中에 신차 연이어 투입

해외법인장들은 이번 주 후반부터 권역별 점검 회의, 신차 품평회 등 다양한 예비회의를 가졌으며 법인장 회의 이후에도 지역별, 이슈별로 별도 협의와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

해외법인장들은 미국 금리 인상, 유가 상승, 통상 환경 악화 등으로 인해 주요 지역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된 점에 주목했다. 특히 미국발 통상 이슈가 각국의 자동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여러모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장들은 각국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나리오별 면밀한 대응책을 수립, 다양한 변수에 적기 대응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해외법인장들은 무엇보다 2분기 판매 턴어라운드 기세를 이어가 하반기에 견실한 성장을 확고히 다지는 방안들을 집중 논의했다. 현대·기아차는 상반기 전 세계에서 362만900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347만3000대보다 4.5%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에는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부진으로 인해 1.0% 감소했지만 2분기 들어 판매가 회복되며 193만대를 판매, 전년 2분기(176만대)보다 9.8%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 상반기 판매가 전년 동기(50만6000대) 대비 13.8% 증가한 57만7000대를 기록하며 판매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

해외법인장들은 하반기 주요 지역에 신규 SUV 차종 출시를 계기로 SUV 판매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볼륨차종 상품성 강화를 추진하면서도 신규수요를 적극 창출해 나가기로 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상반기 코나 런칭에 이어 7월 신형 싼타페, 11월 투싼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고 기아차도 6월 선보인 쏘렌토 상품성 개선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와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유럽에서는 싼타페와 코나 디젤, 투싼, 스포티지 상품성 개선 모델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상반기 출시된 엔씨노, 스포티지의 마케팅을 확대하는 한편 기아차 중국 전략 엔트리 SUV를 8월에 선보이며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승용 차량도 해외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국내 출시 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기아차 신형 K3를 9월 미국에 출시하고 아반떼와 K5 상품성 개선 모델도 투입,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기아차 주력 판매 모델인 씨드가 7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가 하반기 판매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제2의 중국' 인도 시장 공략 준비...10만 사우디 여성을 잡아라

현대는 인도시장의 고객 로열티 강화를 통해 시장 우위 지속 유지하겠다는 방안도 세웠다. 현대차는 인도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는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스즈키다. 인도시장은 최근 주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인도 자동차 판매는 173만5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3% 늘었다.

내년 하반기 공장 준공을 앞둔 기아차는 인도시장 성공적 안착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현대차는 인도 진출 초기 판매를 이끌었던 ‘쌍트로(아토스)’의 후속 모델을 하반기 출시해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아세안 시장 판매 확대 방안과 함께 2020년 10만대로 예상되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운전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도 고민했다. 현대차는 최근 자가운전이 허용된 여성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별도의 TFT를 만들고 특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친환경차 판매 전략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각국 환경차 지원책과 환경규제를 비롯 권역별 장단기 환경차 수요를 검토하고 2025년 전기차 시장 3위 등 친환경차 시장 주도권 확립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차·기아차는 올해 수소전기차 넥쏘, 코나EV, 니로EV 등 세계 최고 수준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차들 잇달아 출시하면서 최대 판매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법인장들은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대응책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댔다. 미래 자동차 모빌리티 변화 방향을 점검하고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글로벌 판매·서비스 전략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