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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산 서평] “인생의 ‘절정의 순간’을 만드는 방법”
주태산 주필  |  joots@econovill.com  |  승인 2018.07.14  10:22:55
   
 

<순간의 힘> 칩 히스·댄 히스 지음, 박슬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삶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순간이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그런 순간이 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흐름을 결정짓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순간을 기다린다.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생각은 하지 못한다. 그러나 저자 히스 형제는 평범한 순간이 거대한 변화의 방아쇠가 되는 그런 ‘결정적 순간’이 얼마든지 의도되고 계획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험을 설계하면 된다는 것이다.

‘결정적 순간’은 4가지 요소에서 비롯된다. ▲즐거움과 의욕을 주는 고양(高揚, Elevation) ▲깨달음과 변화를 촉구하는 통찰(Insight) ▲달성한 성취를 기념할 때 느끼는 긍지(Pride) ▲우리를 타인과 연결해주는 교감(Connection) 등이다.

크리스는 휴가 때 묵었던 미 플로리다주 아멜리아섬 리츠칼튼 호텔에 아들의 기린 인형 ‘조시’를 남겨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크리스는 아들에게 “조시는 우리보다 더 긴 휴가를 즐기고 있단다”라고 위로해줬다. 얼마 뒤 호텔에서 인형을 보내왔다. 함께 배달된 사진첩에는 깜짝 놀랄 사진들이 있었다. 기린 인형 ‘조시’가 수영장 선베드에 누워 있고, 골프 카트를 몰고 있거나,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크리스의 말처럼 사진첩 속 인형은 정말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크리스 가족은 숙박기간에 받았던 서비스보다 기린 인형을 배송받은 ‘순간’을 통해 이 호텔을 기억하게 됐다.

매직캐슬 호텔은 미국 LA 수백 개 호텔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손바닥만 한 수영장과 촌스러운 인테리어, 1950년대식 2층 아파트 건물을 개조한 개나리색 건물이 고작인 매직캐슬이 힐튼이나 메리어트 호텔 수준의 숙박비를 받게 된 비결이 무엇일까.

가정집 뒷마당에 있을 법한 매직캐슬 수영장에는 새빨갛고 촌스런 전화기가 비치돼 있다. 수영하다가 수화기를 들면 “네, 팝시클 핫라인입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에게 주문하면 잠시 후 하얗고 정갈한 장갑을 낀 호텔 직원이 포도맛, 체리맛, 오렌지맛 아이스바는 물론 킷캣, 루트 비어, 치토스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만큼의 간식을 반짝이는 은쟁반에 담아 가져다 준다. 모두 무료다. 일류 호텔에서 객실 내 냉장고에 있던 간식을 공짜인 줄 알고 먹었다가 터무니없는 가격을 치러야 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팝시클 서비스는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여행사이트 ‘트립 어드바이저’에 등록된 수천 개 리뷰의 93%는 이런 점을 들어 매직캐슬에 최고의 점수를 매겼다.

트랙터 제조업체 ‘존 디어’사는 아시아 지사의 직원 몰입도와 근속률이 낮아 고민했다. 직원들은 존 디어 브랜드에 감정적 유대감이 별로 없었다. 고민 끝에 브랜드전략팀은 직원들의 유대감 형성을 위해 ‘출근 첫날 경험’이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입사 첫날을 집중 공략하자는 기획이었다. 입사희망자에게 채용 통지를 보낸 뒤 브랜드전략담당자는 ‘존 디어 프렌드’라는 이름으로 출근 시 복장과 주차장 위치 등 회사 기본정보가 담긴 이메일을 보낸다. 첫 출근날 담당자가 회사 로비에서 입사자를 맞이한다. 로비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는 ‘입사 환영’ 메시지가 떠 있다. 근무할 책상에는 새 입사자임을 알리는 표지가 높게 붙어있다. 오가는 직원들이 그것을 보고는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입사자에 배정된 컴퓨터를 켜면 바탕화면에 “앞으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게 된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메일도 한 통 와 있다. CEO 샘 앨런이 기업의 사명(Mission)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첨부돼 있다. 책상 위에는 선물이 놓여 있다. 창업자 존 디어가 1837년 발명한 쟁기의 모형이다. 동봉한 카드에는 이 농기구가 왜 농부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는지 적혀 있다. 점심식사를 함께 할 동료들도 미리 지정돼 있다. 오후에는 상사가 다음 주 점심약속을 잡는다.

첫 퇴근 때 입사자는 자신이 존 디어사의 일원으로서 중요한 존재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불안한 인생의 전환점에서 ‘절정의 순간’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출근 첫날 경험’ 프로그램은 아시아 지사들에서 큰 효과를 발휘했다.

책에는 이외에도 변화가 절실한 조직과 개인이 계기의 변곡점을 포착해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사례가 소개된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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