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 OTT(오버더탑)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올해 2분기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미디어 플랫폼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넷플릭스의 미래 비전을 의심할 수준은 아니지만,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경이로운 성장세가 서서히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나온다.

▲ 넷플릭스가 2분기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출처=갈무리

먹구름이 드리운다
넷플릭스는 16일(현지시간)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2분기 신규 구독자가 520만명 순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80만명, 해외에서 450만명이다. 증권가에서 총 620만명의 구독자 순증을 기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넷플릭스는 "내부 전망의 문제가 있었다"는 말로 구독자 순증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2분기 예상보다 구독자 순증이 낮은 이유로 넷플릭스의 핵심 경쟁력인 콘텐츠 경쟁력 저하가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경쟁력이 타격을 받았다는 것은 성장엔진에 문제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에 이어 '기묘한 이야기' 등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눈에 확 들어오는 화제작을 제작하지 못했다. 디즈니와 콘텐츠 수급 계약 종료 수순을 밟으면서 독자 콘텐츠 수급에도 나서고 있으나 양적인 성장은 이뤘어도 질적인 성장에는 실패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올해 초 평창 동계 올림픽과 최근 진행된 러시아 월드컵의 여파로 넷플릭스 시청자 층이 흔들렸다는 분석도 있다.

쟁쟁한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넷플릭스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 케이블TV를 포함한 대부분의 콘텐츠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의 돌풍을 앞두고 ‘합종연횡 카드’를 빼들었다. 훌루가 대표적이다. 디즈니와 21세기 폭스, NBC유니버셜, 타임워너 등 미국 방송사들의 연합 플랫폼이며 양질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매력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디즈니는 2017년 12월 21세기 폭스의 일부 콘텐츠 사업부를 524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후, 우여곡절 끝에 최근 계약을 확정했다. 인도 미디어 스타트업인 인디아까지 합병한 디즈니는 21세기 폭스가 가진 훌루의 지분도 일부 확보할 수 있으며, 글로벌 스트리밍 기술 업체인 BAM테크를 인수한 노하우도 확실하게 펼칠 수 있게 됐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내세워 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가 이커머스 플랫폼과 연계되는 점은 넷플릭스가 가지지 못한 장점이다. 프라임 비디오 가입자 중 약 500만명이 아마존의 이커머스 패키지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으로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애플도 잠재적 위협상대다. 애플은 종종 나오는 넷플릭스 인수설의 단골이며, 지난 3월 잡지계의 넷플릭스라는 텍스처를 인수해 큰 관심을 받았다.

최근 통신사 AT&T도 타임워너 합병 계약을 성사시키며 넷플릭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HBO, 정통 뉴스 채널 CNN을 보유한 타임워너에 AT&T 1억1900만명의 인터넷 가입자가 가세할 전망이다. 타임워너는 필요에 따라 모바일 시장에서 AT&T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플랫폼 상품을 자유롭게 출시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미국 외 해외 시장 구독자 순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장면도 우려스럽다. 넷플릭스는 가장 강력한 OTT 플랫폼이지만 신흥 시장인 인도에서 현지 미디어 서비스 핫스타에 크게 밀리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정치적인 논란에 휘말리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 딜라이브 등과 협력해 외연을 확장하고 있으나 많은 IPTV 사업자와 지상파 방송사의 강력한 견제에 직면한 상태다. 넷플릭스의 강력한 콘텐츠 투자에 위협을 느끼며 일각에서는 넷플릭스 쿼터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 넷플릭스가 2분기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출처=갈무리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존재감 약화와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 현지 사업자의 각개격파에 직면하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지금 이 순간에도 성장을 거듭하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2분기 스트리밍 매출액은 38억달러를 기록해 큰 폭으로 올랐으며 영업이익률은 11.8%를 기록했다. 플랫폼 범위가 넓어지며 전선도 다양해졌지만 내실은 더욱 탄탄해졌다는 뜻이다.

구독형 비즈니스 전략을 고안해 성공시킨 넷플릭스 특유의 DNA가 다소 주춤하는 구독자 순증을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 외 지역에서의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현지 사업자와 협력해 시장에 침투하는 특유의 전략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구독료를 인상했음에도 구독자 순증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콘텐츠 역량도 올해 성장의 여백이 넓다. 지난해 60억달러를 콘텐츠 확보에 사용했으며 올해도 80억달러를 투입한다.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세워 플랫폼의 매력을 끌어올리며 ICT 큐레이션 기술로 시청 패턴을 바꾸는 전통적인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 넷플릭스의 스마트 저장 기능. 출처=넷플릭스

콘텐츠 기술 기업으로의 진화도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공개된 스마트 저장 기술이다. 2016년 저장 기능을 처음 선보였으며 이동 중에도 넷플릭스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회원이 저장한 에피소드 시청 완료 시 넷플릭스 앱이 해당 에피소드를 삭제하고 자동으로 다음 에피소드를 저장해주는 기능이다. 사용자 경험 고도화를 위한 소소한 전략이지만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콘텐츠 플랫폼 전략의 생동감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