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직장생활의 시작과 끝 사이에 4개의 적(敵)에 갇혀서 산다. 그 4개의 적은 우리의 태도와 연결되어 있다. 능동적과 수동적 사이, 적극적과 소극적 사이에서 허우적대면서 누군가의 한 마디에 파르르 떨기도 한다. 목표는 오직 하나다. 자신이 결코 수동적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로 일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증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해도, 열심히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강조하는 것은 오직 “잘해야 한다”뿐이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괜찮은 결과를 냈지만, 이제는 ‘과정’을 가지고 트집을 잡는다. 결과만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 같지만, 정작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다. 마치 나를 근무시간 동안만이라도 철저하게 감시하는 것과 같은 평가를 한다.

이 내용은 실제 10년이 조금 넘는 필자의 직장생활 동안에 받았던 느낌이다. 분명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업무에 임했다고 자부했는데 그때마다 돌아온 정량 및 정성적 평가는 가혹했다.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진심 어린 충고도 물론 있었지만, 각자가 자기들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면서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간혹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상사들은 신(神)일까. 어떻게 내가 하는 일의 과정과 결과를 모두 예측하지…” 하고 말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처럼 가까울 수 없는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거쳐간 조직의 리더들은 소위 리더답지 못한 행동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왜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꼬투리를 잡고, 늘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말이다.

그리고 2년이 넘도록 이직스쿨을 운영하면서 찾아온 이들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리더답지 못한 태도를 보이는 리더가 쳐놓은 4개의 적으로 둘러싸인 구간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들어가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아마도 평생을 두고 회사를 들어가거나 옮기는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들 대부분이 겪어야 하는 필수 딜레마인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문제 삼지 않으면, 결코 자신이 그런 상태인지 잘 모르고, 결국 늪처럼 서서히 빨려 들어가 나오지 못할지 모른다는 사실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좀비처럼’ 조직에 머물면서 나도 조직도 함께 병들어 간다.

과연 어떻게 하면 오적(五敵), 능동적과 수동적, 적극적과 소극적 그 사이의 허우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을 일로서 파악하고, 그 일이 요구하는 역할과 책임에 최대한 성심성의껏 일하며, 일 자체의 완성도를 상사의 평가에 국한되어 판단하지 않으며, 조직의 목적에 부합하는 개인의 성취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단계적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자신이 현재 허우적대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대부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한다. 잘하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렇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타났던 결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일도 없이 그저 막연하게 긍정적으로 사태를 바라본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매번 같은 방법(과정)으로 임하는데 어떻게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말이다. 생각보다 일은 정직하며, 하는 만큼 결과가 나온다.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두 번째, 일을 ‘일로서’ 바라보자. 이른바 ‘일의 객관화 과정’이다. 나 이외의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과정을 밟아서 조직 또는 내가 바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을지 가늠해보는 것이다. 조직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이미 나보다 먼저 누군가 유사한 일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내 임무는 이전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과정을 개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물론 초보라면 우선 선배가 했던 방식을 그대로 벤치마킹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그런데 이 과정 속에서 일을 일로서 보지 않고, 감정부터 싣는 경우가 많다. 그 감정을 싣고 조직이 바라는 일의 과정과 둘레는 무시한 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한다면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힘들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일의 객관화 과정’ 없이 일을 하고, 자신의 주관에 의존한 판단으로 조직 시스템에 위협을 가하면서 서로에게 해를 끼친다.

일은 그저 일이다. 나 이외의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일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결코 많지 않다. 이 부분에 대한 인정과 동시에 지금 하는 일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직은 신입사원들에게 우선 실무(기능)를 할 수 있도록 기술이나 테크닉부터 가르치기 바쁘다. 당연히 내가 속한 조직의 구조와 업무상 연결된 동료 및 선후배와 합(合)을 짜느라 어느새 조직과 개인의 목적 및 목표는 서서히 잊혀짐과 동시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 세 번째, 현재 내 일의 3요소를 파악하고 기본기를 단련해야 한다. 주변에서 본 일을 제대로 하는 이들은 일의 구조, 과정, 목적 및 목표(3요소)에 대해 누구에게나 그 사람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이 가능한 이들이었다. 신기하게도 메시지는 같지만, 이를 말하는 내러티브 혹은 스토리에 변화를 주어 최대한 이해를 돕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은 기본기로 가득했고, 이를 갈고 닦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 기본기를 단련하는 목적은 결코 조직에 ‘기능적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목적 및 목표를 제대로 이해하고,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최대한 수행하기 위한 태도를 갖추기 위함이다. 많은 이들이 일을 일로서 대하라고 하면, ‘기능적으로 최소한 역할’만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일은 구조와 과정 속에서 조직이 제시한 철학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 속에 있다. 따라서 그 시스템의 일원으로서 일하기 위해서는 우리 비즈니스의 과정과 구조를 치열하게 파악하려고 해야 한다. 기능만을 채우려고 한다면, 영혼 없이 일하는 좀비형 직장인이 되겠다는 것이고, 스스로 직장 생활을 오래 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내비치는 것과 같다.

물론 일의 3요소를 통해 기본을 익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네 번째, 깊이 있게 이해한 조직의 목적에 ‘개인적 성취’를 끼워 넣는 일이 필요하다. 이는 업무 및 조직 몰입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며, 동시에 나를 계속 일하게 만드는 ‘동기’를 생성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에게 일하는 이유를 만들어 제시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일하는 태도를 가지게 된다. 이는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기 위한 명분을 제시하는 것과 같다.

당연히 조직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조직에서 그만큼 인정과 보상을 하면 어느 정도 지속할 수 있지만, 대다수의 직장인은 상식선의 대우를 아무리 해줘도 만족을 잘 모른다. 따라서 스스로 조직 비즈니스의 둘레에서 전문성의 영역을 찾고, 이를 기본부터 갈고 닦아서 온전히 나만의 일로 만드는 과정을 치열하게 반복하는 것이다. 당연히 지루한 반복에 나름의 명분을 주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스스로 동기부여 하지 못하면, 이미 ‘허우적’대고 있는 것과 같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위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는 것을 나를 포함한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우리 비즈니스의 변화 추이에 대해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앞으로 미래까지 되짚어 보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본기를 시장의 변화에 맞추어 새롭게 재편성하기 위함이다.

만약 그대로 있어도 되는 일이라면 그 일과 연결된 바깥 시장은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요동치고 있다면 적어도 그 시장은 당분간 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으니, 내가 먼저 정하면 그만이다. 당연히 그러한 기준을 정할 수 있는 기회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이들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

스스로 일의 기본기에 입각해 목적 및 목표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함과 동시에 나와 연결된 동료들의 일과 일 사이를 넘나들며 구조와 과정을 설계 또는 재구성하는 시도들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내가 가진 업무상 기술을 ‘단련’하는 것도 이 기술을 연마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활용하는 것도, 심지어 전에 없던 기술을 개발하는 것 모두가 내가 업무 속에서 보여주는 태도에 달려 있다.

따라서 소극적보다는 적극적으로, 수동적보다는 능동적으로 업무에 임하며, 이를 실제 업무에 반영하기 위해 일의 과정과 구조의 파악을 통해 조직 시스템을 깊이 이해함과 동시에 해당 시스템 속에 녹아든 목적 및 목표를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야 한다. 다시 말해, 4개의 적(敵) 사이에서 스스로 허우’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일의 기본기 단련과 동시에 일의 목적을 조직의 철학을 이해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으로부터 발전시켜, 개인의 성취로 연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