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대지진 피해자들에게 헌혈하기위해 베이징 이동혈액은행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연합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장본인인 금융자본의 탐욕을 규탄하는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가 미국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에 공감하는 세계 각국의 99%(월스트리트의 1%와 반대되는 개념)들도 이 시위에 호응하면서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비슷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유사한 시위가 있었지만 세계 1%의 부자가 미국 다음으로 많다는 중국에서는 아직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심각한 빈부격차가 사회문제로 대두될 정도이지만 중국의 99%는 1%에 대해 반감을 갖지 않고 있는 것일까.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중국은 아직까지는 비즈니스에 대해 우호적 시선을 갖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의 혜택을 아직까지 모두 향유하는 단계이므로 대기업에 대한 반감이나 빈부격차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보다는 ‘나도 성공하고 싶다’는 욕구가 사회 전반적으로 강하다는 얘기다.

이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의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어가던 미국에서 많은 이들이 기업에 대해 우호적인 시선을 보냈던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미국의 거대 재벌들은 20세기 들어 폭로 기자들이 잇달아 이들 기업이 어떻게 부를 축적했는지 그 뒷이야기와 부패 정도를 폭로하면서 호의적인 시선이 싸늘하게 돌아서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철도왕 밴더빌트 등 유력인사들이 일반 대중을 무시하는 발언을 종종한 것도 거대 기업에 대한 반감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국민 1인당 기부액 스타벅스 커피 한잔 값
중국은 미국의 전철을 벗어날 수 있을까. 글로벌 타임즈는 최근 칼럼을 통해 기부와 사회 환원에 인색한 중국의 사업가들과 부자들은 월스트리 점령 시위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쏘아붙였다. 상위 1%의 미국 부자들은 전용기를 타고 해외로 놀러다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선단체를 만들어 기부하거나 사회 환원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중국의 기부 현황은 어떠한가. 지난해 중국 사회과학원이 발표한 자선기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중국의 자선 기부는 전년에 비해 3.5% 증가한 332억 위안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자선기부 비율이 0.01%에 불과해 미국의 2.2%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전체 자선 기부액을 1인당 기부액으로 환산하면 중국인 1명은 2010년 1년간 25위안(한화 3900원) 정도를 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스타벅스의 커피 한잔 값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기업의 기부액이 131억위안으로 중국 내 기부 총액의 58.5%를 차지했다. 중국의 부동산 열풍을 반영하듯이 부동산 기업의 기부가 가장 많아 최다 기부 기업 순위의 1~5위는 모두 부동산 기업이 차지했다. 미국의 기부액의 70~80%가 개인에서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는 편이다.

그렇다면 중국 부자들이 기부에 인색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로는 기부를 위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 지목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낸 기부금이 어디로 갈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점이 기부를 꺼리게 만드는 이유라는 지적이다.

기부시스템 없고 상속세 없는 것도 원인
최근 중국의 적십자격인 홍십자회에서 일한다는 한 젊은 여성이 명품으로 치장한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홍십자회의 기부금을 유용하지 않았겠냐는 의혹이 있었던 것도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를 꺼리게 만든 요인이 됐다.

중국의 부자들이 기부에 인색한 것은 자신이 애써 모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욕심도 작용한다. 공산주의 국가라는 특성으로 인해 사유재산이 형성된 역사가 길지 않은 탓에 중국은 아직 상속세가 없다. 상속제도는 있기 때문에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상속세는 내지 않아도 되므로 기부를 하기보다는 고스란히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는 판단이 앞선다는 얘기다.

선진국 등은 상속세율이 높기 때문에 기부 등을 통해 절세 등을 시도하곤 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1자녀 정책으로 하나뿐인 자식을 더욱 챙기려는 욕구도 강했다.

원이용유한공사 회장은 본인의 사후 전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기부왕으로도 불리는 천 회장은 지난해 회사의 순익 4억1000만위안 중 80%에 가까운 3억1300만위안을 기부했으며 지금까지의 기부 액수는 총 13억4000만위안에 달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천 회장과 같은 중국 기업인들이 더욱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중국의 대표 브랜드들

120년 전통 ‘창위와인’ 아시나요
가짜 양주, 가짜 맥주가 기승을 부리는 중국에서 와인이라고 하면 우선 가짜라고 의심부터 하기 쉽지만 중국의 와인 제조 역사는 100년이 훌쩍 넘는다. 1800년대 후반 샨동 지방에서 와인을 제조해서 마셨다는 기록이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특히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부유층이 늘면서 부의 상징으로 자동차, 명품과 함께 와인이 각광을 받으며 빠르게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와인시장은 지난 1996년에서 2001년 사이에 58%가 늘어났고, 2001년부터 2006년 사이에는 68%의 성장세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중국은 유럽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보르도 와인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시장으로 발돋움했고, 이같은 여세를 몰아 조만간 세계 최대 와인 소비국이 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창위(CHANGYU) 와인은 중국 최대 와인제조업체로 내수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창위 와인은 중국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인 옌타이 지역내 와인박물관도 갖추고 있다. 창위 와인이 설립 110주년을 기념해 2002년에 설립한 이 박물관의 지하 7m에는 1894년에 만들어져 100년 이상 사용된 거대한 와인 저장실이 있다.

아직까지 중국 와인에 대한 평가는 그 맛이 프랑스 와인만큼 깊지 못하고 대중적인 인지도도 낮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중국이 향후 세계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거대 시장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는 점에 비워 창위 와인의 미래에 관심을 가질만 하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chan@naver.com
지난해 9월부터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래플즈 칼리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 기업커뮤니케이션 등을 가르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년간 기자로 근무했다.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상오 기자 hanso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