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SBL)의 삼성바이오에피스(SBE)에 대한 지배력 판단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관한 금융감독원의 판단이 유보되어 있다면서 조치안 내용이 미흡하다고 판단하자, 금감원이 증선위의 추가 요구사항을 받아들였다.

금융감독원은 13일 “증선위가 지난 6월부터 두 달에 걸친 심의 끝에 결정한 내용을 존중한다”면서 “회계처리방법 부당 변경을 통한 투자주식 임의평가와 관련한 증선위의 요구사항을 면밀히 검토한 뒤 세세한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권추 금융감독원 전문심의위원은 “추가 감리를 요구한 선례가 없어 이후 감리 절차와 시기, 방법을 고민해보겠다는 취지다”면서 “금감원도 최대한 빨리 추가 감리를 마무리하겠다는 태도다”고 설명했다. 박권추 전문심의위원은 “감리를 어느 범위까지 실시하고 기존에 금감원이 지적했던 내용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 지가 핵심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증선위는 투자주식 임의평가와 관련, "조치안의 구조는 2015년 회계처리를 A에서 B로 변경한 것을 지적하면서 변경 전과 후 A와 B 중 어느 방법이 맞는지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핵심 혐의에 대한 금감원의 판단이 유보되어 있어, 조치안의 내용이 행정처분의 명확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07년 1월 12일 선고 2004두7139 판결에서 "행정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대상의 위법행위 내용이 세세하고 명확하게 특정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행정처분은 위법하다"고 명시했다.

금감원은 SBL가 2015년 종속회사(연결회계)로 처리하던 SBE를 관계회사(지분법회계)로 변경해 회계를 처리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를 분식회계로 결론내렸다. 

SBL은 당시 기존에 적용하던 회계처리 기준에서 국제회계처리 기준인 IFRS로 변경해 SBE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꿨다. 기준 변경 후 2011년 설립 이후 4년 동안 당기순이익에서 적자를 내던 SBL은 돌연 1조9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회계처리 기준 변경으로 3000억원이었던 SBE의 기업가치는 시장가치인 4조8000억원으로 올랐고, SBL은 SBE 지분의 시장가격을 회계처리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SBL측은 합자로 SBE를 설립한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이 SBE의 바이오시밀러 성장가능성에 따라 설립 당시 보유한 콜옵션 권리를 행사해 SBE의 지배력을 확장할 것이라는 판단에 회계처리 기준을 바꿨다고 해명했다.

추가 감리는 지난 감리보다 짧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권추 심의위원은 “첫 감리는 1년정도 걸렸지만 두 번째 감리는 이보다 길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12일 금감원 조치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SBL이 미국 바이오젠과 체결한  합작계약 약정사항인 콜옵션 등 관련 내용을 공시에 누락한 것과 관련해 "SBL가 '명백한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고 "그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증선위는 SBL의 담당임원 해임권고, 감사인 지정 3년 조치를 내리고,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에 대해서는 SBL의 감사업무제한 4년 등을 결정했다. 증선위는 SBL과 공인회계사의 회계처리기준 등 위반내용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가 회계기준 위반으로 인정한 SBL의 콜옵션 약정 누락과 관련, “검찰에 관련자료를 제공해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증선위의 심의결과가 행정처분 기준을 나타내면서 금감원에게 명확하게 충족사항을 요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위반 행위가 명백히 밝혀진 것만 행정처분 조치를 하고, 다수의견, 소수의견 등 다양한 해석이 갈릴 경우 행정처분을 내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증선위가 콜옵션 공시를 누락한 것은 확실히 회계기준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이 맞다"면서 "이는 중요한 계약사항이고, 공시의무인 내용을 기록하지 않은 것이니 반박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계사는 또 "결과 내용 전체를 보면, 증선위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잘못된 것으로 판단했고, 종속기업을 관계기업으로 분류변경한 것과 이로 인해 SBE의 공정가치를 평가한 평가금액이 부풀려졌다거나, 종속에서 관계기업으로 변경한 것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면서 "증선위가 관련 결론을 유보한 것, 최종 판단을 하기 전에 중간발표를 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