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미·중 무역분쟁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미국 국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장기물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지면서 금리스프레드는 더욱 낮아지는 모습이다. 금리스프레드 축소는 위기 발발을 암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신고가 행진을 지속하고 있어 눈에 띈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할 수 있지만 버블 우려도 커지는 형국이다. 금리 스프레드와 성장주의 관계도 재조명되고 있다.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이 둔화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내외 악재가 산재한 만큼 원화 약세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금리스프레드(10년물-2년물)는 24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를 기록해 지난 6월 말 34bp에서 축소됐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단기채 금리는 상승하고 장기채 금리는 경기 둔화우려로 하락한 결과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면서 금리스프레드 축소 기조는 더욱 강해졌다. 실제로 지난 5월까지 40bp대를 유지했지만 7월 들어 10거래일 만에 10bp가 감소했다.

▲ 원달러환율과 나스닥 지수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금리스프레드는 위기 발발을 암시했다는 점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지표다. 2000년대 초 IT 업종 붕괴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 앞서 금리스프레드는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했다. 당시 증시는 ‘버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시기였다.

최근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0.03% 오른 7825.98로 거래를 마쳤다. 성장주에 대한 낙관론과 함께 ‘버블 공포’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는 금리스프레드가 확대될 경우 가치주, 축소될 경우 성장주가 강세를 보였다”면서 “금리스프레드 축소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향후 성장주가 좀 더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FANG의 긍정적 전망에 힘입어 나스닥 지수의 추가 상승이 예상되지만 문제는 금리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스닥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미국으로의 자금쏠림이 꼽힌다. 미·중 무역분쟁은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것이란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 5일부터 7월 5일까지 한 달간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은 대부분의 자산에서 유출됐지만 미국의 주식과 채권시장으로는 자금이 몰렸다. 주식시장에서는 대형주로도 자금유입이 포착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자금쏠림은 버블의 원인”이라면서 “미국으로만 자금이 몰리는 점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가 바로 앞에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주식과 채권시장의 피로감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 원달러환율과 미 금리스프레드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원·달러 환율과 나스닥 지수의 상관관계는 뚜렷하지 않다. 다만, 금융위기와 같은 큰 충격이 발발할 경우 원화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버블 붕괴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다는 지적이다. 나스닥 지수의 역대 최고치 갱신과 미 금리인상·스프레드 축소, 원화 약세 등이 맞물리는 현 시점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을 기존 3.0%에서 2.9%로, 내년은 2.9%에서 2.8%로 각각 내려잡았다. 기준금리 인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 원화 약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이 둔화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조정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수출둔화 대비 원화 약세 기조를 유지하는 전략이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올해 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