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한국은행마저 3%대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가운데 국내외 경제성장률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정부의 나홀로 3%대 성장률 고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취업자 수가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설비투자 증가율 하락과 함께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경제전망 때 제시한 올해 성장률 3.0%, 내년 2.9%보다 각각 0.1%포인트 내렸다.

설비투자는 주요 업체 반도체 설비증설 마감과 디스플레이 투자 부진 등으로 인해 크게 감소하고 있다. 건설투자도 토목을 중심으로 둔화세를 보이며 수출은 기저효과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선박을 제외한 반도체, 석유제품 등의 호조로 인해 증가폭이 확대됐다. 고용상황은 부진한다. 자동차, 서비스업 등의 업황 부진과 일부 제조업종 구조조정 영향 탓으로 2분기 실업률 역시 3.8%로 전분기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경제 성장 전망. 출처=한국은행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수준(1.6%)을 유지하고, 취업자수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투자는 하반기 본격적으로 둔화세를 보이며, 올해와 내년에는 지난해의 높은 증가율에 따른 기저효과로 큰 폭으로 둔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마저 포기한 3%대 성장률

 

이미 한국은행을 제외한 민간 연구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이 3.0%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2.9%를 비롯해 한국금융연구원·한국경제연구원·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은 2.8% 성장률을 전망해 왔다. 국내에선 정부와 한은 정도만 3.0% 성장을 고수했지만 이번에 한은 마저 2%대 성장률로 돌아섰다.

이제 3%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정부와 국제금융기관 정도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18일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저소득층 지원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3.0%를 하향 조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출처=기획재정부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고용 부진이 구조적 요인과 결부돼 단기간 내 개선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 불확실성으로 기업 심리가 위축되고 있으며 무역 분쟁 또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다음 주 아르헨티나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리며 여기에 김 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가 참석할 예정이다. 김 부총리는 미국 등 주요국 재무장관을 만나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을 제외하는 방안 등을 협의한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도 16일 세계경제전망 수정 보고서를 발간하며 한국 성장률 전망을 제시한다. 4월 IMF는 올해와 내년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각각 3.0%와 2.9%로 전망한 바 있다.

한국·글로벌 경제 동반 하락 전망...고용증가 18만명에 그칠 듯

하반기 들어 각 기관들이 내놓은 글로벌 경제 전망 역시 하향 일색이다. 세계 투자은행(IB)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각국 중앙은행도 자국 경제에 대한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통화 정책 회의에서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져 올해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1%로 하향했다. IMF도 지난 5일 독일의 올해 성장률을 2.2%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브라질 정부 역시 기존 성장률 전망치를 2.97%에서 2.5%로 낮춘 데 이어 1.6%로 또다시 내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무역전쟁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율 관세로 이어질 경우 경제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장벽은 다른 국가들의 경제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투자자금 유출도 신흥국을 비롯한 각 국 경제에 압박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재영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 둔화에는 인구구조적인 요인과 경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중국과의 사드갈등 이후로 중국인 관광객수 감소 여파 지속, 자영업 경기 부진,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서비스업 개선이 더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에는 정부지출 확대, 추경 효과, 중국인 관광객 회복에 따른 서비스업 고용 개선 등으로 일부 개선될 수 있으나 최대 연간 17만~18만명에 그칠 전망"이라면서 "임금 개선도 근로소득은 오히려 증가율이 감소해 내수 경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이자비용 부담 증가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소득 위축 시 이자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어 이는 가계 소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도 갑론을박…4분기 유력

기준금리 인상 시점도 논쟁이 한창이다. 금융사나 각 기관별로 의견차가 나오고 있다. 한은은 올해 8, 10, 11월 세 차례 금통위 본회의가 남아 있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 등 해외IB들은 당장 다음달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당장 8월은 힘들고 4분기 정도 인상을 예상했다. 신한금융투자와 IBK투자증권도 4분기 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는 4분기 구체적으로 11월 인상을 예측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등은 기존 전망대로 8월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

진용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수의견 개진이 곧 금리인상 시그널로 해석될 수는 없지만 다만 과거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소수의견이 개진된 이후 금리인상이 되었던 경우가 많았다"며 8월 금리인상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빠르면 올해 4분기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LG 경제연구원은 4분기나 그 이후를 인상 시기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