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박원순 서울 시장이 지난 9일 용산과 여의도 개발 플랜을 발표하면서 해당 지역 집값 급등과 함께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양도소득세 중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부터 보유세 카드 까지 총 동력을 기울인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은 이달 9일부터 16일까지 7월 셋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서울 아파트 가격이 0.10% 상승하며 전주(0.08%)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19일 밝혔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4월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된 이후부터 6월 마지막 주를 제외한 주간 상승률이 4개월 째 0.10%에 미치지 못했다. 6월 첫째 주는 0.02%까지 상승률이 위축됐지만 지난 9월 박 시장의 개발계획 발표 영향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박원순 시장이 개발계획을 밝힌 여의도와 용산의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7월 셋째 주 각각 0.24%, 0.20%로 전주 대비 0.1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서울 25개구 중에서는 아파트 매매폭 증가 상위3위 안에 용산구와 여의도가 속한 영등포구가 기록됐다.

강남권 아파트값 역시 최근에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14주째 하락세를 기록한 송파구는 이 달 셋째 주 상승세로 전환했다. 서초구 역시 지난 4월부터 보합세와 하락세를 연이어 기록한 끝에 지난달 마지막 주부터 보합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이 상승세로 완전히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용산과 여의도 만큼은 박 시장의 발표로 국면이 바뀌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권역 아파트 거래량이 극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확대된 것을 가지고 서울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했다고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다만 용산과 여의도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표 이후로 집값이 뛰기 시작한 것은 사실인 데다 이 두 지역의 집값 상승은 향후 강남을 비롯해 마포,성동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실제 용산을 비롯해 여의도는 호가가 올라가며 투자문의가 증가한 상황이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 위치한 지경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매물이 이미 많이 빠져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호가가 오른 것은 물론 투자 문의가 급격하게 늘었다”면서 “과거에는 위치 등이 좋고 유명한 매물 위주로 투자문의가 왔다면 현재는 자본금10억 원 가량 있는데 용산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지 등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의 경우 광장아파트 전용면적 102㎡는 올 초 12억5000만원에 거래가 됐지만 같은 면적의 아파트는 현재 14억3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가격이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용산이나 여의도 근방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는 소리에 집을 내놓은 매도자들도 ‘여의도도 올랐다던데 우리도 올려야 되는 것 아니냐’ 라며 덩달아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이처럼 상승기조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정부와 서울시 간의 부동산 정책이 엇박자가 난 것이 아니냐는 눈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용산이나 여의도는 개발압력이 높은 지역들이자 지난 9일 발표된 개발 밑그림은 이미 여러 번 공개된 사안들”이라면서 “오히려 정부의 집값 안정화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여러 차례 개발 발표를 미뤄온 것”이라고 밝혔다. 여의도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는 ‘서울2030플랜’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에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공작아파트 정비계획 수립 안건이 상정돼 있는 부분 역시 여의도 마스터플랜(여의도 일대 종합적 재구조화 방안) 발표를 부추겼다. 여의도 마스터플랜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여의도 아파트 단지들의 도계위 심의 통과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 4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용산역 부지 개발을 둘러싼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하면서 용산 역시 개발 계획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서울시측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집값 안정은 시측에서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라면서 “용산·여의도 마스터 플랜은 올해 초에 발표하려고 했지만 당시 정부의 집값 안정화 정책과 6월 지방선거 등으로 발표를 미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