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미국의 탄산음료 브랜드 코카콜라는 지난 2014년 ‘마음을 전해요’ 캠페인으로 마케팅업계에 많은 충격을 줬다. 브랜드 로고를 과감히 지우고 그 자리에 “사랑해”, “자기야”, “잘 될 거야” 등의 다양한 메시지를 채웠다. 이것이 캠페인의 시즌 1이었다.

시즌2에서는 양띠 해의 소망을 담은 ‘짜릿하게 이뤄져라 코라콜라’ 캠페인을 선보였다. “고백할꺼양”, “안아줄꺼양”, “잘나갈꺼양” 등 18종의 새해 소망 메시지가 역시 코카콜라의 자리를 메웠다.

시즌3은 카카오 프렌즈다. “너 심쿵해”, “오늘도 짜릿하게”, “오늘도 힘내” 등 응원의 메시지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카카오 프렌즈라는 캐릭터로 뒷심을 세웠다.

▲ 코카콜라 '마음을 전해요' 캠페인. 출처= 코카콜라

해외에서는 2014년부터 ‘Share a Coke’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운영했다.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250개의 이름들(Anna, Zack, Kate, Jess 등)이 코카콜라 로고 자리를 대신했다. 펩시도 같은 전략으로 맞대응했다. 펩시 자리에 단어 대신 이모지(Emoji)를 넣은 게 차별점이다.

국내 브랜드도 비슷한 듯 다른 캠페인을 지난해 선보였다. ‘바나나맛우유’로 잘 알려진 빙그레의 지난해 ‘#채워바나나’ 캠페인이다. 제품명 대신 “ㅏㅏㅏ맛 우유”라는 문구를 새겨 고객이 원하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게 의도했다. “ㅏㅏㅏ”를 채워 “잘나가”, “하하하”, “반해라” 등으로 창조되는 방식이다.

세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브랜드 네임이 있어야 할 자리를 메시지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브랜드 자리를 내어 줄 만큼 이 메시지들은 중요한 것일까? 이는 소비행태의 변화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인류 역사상 물질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시대인 현재, 상품이 과잉된 지금 소비는 수단에서 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령 목이 말라 물을 사는 것은 수단으로서의 소비다. 이런 소비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효율성을 추구한다. 가장 바람직한 소비의 행태는 시간과 돈, 노력을 최소화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한 목적으로서의 소비는 소비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목이 말라서 음료를 사기도 하지만 코카콜라, 빙그레 패키지에 쓰인 “사랑해” “ㅏㅏㅏ맛 우유”의 문구를 찍어 인스타그램(SNS,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기 위해 혹은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사기도 한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수단소비와는 다르게 소비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 빙그레 #채워바나나 캠페인. 출처= 빙그레

빙그레 관계자는 “소비행태가 많이 변했다”면서 “과거에는 음료의 기능성이나 맛에 초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제품이 가진 가치를 소비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사고 SNS에 인증샷을 올리거나 본인의 느낌 또는 경험을 공유하길 원한다. 이와 맞물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마케팅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음료수와 같은 소비재는 가격이 싼 저관여 제품이기 때문에 더 적합하다.

빙그레 관계자는 “장수제품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 중 하나는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 노후화”라면서 “ㅏㅏㅏ맛 우유 캠페인처럼 재밌는 마케팅활동으로 10대 20대를 겨냥한 온라인 마케팅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바나나맛우유 캠페인의 테마는 ‘함께 놀아요’다. 공기놀이, 실뜨기, 팽이 같이 뽑기 상품이 들어 있는데 이미 1차는 제품은 완판됐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바나나맛우유를 단순히 음료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 아이템, 소통 아이템으로 여기는 것을 알 수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소통의 아이템이 되길 바란다”면서 “10,20대와 30,40대의 세대 간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카콜라 측은 ‘마음을 전해요’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동기에 대해 “소비자들이 수많은 브랜드 중 자기를 대변할 수 있는 브랜드, 내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서 “식품의 소비가 과거처럼 ‘목이 말라서, 배가 고파서’ 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브랜드나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130년이 넘은 코카콜라지만 아직 소비자들에게 유행을 선도하는 브랜드 이미지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나를 대변할 수 있는 브랜드’의 콘셉트와 가치를 소비하는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김광희 협성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단소비와 목적소비는 언제나 공존할 것이다”면서 “그럼에도 소비의 이유는 로고가 사라진 코카콜라와 빙그레처럼 수단에서 목적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물질적 풍요로 인해 무언가를 필요로 해서 사는 일이 줄었기 때문”이라면서 “또 필요해서 사더라도 수많은 대안이 이미 존재하기에, 소비 자체에 의미가 있거나 과정에서 즐거움을 주는 대안으로 기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