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감도(예시). (제공=농림축산식품부)

[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현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혁신성장과제 중 하나인 스마트팜 확산방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 1차 공모가 지난 13일 마감됐다.

해남(전라남도)과 김제(전라북도) 등 8개 광역단체가 스마트팜 혁신밸리(이하 혁신밸리)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밸리는 2022년까지 전국 4곳 조성을 목표로, 최소 7200억 원(개소 당 18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될 방침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혁신밸리가 스마트팜 청년창업과 연관산업 인프라 구축의 마중물이자, 첨단농업의 거점으로서 우리 농업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 확신하고 있다. 연관 산업계도 투자 증대와 일자리 창출, 해외시장 공략 등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등 농업계 일부에서는 파프리카를 비롯한 시설작목의 과잉생산에 따른 농산물 가격 폭락, 참여주체에 기존 농가 배제 등의 이유로 혁신밸리 조성을 우려하고 있다.

혁신밸리, 청년농 육성‧첨단 농업기술 인프라 구축에 초점

혁신밸리는 쉽게 말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팜이 집적화된 대규모 단지라고 보면 된다. 스마트팜을 경영하는 농업인, 농산물 가공‧유통‧수출‧농기가재 등 연관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 첨단농업의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연구기관 등이 핵심 축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인력양성과 기반조성을 비롯한 혁신밸리 인프라 구축을 맡는다.

혁신밸리 사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청년농 육성과 첨단 농업기술 혁신으로 농업 생태계에  변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우선 혁신밸리 안에 청년보육센터가 설치된다. 1년 8개월의 장기 전문교육과정을 통해 2022년까지 600여 명의 전문 청년인력이 양성되며, 정부는 이들이 임대형 스마트팜에 입주하거나 연관기업 취업, 스타트업 창업 등을 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로써 스마트팜 산업을 견인할 청년이 농촌에 유입되고, 전문 분야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게 정부가 기대하는 바다.

▲ 스마트팜에서 재배되는 포도단지. (출처=농촌진흥청)

또한 혁신밸리 내에는 스마트팜 연관산업 기업의 실증연구, 제품테스트, 창업‧전시‧체험 기능을 갖춘 스마트팜 실증단지가 조성돼 첨단 농업기술 혁신을 위한 주요 축을 맡게 된다. 실증단지에서는 스마트팜과 관련한 ICT 기업 및 식품·바이오 기업은 농업인과 함께 신제품 및 유망품목을 실증·테스트하게 된다.

혁신밸리 한 개소 당 최소 면적은 20헥타아르(㏊, 약 6만평)다. 부지는 지자체가 제공한다. 정부는 관련 R&D 예산과 장비 등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춰 지원한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13일 접수된 지자체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후 현장 평가를 거쳐 우선 이달 말까지 2개소를 선정할 방침이며, 올 하반기 중에 두 곳을 추가로 선정 작업을 거쳐 총 4곳의 혁신밸리(80ha, 총 24만 평)를 2022년까지 조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 전체 시설원예 스마트팜 보급면적 4010ha(약 1213만 평) 대비 2022년까지 7000ha(약 2118만 평)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 스마트팜. (출처=삼성SDI)

연관산업 투자 촉진으로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 개척 기회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 대책에 대해 농업 비중이 높은 지자체와 연관 산업계는 청년층 유입으로 일자리 창출은 물론 고령화가 심각한 우리 농업‧농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고, 연관산업 투자로 농업 수준이 진일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혁신밸리 공모를 신청한 지자체 관계자는 “우리 지역은 농업 생산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편인데도, 농가 수가 계속해서 줄고, 평균 연령도 70세를 넘은지 오래다. 청년층은 일자리 때문에 대다수 수도권으로 넘어갔다. 지역 농경제에서 소농과 5인 이하 영세업체 비중이 80%를 넘다보니, 성장할 구실을 찾기가 점점 힘들다. 혁신밸리가 유치돼 젊은 인력과 첨단 농업기술, 자본이 유입된다면 지방의 낙후한 농업시설과 기술 수준 개선은 물론, 지역경제 전체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 결국 농경제 비중이 높은 우리 같은 지역에는 일 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있고, ‘돈’이 돌아야 농업‧농촌에 활기를 띄울 수 있기 때문에, 혁신밸리 유치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스마트팜 기자재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스마트팜을 비롯한 첨단농업에 대해 가치와 성장세를 높게 보지만, 우리는 아직 초보 수준에 머무는 상황에서 혁신밸리 조성은 비단 농업뿐만 아니라 전자‧통신‧유통 등 연관산업까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까지는 유리온실용 LED‧환경제어장치와 같은 일부 카테고리 위주로 단편적인 기술 투자만 되고 있다. 하지만 혁신밸리 조성은 스마트팜의 전반적인 기술 향상 및 투자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해외 스마트팜 플랜트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팜 3년차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마트팜 연관산업에 종사하는 업체 대부분은 규모가 작다. 때문에 우리처럼 첨단농업 기술개발 아이디어는 많지만, 이를 실제로 적용할 만한 공간 및 시스템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혁신밸리 내 실증단지에 입주할 경우, 센서‧복합환경제어기 등 스마트팜 핵심 기자재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공간적‧경제적 여유로 R&D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한 곳에 있어 기술 교류나 협력도 훨씬 원활해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 농민조직인 전농이 최근 발표한 '스마트팜 밸리 조성사업 중단' 성명서

농업계 일부, 농산물 수급문제‧대기업 진출 우려

혁신밸리 조성에 우려하는 여론도 있다. 전농 등 일부 농민 조직은 최근 전국 각지에서 집회를 열고 농산물 가격유통구조 개선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파프리카 등 시설원예작목을 생산하는 스마트팜이 모여들 혁신밸리 조성은 결과적으로 시설원예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이어져 농가 생존에 크나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5년 전 동부팜한농 화옹간척지 유리온실 사태(2013년 동부팜한농이 화옹지구 농식품수출전문단지에 대규모 유리온실을 조성해 토마토 수출사업에 참여하려고 했으나, 농업계의 부정적인 여론으로 관련 사업을 중단한 일)처럼 대기업이 농업 생산기반에 진출할 경우, 농업에 종사하는 다수의 소농과 영세업체가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박행덕 전농 의장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혁신밸리에서 생산될 파프리카와 토마토, 딸기와 같은 시설원예작물은 수출시장 개척이 안 되면 바로 국내산 농산물과 경쟁하고, 이는 가격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국비와 지방비 포함 1조원 이상(전농 추정)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에 농민, 전문가와 관련 공청회나 토론회 한 번 하지 않았다. 아울러 파프리카, 토마토 농가는 최근 3년간 가격하락으로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한 상황인데, 청년 농업인이 혁신밸리에 진입한들 도시노동자 평균 임금에도 미치지 못한 소득으로 3년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즉, 파프리카‧딸기‧토마토 등의 시설원예작물의 국내 수급이 포화된 상황에서, 혁신밸리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수출이 아닌 국내로 유입됐을 때 가격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농가 생존권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 강원도가 스마트팜 혁신밸리 유치를 위해 지난 9일 춘천시, 강원대, KIST, 농협중앙회, LG CNS 등 협업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출처=강원대학교)

신규 청년농 진입장벽 낮추고 연관산업 발전 도모가 혁신밸리의 주목적

이와 다른 의견도 있다. 농업계 관련 학계 관계자는 “파프리카 등 시설원예작목은 10년 전과 비교해 지금은 생산단가 확보도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하락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이 뛰어 들어서가 아닌 참여 농가들이 크게 늘고 규모화를 통해 경쟁하다보니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40대 미만 후계농이 전체 농가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청년 후계농 육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하는데, 그간 이를 유도할 만한 정책적인 배려가 부족했다. 이런 차원에서 혁신밸리 조성을 단순히 대기업의 농업 진출로만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다만, 대기업이 참여할 경우 생산보다는 농기자재 등 연관산업 인프라 구축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순연 농식품부 농산업정책과장은 “고령화가 가속되고 있는 농업 현장에서 늘 요구하는 것이 청년 후계농 육성과 농기자재 등 연관산업 성장을 위한 지원이다. 이러한 요구를 일정 정도 반영한 것이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이다. 혁신밸리의 목적에는 균일한 품질의 농산물 생산도 있겠지만, 더 우선하는 것은 농업 지식이나 경험은 부족하지만 의지가 있는 청년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해 전문농 및 연관 산업의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스마트팜을 비롯한 농기자재 장치산업의 기반을 구축해 미래농업을 견인할 성장 동력으로 삼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과장은 “시설원예작물의 수급문제의 경우, 향후 선정될 지자체 및 해당지역 농가들과 협의를 통해 지역 특성을 고려한 재배품목 다양화‧유망품목 발굴‧판로 개척 등의 현안을 깊이 있게 논의해서 합의점을 도출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