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경쟁력이 생명이다.”

당연한 말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은 항상 가장 앞에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 고객 위주의 기업 경영이 보편화되면서 품질에 대한 우위를 점하지 않고서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PPM 단위로 매일 매주 매월 점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업의 성공이나 경쟁력을 이야기함에 있어 품질의 우수성이 그 기업의 경쟁력을 대변하는 시대다. 우수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은 극한으로 내몰린다. 그래서 나온 것이 주 52시간 제한 방안이요, 워라밸을 강조한다. 그런데 많은 조직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품질, 그중 제일은 사람 품질

경영이란 곧 사람의 마음을 잡는 일이며, 리더십의 핵심은 구성원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 마음의 원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칭찬받고 인정받는 것이며, 재미가 있어야 비로소 움직인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의구심을 갖거나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제품과 서비스는 실패한다. 여기서 종업원은 최초의 시장이다. 경영의 핵심이 결국 사람을 다루는 것이라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핵심 기술이다. 기업의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품질에서도 가장 중요한 품질은 사람의 품질이다. 그래서 품질은 사람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며, 최고의 하이테크는 쉽고 편리하고 재미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일본에서 경영의 구루로 유명한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는 아무리 세상이 스마트하게 바뀔지라도 변하지 않는 인생 방정식은 ‘능력×인간성’이라고 강조한다. 만일 경영자가 능력과 인간성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자신은 인간성을 택하겠다고 했다. 인간성은 인간의 향기이자 휴머니티 그 자체이고, 신이 만든 최고의 예술품이 뿜어내는 진품의 향기만큼 값진 것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또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만 꼽는다면 그것은 ‘경영자의 그릇’이다. ‘경영자가 어떤 주관을 갖고 어떻게 꾸려나가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명과 진로는 크게 달라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를 토대로 기업의 성공방정식을 다시 만들어봤다.

 

F(기업의 성공)=리더의 그릇×(구성원 능력×인간성/구성원 수)×조직문화

각 항목을 설명하기 전에 방정식의 모든 항목은 곱셈과 나눗셈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라도 제로이거나 마이너스라면 전체가 제로 또는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을 얘기해둔다.

식의 제일 첫 머리에 나온 항목이 ‘리더의 그릇’이다. 그 그릇의 크기에 따라 총량이 증폭된다. 흔히들 리더의 그릇이라는 것을 카리스마와 혼돈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카리스마는 그릇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구현되는 방식일 뿐이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더의 모습으로, 자신은 일말의 변화도 꾀하지 않으면서도 직원들에게만 변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례가 있다. 작은 그릇이 진동수만 높다.

그리고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이란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닌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핵심적인 3가지는 첫째 변명으로 시작하지 말고, 둘째 적절한 타이밍, 셋째 절대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임을 보이는 것이어야 한다.

‘난 그간 중국 시장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숱하게 이야기했는데, 직원들이 내 말을 따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회사의 실적이 이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뒤늦게 직원들을 질타하는 사람이 과연 리더라고 할 수 있을까?

 

‘하라,’ ‘하지 마라’ 하지 말고, 권한을 줘라

‘친절하라’ ‘열정을 가져라’ ‘도전하라’ ‘생산 효율성을 높여라’ ‘절약하라’ ‘배려하라’ ‘소통하라’ ‘변화하라’ ‘혁신하라’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를 거치고 군대 복무 기간 동안까지 우리는 수없이 많은 규칙과 규범 속에서 살아왔다. 무엇을 하라 또는 하지 마라는 얘기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직장생활 속에서 또 끊임없이 주입된다. 이십 년을 훌쩍 넘긴 긴긴 기간 동안 수도 없이 들어왔으나, 돌이켜보면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는 듯하다.

심지어 여기저기 다른 팀들에서 똑똑하다 싶은 직원들을 죄다 끌어 모아 사내에 ‘혁신팀’을 만들어서, 세상의 온갖 좋은 얘기와 훌륭한 것들을 주입하고자 노력한 적도 있었다. 결국 그들이 한 것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이기 위해서 전체 팀이 인쇄물을 얼마나 사용하는지를 일일이 다니면서 기록하고 보고했던 일이다. 덕분에 엉뚱하게 출력되는 인쇄물이 약간 줄긴 했다. 또 어마어마한 자료를 바탕으로 최고경영진이 흡족해 할 때까지 보고를 거듭한 후에 공지도 하고 눈에 잘 띄라고 사무실에 커다랗게 문구를 만들어 붙여도 봤지만, 그걸 대한 모든 직원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좋은 말이야, 그런데 난 뭘 해야 하지?’

미사여구의 향연이었다. 세상의 좋은 말들은 죄다 끌어 모아 뭔가를 하자고 하지만 정작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남의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절약하라고? 난 지금껏 뭔가를 소비하거나 써본 적도 없는데?’

‘열정을 가지라고? 난 지금도 매일 같이 야근에 새벽 출근에 주말까지 일하는데?’

‘혁신하라고?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서류 정리하는 나는 뭘 해야 혁신인 거야?’

어떤 규칙을 세울 때 두 가지로 나뉜다. 로마법과 관습법의 차이 같은 것이다. 법이 개정되었을 때도 얼핏 보면 두 가지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 하늘과 땅 차이다. 로마법의 골자는 ‘분명하게 허락되지 않은 일은 모두 금한다’는 것이고 관습법은 ‘분명하게 금지되지 않은 모든 일은 허용된다’로 정리될 수 있다.

로마법은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각종 규제사항이 그 예가 될 것이고, 관습법의 대표적인 경우는 노드스트롬이 아닐까 싶다.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는 온라인의 강자 아마존과 이에 필적하는 오프라인의 강자는 노드스트롬 정도로 꼽을 수 있다. 노드스트롬에 얽힌 전설적인 이야기는 너무 많다. 그 감동적인 직원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회사에서 내건 기본 원칙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Nordstrom Rule #1: Use your good judgment in all situations. There will be no additional rules.

노드스트롬 원칙 1: 모든 상황에서 최고의 판단을 내리십시오. 더 이상의 규칙은 없습니다.

놀라울 뿐이다. 국내 어느 기업도 이런 식으로 모든 상황에서 직원들의 판단을 믿겠다고 선언한 사례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세일이 끝난 뒤에 세일 가격으로 바지를 사러 온 고객에게 건너편 경쟁 백화점에서 정가에 사서 그 바지를 다시 세일 가격으로 팔았다거나, 노드스트롬이 팔지도 않는 타이어를 환불해 달라고 찾아온 고객에게 이전에 인수했던 기업에서 판매했다는 이유로 현금으로 환불을 했다든지, 급한 출장을 앞두고 옷을 구매하려 한 고객에게 재고가 없어 즉시 상품을 인도하지 못하게 되자 옷값만큼이나 비싼 비용을 들여서 특급 국제화물운송을 이용해 해외 출장 간 고객에게 인도했다는 얘기들이 전해온다. 물론 이런 상황 모두 당시에는 회사가 손실을 보는 것 같아도 두고두고 무형적 자산을 불려간 케이스다.

노드스트롬 직원들은 외계에서 온 특별한 사람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기에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다는 점뿐이다.

<차별화의 천재들>에서 윌리엄 테일러가 인용한 부분, 전략가이자 컨설턴트인 리오르 아루시가 메르세데스벤츠의 풀뿌리 운동 고객 서비스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 인상 깊다.

“당신의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다른 여러 기업의 고객입니다. 때문에 고객으로서 어떤 대우를 받고 싶은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고객 본능’을 자극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이끈다면 놀랄 만한 창의성과 배려심을 발휘할 것입니다. 그들이 인상적인 행동을 하기 위한 대본을 미리 써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에게 권한을 주기만 하면 됩니다.”

맞는 말이다. 눈물이 날 정도로. 그런데 핵심은 마지막 문장에 있다. 그거 하나면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