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심야 전기요금 할인폭 축소 등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을 내년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 기업들이 전기 요금 제도 개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백운규 산업부 장관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16일 세종시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용 경부하 요금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충분히 듣고 있다”면서 “이를 반영해 요금 조정 등에서 속도조절을 하겠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연내에 이걸(요금조정)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경부하 요금은 전기 부하량이 많지 않은 시간대인 밤 11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 적용되는 전기요금으로 최대 절반 이상 싸다. 이 때문에 지난해 산업용 전기 사용량의 절반가량이 경부하시간대에 몰렸다.

정부는 이 같은 왜곡된 전력 소비 구조를 고치기 위해 지난해 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올해 하반기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경부하 요금 조정 시기를 2019년 이후로 미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장관은 "업종별 전기요금이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업종별 요금제 개편 효과가 모두 다른 만큼 업계 특성을 감안해 요금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산업부가 경부하 요금 인상 속도를 늦추기로 한 것은 기업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산업부는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업체들의 경우 기존 생산 방식을 조정하거나 비용 상승에 맞춰 원가 절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상 시기를 좀 더 늦추는 게 낫다는 것”면서도 “심야 시간대에 LNG 발전소를 가동하는 등 경부하 요금 할인에 대한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요금 조정은 꼭 해야 한다”며 시기를 늦추는 것 뿐"이라고 못박았다. 

백 장관도 “경부하 요금은 철강 등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서 보조금 지급 문제와 연관되어있기 때문에 통상 규범에 의거해서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저렴한 산업용 전기 요금 체계가 보조금을 우회 지급하는 통로라는 외국 통상 당국의 지적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요금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사 속도조절 방침에 따라 한국전력의 실적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1일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페이스북에 "저는 콩을 가공해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두부 소비가 대폭 늘어나고 원래 콩을 두부보다 더 좋아하던 분들의 소비성향도 두부로 급속도로 옮겨간다”면서 “소비 왜곡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다른 나라에는 거의 볼 수 없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연료를 수입해 전기를 만드는 한전의 역할을 두부공장에 빗댄 것으로 원료비는 올랐는데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이런 소비 왜곡을 해결할 방법으로 두부공장 스스로 최대한 원가를 줄이고 생산성을 향상해야 하며 형편이 어려운 일부 소비계층에는 생필품인 두부를 콩값보다 저렴한 현재 시세로 계속 공급할 것을 제시했다. 전기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김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도 심야 시간대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너무 저렴해 기업들의 전력 과소비를 일으킨다며 이 시간대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백 장관의 이날 발언으로 올해 이런 기대가 이뤄질 가능성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