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58조원, 영업이익 1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매출은 1분기 대비 4.23%, 영업이익은 5.37% 감소했으며 전년 대비 매출은 4.92%, 영업이익은 5.19% 증가했다. 시장의 전망을 하회하는 수치다. 매 분기 최고점을 찍던 영업이익 신기록 경신행진도 7분기만에 끝났다.

갤럭시S9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한편 디스플레이와 부품도 큰 힘을 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은 여전하지만 낸드플래시가 주춤하며 실적이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3분기 메모리 반도체 성수기 효과가 시작되고 갤럭시노트9이 탄력을 받으면 극적인 반전을 쓸 가능성도 있다.

"아! 갤럭시S9"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IM부문 영업이익은 2조원 중반대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4조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이다. 갤럭시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 후 갤럭시S8로 반등의 기회를 잡고 꾸준히 호실적을 냈지만 서서히 힘에 부치는 분위기다.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는 시장 점유율 방어에 도움이 됐지만 실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갤럭시S9이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증강현실 이모지 등으로 무장한 갤럭시S9을 의욕적으로 출시했으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갤럭시S9은 60일만에 개통량 100만대를 기록했으며, 전작인 갤럭시S8이 37일만에, 갤럭시S2가 40일만에 100만대 개통을 돌파한 것으로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럭시S9의 전체 개통량은 최대 900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작인 갤럭시S8은 갤럭시노트7 발화의 의한 단종을 극복한 후 극단적인 베젤리스 등을 공개하며 큰 관심을 받았고, 갤럭시S2는 2011년 당시 스마트폰 부흥기에 거둔 성적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갤럭시S9의 기록은 그 자체로 의미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갤럭시S9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 갤럭시S9의 증강현실 이모지 기능이 구동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갤럭시 신화의 IM부문이 당분간 뚜렷한 반등요인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지키고 있으나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에게,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국 화웨이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있으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톱10 언저리로 밀려났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국 샤오미에 밀렸고 최근 베트남에서 현지 스마트폰 업체들의 공세가 강화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반기 갤럭시노트9에 거는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갤럭시노트9을 전격 공개한다. 일반적인 갤럭시노트 시리즈 공개와 비교하면 약 3주 빠르다. 애플의 신형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뜻이다.

갤럭시노트9은 6.4인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스냅드래곤 845와 엑시노스9810이 유력하다. 6GB램에 메모리는 64GB와 256GB일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용량은 4000mAh로 추정된다. 블루투스 스피커 기능이 탑재된 S펜을 중심으로 재기를 노린다는 방침이다.

▲ 갤럭시노트9에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주춤...D램 한 방
디스플레이와 부품 부문도 올해 2분기 다소 저조한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DP부문의 동력약화가 우려된다. 올해 2분기 약 2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만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LCD와 OLED 모두 1분기 대비 매출이 약 10%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LCD 시장의 치킨게임이 심해지며 주력 디스플레이 인프라가 흔들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2분기는 LCD 업계의 호황기지만 중국 후발주자들의 맹공이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주춤거리는 사이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입지도 큰 위협에 직면했다. 중소형 OLED 시장을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QLED TV의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생활가전 분야도 울상이다. CE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은 약 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그나마 TV가 선방했을 가능성이 높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러시아 월드컵 효과로 대화면 TV 시장이 호조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역량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DS부문 전체 영업이익이 12조원 중반대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 디스플레이와 부품이 주춤했으나 D램을 중심으로 높은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D램은 2분기가 성수기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의 80%를 D램에 책임졌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문제는 낸드플래시다. D램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앞으로메모리 반도체의 패권은 서서히 낸드플래시로 넘어갈 조짐이 보이지만, 그 연결고리에서 삼성전자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글로벌 시장 1위지만, 낸드플래시로 만들어지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출고가 하락 현상이 심상치않다. 마이크론과 인텔 등이 SSD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키우며 시스템 반도체 역량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가 주목하는 곳은 파운드리다. 12인치(300mm) 웨이퍼 기반의 공정 설계 자산(IP) 포트폴리오와 MPW 프로그램의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8인치(200mm)에서도 다양한 응용처에 최적화된 공정 기술과 설계 인프라를 제공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이상현 상무는 최근 열린 삼성 파운드리 2018 코리아에서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부 독립 후 국내 팹리스 고객과의 협력이 대폭 강화되어 국내 고객 수가 2배로 확대되는 성과가 있었다"라며, "올해는 고객이 원하는 설계 인프라를 더욱 강화해 국내 팹리스 고객의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인베스터즈 포럼에서 올해 파운드리 시장이 전년 대비 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액 기준 630억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으로 부상한다는 뜻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최강자는 대만의 TSMC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 역량을 강화해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을 넘어서는 새로운 전략을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는 턴키 방식의 토털 솔루션을 갖췄다는 평가다. 팹리스가 제안하면 빠르게 원스톱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2위를 노리고 있다.

▲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역량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삼성전자

올해 3분기 반전?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실망스럽지만, 3분기는 이야기가 다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갤럭시노트9이 탄력을 받고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과 호황기가 동시에 오기 때문이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 대비 개선세로 반전될 전망”이라고 진단했으며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9 출시로 갤럭시S9의 판매 부진이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으며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