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이 6일 예정대로 340억달러 중국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를 발효하자 중국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 확전 가능성은 최대한 배제하면서 유럽연합과 공조해 위기를 넘기겠다는 의지다. 미중 무역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미중 무역전쟁의 시작은 지식재산권 논란에서 비롯됐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포함한 ICT 전자 인프라 강화에 나서며 지식재산권 탈취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이 즉각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행동을 촉발시킨 트리거(방아쇠)가 중국의 스마트제조 2025 프로젝트라는 점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

스마트제조 2025, 중국 도광양회 버리다

중국은 덩샤오핑 시대부터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힘을 기르고 때를 기다리는 것을 국가운영의 기본으로 삼았다. 그러나 현재의 시진핑 주석은 도광양회를 버리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핵심으로 삼아 대국굴기를 표방했고, 이 지점에서 미국의 견제가 벌어지며 미중 무역전쟁이 터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 남중국해를 두고 미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이유도 중국의 대국굴기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 관점에서 중국의 대국굴기 액션플랜은 스마트제조 2025다. 중국 국무원이 2015년 중국 스마트제조 2025 전략을 발표했고 리커창 총리가 전인대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정식으로 소개했다.

중국은 스마트제조 2025를 통해 3개의 목표를 세웠다. 1단계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양적인 제조강국에서 벗어나 질적인 스마트 제조 플랫폼을 가진 국가로 거듭나는 것이다. 노동집약적 제조국가에서 스마트 팩토리 등 자동화, 인공지능 전략을 구사해 제조 인프라를 개선하는 방향이다. 2단계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글로벌 스마트 제조 시장에서 최소한 중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며 3단계는 2036년부터 2045년까지 글로벌 무대를 석권하는 것이다.

중국은 스마트제조 2025를 위해 9개의 세부목표를 세웠다. 제조업 혁신력을 제고하고 IT기술과 제조업의 융합, 친환경 제조업 육성 등이 포함됐다. 10대 전략사업은 IT와 로봇, 에너지, 스마트팜 등 미래IT기술을 총망라하며 5대 중점 프로젝트를 통해 큰 그림을 그렸다.

미국, 중국 2025 의식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1차 25% 관세부과 물품 중 무려 818개가 전자와 항공, 부품에 집중됐다. 미국이 무역전쟁을 일으키며 중국의 스마트제조 2025를 크게 의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이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탈취해 IT 기술을 키워 스마트제조 2025를 성공시키면 패권국 미국의 지위가 흔들릴 것이라고 보는 셈이다.

올해 초 중화권 기업인 브로드컴이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며 퀄컴 인수전에 공을 들였으나 막판에 트럼프 행정부가 무산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여전히 미국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ZTE가 이란제재를 어겼다는 이유로 한 때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하지 못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지식재산권 침해라는 확실하면서도 쉬운 카드를 통해 중국의 ICT 경쟁력, 특히 스마트제조 2025를 견제하고 있는 셈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이 스마트제조 2025에 있다는 전제로, 앞으로의 전개는 어떻게 흘러갈까?

중국의 대국굴기를 저지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는 미국 내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장기간 강경 일변도로 나갈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중국의 스마트제조 2025가 위협적인 정책이지만 냉정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생각보다 살아나지 않는 등, 국가 주도의 산업 인프라 확장성에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미국이 필요이상으로 제재에 나서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회의론도 나오기 때문이다.

실효성에도 의문이 달린다. 실제로 중국 수출에서 미국의 비중은 20%에 미치지 못하며, 중국은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 대두 수출입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미국에서 대두를 수입해 재가공한 후 다시 수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만약 미중 무역전쟁으로 거래가 어려워지면 어떻게 될까? 중국에게는 브라질 대두 시장을 활용하는 플랜B가 있다.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미국 내 트럼프 지지자인 농업 종사자들의 분노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중국이 유럽연합에 손을 내밀며 보호 무역주의를 이겨내자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저렴한 제품이 들어오지 않으면 미국 내수시장 물가가 위협받는다.

미국이 현실적으로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을 원천봉쇄할 수 없는 상태에서, 현지에서는 스마트제조 2025를 핵심으로 둔 미중 무역전쟁의 실효성을 면밀히 따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제3자다. 당자자의 비용증가는 선택의 문제지만, 미중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두 강대국에 높은 수출 의존도를 가진 나라의 고통은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고 미국과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특히 위험하다.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5일(현지시간) 경제분석기관 픽셋에셋매니지먼트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을 나라 6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