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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삼성물산 합병 '8천억대' 투자피해 소송…한국 정부 길들이기?주주행동주의 확대 전망에 기업경영권 논쟁 재점화
고영훈 기자  |  gyh@econovill.com  |  승인 2018.07.13  17:03:26

[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미국계 주주행동주의(Activist)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8000억원대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글로벌 사모펀드의 정부 길들이기가 본격화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12일 한·미FTA 협정에 근거해 엘리엇이 ISD중재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13일 밝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7억7000만달러(한화 약 8670억원) 피해를 봤다며 중재신청서를 제출했다. 중재신청서 접수는 ISD 절차에서 중재기간을 지나 본격적인 소송 단계에 접어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폴 싱어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회장./출처=위키피디아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엘리엇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7.12%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며 합병을 반대했다.

엘리엇은 지난 4월 13일 해당 내용의 담긴 중재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보냈다. ISD가 중재의향서를 접수하고 90일이 지나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중재기간이 끝나자마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중재의향서 제출 당시 주장한 피해액은 6억7000만달러로 이번 중재신청서에선 1억 달러 이상 늘어난 셈이다.

중재의향서에 엘리엇은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기소한 점을 문제삼으며 삼성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가 합동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엘리엇의 소송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국제법무과가 중재절차와 분쟁 업무를 다루고,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과 FTA와 관련한 업무에 집중한다.

미국 국적자인 서모씨도 전날 한국 정부에 약 300만달러 규모의 ISD를 제기하며 화제가 됐다.

경영권방어장치 입장 차 뚜렷

이에 상법개정안과 관련한 기업경영권 논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며 유명세를 탔다. 엘리엇은 올해 4월에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 철회 유도했다. 같은달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ISD 제소 의사를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엘리엇은 올해 1월 4.8%의 지분을 보유한 이스라엘 최대 통신사 베젝(Bezeq)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문제를 들어 경영진 총사퇴를 요구했다. 3월에도 프랑스 종합 미디어콘텐츠 그룹 비방디(Vivendi)가 2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태리 통신사 텔레콤 이탈리아(Telecom Italia)에 대해 엘리엇이 경영권 공격을 시도했으며 결국 텔레콤 이탈리아 이사회를 구성하던 비방디 이사들을 몰아냈다.

   
출처=한국경제연구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5월 엘리엇 사태와 관련해 "한국 기업은 경영권 공격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면서 "변화된 자본시장 환경에서 공격과 방어가 균형 잡힌 운동장이 만들어지도록 정부 차원에서 노력하겠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행동주의자들의 영향력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주주총회 취소는 행동주의자들에게 효과적이라는 케이스를 남길 것"이라면서  "엘리엇은 불과 1.5%가량의 지분으로 언론 등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이는 글로벌 행동주의자들의 한국 활동을 촉발할 이벤트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과 윤상직 의원 공동 주최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상법개정 방향' 세미나가 열렸다. 법무부는 최근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 검토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세미나의 핵심 주제는 법부무의 상법개정안 검토의견이 관련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권 방어 제도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내 기업이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제2의 엘리엇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방비로 노출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마나 토론자로 참석한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2003년 SK에 대한 소버린 공격, 2006년 KT&G에 대한 칼아이칸 공격, 지난해와 올해 삼성과 현대에 대한 엘리엇의 공격은 대주주 견제나 경영효율성 증대 등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 법제의 허점을 이용해 시세 차익을 노리고 있어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반면 이와 상반되는 의견도 존재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계가 요구하고 있는 경영권방어장치는 외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경영권방어장치와는 다르다"면서 "차등의결권제도는 주로 비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그중에서도 창업주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제도인데 재계는 상장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에게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포이즌필도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발생을 행사요건으로 하고 있어 아무 때나 가능한 것이 아니며 황금주 제도 역시 비상장을 전제로 발행이 허용되는 등 제약조건이 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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