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정부가 올해 성장룰을 당초 3.0%에서 2.9%로 0.1%포인트 낮췄고 내년 성장률은 이 보다 낮은 2.8%로 전망했다. 최악의 고용 한파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경제전망에 반영한 것인데 3%대 성장률 달성 1년 만에 사실상 저성장 모드로 선회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어려운 경제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저소득층 가구와 청년·노인·소상공인 등에 대한 재정 지원을 4조원 이상 늘려 저소득층 가구 근로장려세제(EITC), 노인 기초연금,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 등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재정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4조원 규모의 재정보강을 추진하고 내년 예산을 증액 편성하기로 했다. 

정부 경제정책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18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8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제무역·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되고 시장과 기업의 경제 마인드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현 2.9%보다 더 낮출 수 있다는 가정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보지만 나쁜 시나리오가 될 경우 경제 전망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투자 부진, 미중 무역갈등 심화, 유가 상승 등 대내외 리스크 확대에 따른 하반기 수출과 소비 회복세 둔화를 성장률 하향의 이유로 제시했다. 

또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14.6%에서 올해 1.5%로 급락하고 건설투자는 7.6% 증가에서 0.1% 감소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도 설비투자는 2.0% 늘어나는데 그치고 건설투자 감소율은 2.0%로  전망됐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증가율도 지난해 15.8%에서 올해 5.3%로 크게 둔화되고 내년에는 2.5%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수출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정부는 취업자 전망을 올해 18만명, 내년 23만명으로 예상했다. 올해 상반기 취업자 증가수는 14만200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36만명의 40%에도 못미쳤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16.4%)에 따른 서비스 부문의 급격한 고용조정과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에 의한 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겹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이 같은 어려운 경제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소득·고용·삶의 질에 걸쳐 ‘성장의 포용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소득주도성장(총수요), 혁신성장(총공급), 공정경제 등 과제를 속도감있게 추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에 주력하겠다”고 정책 방향을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저소득층 가구를 대상으로 한 EITC의 대상자와 지급액을 각각 두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급규모는 현행 연 1조1416억원(2017년 기준)에서 3조8000억원으로 대폭 늘린다. 최대 지급액은 단독 가구의 경우 현행 연 85만원에서 150만원, 홑벌이 가구는 200만원에서 260만원, 맞벌이 가구는 2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각각 높이기로 했다.

소득 하위 20% 노인들에게는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내년부터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린다.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청년에게는 내년부터 월 50만원 한도로 6개월간 구직활동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을 위해서는 일자리안정자금을 내년에도 올해(3조원) 범위내에서 지원하고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상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각종 기금 지출을 확대하고 공기업의 돈을 동원해 4조원 가량 재정을 보강하기로 했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전체 재정의 절반 가량(50.8%)을 조기 집행한 탓에 재정 절벽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내수진작을 위해 노후 경융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살 경우에- 대한 지원을 올해 11만6000대에서 내년 15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승용자동차(경차 제외)와 이륜자동차, 캠핑용 자동차 등에 대해 연말까지 개별소비세를 현행 5%에서 3.5%로 내리기로 했다. 세금을 덜 걷어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개소세 인하로 올해 민간소비 0.1~0.2%포인트,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0.1%포인트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 올해보다 9% 이상 늘어난 470조원대의 수퍼예산이 편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부총리는 "소득 양극화와 계층간 이동 단절 문제를 풀려면 재정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7% 중반대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올해 본예산 총지출 증가율의 7.1%를 넘어선다. 

올해 예산 428조8000억원에 7.5% 증가율만 적용해도 내년도 예산은 460조9600원이 된다. 여당은 올해보다 10% 이상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더 커질 수 있다. 상향폭이 클수록 정부 재정 부담은 커진다.  

정부는 또 다음달 중 시장·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핵심규제를 선정·발표하고 정부내 토론과 공론화 등을 통해 하반기 중 규제혁신안을 마련하는 혁신성장 정책에도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