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정부로부터 광저우 OLED 합작법인에 대한 승인을 받은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LG디스플레이는 10일 오후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으로부터 광저우 OLED 합작법인에 대한 경영자집중신고 비준서를 수령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중국 정부의 승인 결정을 환영하며, 8.5세대 OLED 공장 건설 및 양산 노하우를 총동원해 최대한 일정을 단축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OLED로의 사업구조 전환을 가속화 함으로써 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디스플레이 산업을 지속적으로 선도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LCD에서 OLED로의 체질전환을 꾀하는 LG디스플레이의 행보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넘어야 할 산도 분명히 있다.

▲ 중국 광저우 OLED 공장 조감도가 보인다. 출처=LGD

막막한 LG디스플레이...'숨통'

LG디스플레이의 현재는 '막막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올해 1분기 98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휘청인 가운데 2분기에는 무려 2600억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2012년 이후 6년만에 적자로 돌아선 후 최악의 영업적자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부터 LCD 시장의 장악력 약화와 디스플레이 단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중국 BOE에게 LCD 시장 패권을 빼앗기는 한편, 디스플레이 단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며 영업적자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대형 LCD 가격은 6월 기준 169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1월 213달러와 비교하면 20% 이상 떨어졌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현지 디스플레이 업계가 LCD 시장에서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하며 점유율을 확대했고, 이 과정에서 디스플레이 가격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평가다. 일각에서 한상범 부회장 책임론까지 제기된 이유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OLED 합작법인을 정상적으로 출범시키며 LCD 시장의 누수를 OLED 시장에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LCD에 의존하는 매출구조를 OLED로 빠르게 전환시킬 수 있는 촉매제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OLED 공장이 완공되면 대형 TV용 OLED를 주력으로 생산하게 된다. LG디스플레이는 월 6만장(유리원판 투입 기준) 생산을 시작으로, 최대 월 9만장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파주 E3, E4 공장에서 월 7만장 규모로 생산중인 캐파를 더하면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하반기 월 13만장이 출하를 기록해 꿈의 수치인 연간 1000만대 제품 출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OLED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출처=LG

LG디스플레이는 현재 TV용 OLED를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OLED의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한국을 제외한 다른 업체들이 양산단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광저우 OLED 공장 설립을 계기로 OLED로 경쟁사들과 격차를 확실히 벌릴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완결형 체제 구축을 바탕으로 LCD에서 10년 걸리던 골든 수율을 불과 3년 만에 달성했다. 여세를 몰아 합작법인의 시너지까지 끌어낸다는 각오다.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은 정평이 났다. 지난 5월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The Society for Information Display)가 주최하는 'SID 2018' 전시회에 참여해 77인치 투명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 자체에서 소리가 나올 수 있게 만든 55인치와 65인치 UHD CSO(Crystal Sound OLED),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특히 77인치 투명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는 UHD(3840×2160) 해상도에 투과율 40%, 곡률반경 80R 수준을 자랑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가 국책과제를 통해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4월 열린 마곡 LG 사이언스파크 개장식에 참석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관심을 보였던 기술이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체질전환 가능성은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도 일부 증명됐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9일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워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가 1064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시장 점유율은 41.4%며 삼성디스플레이는 895만대, 점유율 34.8%를 기록하며 2위로 밀렸다. 중국의 에버디스플레이가 417만대, AUO가 147만대, BOE가 38만대를 기록했다. LG가 자랑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LCD 외 다양한 디스플레이 로드맵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광저우 OLED 공장이 가동되면 OLED 진영의 존재감도 크게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2013년 LG전자를 시작으로 중국의 스카이워스(Skyworth), 콩카(Konka), 창홍(Changhong), 일본 소니(Sony), 도시바(Toshiba), 파나소닉(Panasonic), 유럽의 필립스(Philips), 그룬딕(Grundig), 뢰베(Loewe), 메츠(Metz), 베스텔(Vestel), 뱅앤올룹슨(B&O) 등 유수의 업체가 OLED TV를 생산하고 있으며 2018년에도 하이센스가 합류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에서 OLED TV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유일하게 OLED TV 증가 속도가 100% 넘는 지역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2018년 2분기부터 중국 OLED TV 판매량이 고속성장기에 접어들어 3분기에는 전년 동기대비 1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OLED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출처=LG

우려는 여전...넘어야 할 난관 3개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OLED 공장을 통해 LCD에 의존한 매출구조를 탈피해 OLED 활로를 찾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있다.

기밀유출 논란이 여전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7월 광저우 OLED 공장 설립을 발표했으나 한국 정부는 기술 유출 등의 이유로 승인을 미뤘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제조 기술은 정부 연구개발(R&D) 비가 투입된 국가 핵심기술이다. 산업부는 사전 검토를 위해 2차례의 디스플레이 전문위원회, 3차례의 관련 소위원회를 열어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과 기술보호 방안, 공장 설립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논의한 결과 LG디스플레이가 중국 현지에 합작법인을 세우는 것은 기술유출의 우려가 크다고 봤다. 실제로 광저우 OLED 법인은 LG디스플레이와 광저우개발구가 각각 70:30의 비율로 투자한 합작사다. 자본금 2조6000억원을 비롯해 총 투자 규모는 약 5조원이다.

한국 정부의 반대로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OLED 공장 설립이 난관에 봉착했으나, 정부는 지난해 12월 이를 전격 승인했다. “시장 확대와 관련 협력업체의 수출과 일자리 증가 등 공장 설립으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이 큰 점을 고려해 수출을 승인했다”며 LG디스플레이의 숨통을 트이게 만들었다. 이어 중국 정부가 시간을 또 끌었지만 LG디스플레이의 집념은 끝내 광저우 OLED 공장 설립으로 가닥이 잡혔다.

한국 정부가 우려한 부분, 즉 기술유출의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은 LG디스플레이도 진지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기밀유출의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LG디스플레이의 주장이지만, 현지와 합작법인을 꾸리는 순간 '리스크 제로'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만만치않다. 최근 중국이 반도체와 더불어 국내 디스플레이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가운데 의외의 기술유출로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가 탄력을 받는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LG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 OLED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출처=LG

당장의 체질개선과 현실의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에도 천문학적인 영업적자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으며, 아직은 주력이 대형 LCD 매출에서 나온다. LCD 시장의 패권 다툼을 벌이며 OLED로의 체질개선에 서두르다 자칫 경쟁력의 분산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OLED의 체질전환이 성공해도 시장의 주도권 향배를 신경써야 한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를 유일하게 제족하고 있으며 글로벌 OLED의 맹주로 부상하고 있으나, 소니를 중심으로 일본 제조사들의 반격도 꿈틀거리고 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로 이어지는 OLED 세트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는 OLED 상용화와 더불어 내부 패권다툼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OLED의 가격 하락과 번인 현상과 같은 기본적인 기능에 대한 의문부호도 여전한 가운데, OLED 전략 자체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