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상반기 국내 전기차 모델별 판매량. 자료=각 사 취합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전기차의 시장규모가 폭발하듯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EV) 판매량이 이미 지해 1년 치와 맞먹을 만큼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승용)는 총 1만1866대로 상반기 기준 사상 처음 1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412대)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성장한 수준이다. 동시에 지난해 판매량인 1만3536대와 맞먹는 판매량이다.

▲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사진=현대자동차

모델별 판매 순위를 보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4488대(점유율 약 38%)가 팔리며 1위에 올랐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6월 534대 판매되며, 5월과 비슷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오닉은 최근 신형 모델이 출시되면서 첨단 편의기능과 안전기능들이 대거 적용돼 전기차 구매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부터 점차 감소해오던 판매량이 올에 유지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이 차는 북미에서 특히 인기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북미 지역에서 배터리가 부족해 판매를 못 할 정도로 흥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꾸준한 수요가 발생하면서 향후 전기차 시장 상위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쉐보레 볼트 EV. 사진=한국GM

아이오닉 일렉트릭 다음으로 한국GM의 쉐보레 볼트 EV가 3122대(점유율 약 26%)를 팔리며 2위를 차지했다. 볼트 EV는 물량 부족을 겪던 1년 전보다 판매량이 무려 11배나 늘었으며 올해 확보한 초도 물량 5000대는 일찌감치 완판됐다. 볼트 EV는 출시 초기부터 383km라는 긴 주행거리를 내세워 시장 선점에 나섰다.

현재 볼트 EV는 쉐보레 자체 판매량 2위로 스파크 다음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 일반 차량과 비교하면 한 달 치 판매량이지만 경영난에 시달리는 한국GM에 있어서 매우 고무적인 수치다. 현재 쉐보레 모회사인 한국GM은 미국 미시시피주에 있는 레이크 오리온 공장의 라인을 볼트 EV의 생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EV). 사진=현대자동차

3위는 전기차계 다크호스인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이다. 지난 4월에 출시된 코나 일렉트릭은 불과 두 달 만에 1380대가 팔리며 단숨에 3위를 차지했다. 코나 일렉트릭은 지난 2월 사전계약이 시행된 이후 목표 건수인 1만2000대를 넘어 1만8000대 예약이 이루어졌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 지금 가능한 차량 수는 2만8000대임을 고려하면 이미 전체 보조금의 64%를 차지할 만큼 판매 속도가 남다르다.

▲ 기아자동차 쏘울 EV. 사진=기아자동차

4위는 쏘울 EV다. 쏘울 EV는 지난 1월 7대만이 판매됐으나, 꾸준히 성장하면서 6월 기준 399대가 팔렸다. 현재 쏘울 EV의 비중은 쏘울 전체 라인업에서 69.3%에 육박할 만큼 쏘울 라인업을 이끌고 있다. 이는 다른 차량이 가솔린과 디젤 모델이 많이 판매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 르노삼성자동차 트위지. 사진=르노삼성자동차

5위는 984대가 팔린 트위지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9배 이상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초소형 전기차인 트위지 판매량은 다른 전기차와 비교해 적은 축에 속한다. 이는 전량수입에 따른 물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국내 생산이 아닌 전량 수입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탓이 크다. 현재 르노삼성 측은 시장조사를 통해 트위지 국내 생산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르노삼성자동차 SM3 Z.E. 사진=르노삼성자동차

6위는 르노삼성자동차의 SM3 Z.E.다. 국내 최초 준중형급 전기차 SM3 Z.E.는 소형부터 준중형까지 다양한 전기차들이 출시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는 작년에는 100~350대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하며 준수한 성적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부터 판매량이 급감해 두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SM3 Z.E의 6월 판매량은 64대로 수소차 넥쏘 판매량 55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태동이 늦었으나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 61대에 그쳤던 연간 전기차 신규등록 대수는 2014년(1308대)에야 1000대를 넘어섰다. 이후 2015년 2917대, 2016년 599대, 2017년 1만3724대로 해마다 2배 이상 성장세를 나타냈다.

▲ 2018년 상반기 국내 전기차 모델별 판매 추이. 자료=각 사 취합

전기차 판매량의 뛰어난 성적은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가 조금씩 형성되면서 소비자 인식이 바뀐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기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차장이라면 아파트, 대형마트, 관공서, 고속도로 휴게소 등 거의 모든 곳에 설치돼 있다. 충전기 인프라는 숫자가 부족해 다소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충전소 자체가 없어 멀리 주행하지 못하는 불상사는 해결됐다.

국내 자동차업계 한 딜러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도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소 숫자, 각종 제도적 지원이 부족해 소비자들이 굳이 구매하려 하지 않았다”면서 “요즘은 이와 대조적인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소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에 충전소가 없더라도 구매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