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늘어지는 오후, 아빠는 리모콘을 들고 과자만 우걱거리며, 엄마는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있다. 튜브에 앉아있던 아이가 투덜거리던 순간 갑자기 개그맨 신동엽이 나타난다. "밖으로 가자" 마치 싱크홀처럼 바닥이 꺼지며 가족은 워터파크, 글라이딩, 제트스키의 현장으로 순간이동한다. 구성진 음악과 함께 신동엽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29일 공개된 숙박 O2O 플랫폼 여기어때의 새로운 광고다.

스타트업은 기존 기업과 다른 홍보문법을 따른다. 잘 차려입은 멋진 남자가 등장해 "믿을 수 있는 기업, 000"이라며 느끼한 미소를 머금는다면, 철지난 유비쿼터스 도시에서 한 여인이 손가락으로 허공을 찔러 화려한 C.G를 펼친다면 스타트업들은 그럴 시간에 중독성있는 춤 한 번 더 춘다. "나를 보아달라"는 몸부림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의 홍보, 특히 간판모델 기용에 따른 전략을 살펴보자.

▲ 여기어때의 새로운 광고 도입부, 우리 모두의 집에 CCTV 달았다. 출처=갈무리

여기어때와 야놀자 "중독성은 나의 것"
최근 숙박 플랫폼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액티비티 사용자 경험을 공개하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두 기업의 홍보모델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야놀자는 지난달 25일 걸그룹 EXID의 하니를 모델로 기용했다. 액티비티를 중심에 두고 일본 라쿠텐과의 협력, 레저큐 인수를 거치며 비즈니스 볼륨을 키우는 한편 하니의 깜찍발랄한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하니는 다수의 예능에 출연하며 털털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모 종합편성채널 예능에서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니를 기용해 만들어진 야놀자의 광고영상은 SNS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늘 어디서 놀까?"라며 눈을 희번덕거리는 하니의 표정을 시작으로 화제의 '초특가 야놀자' 노래가 시작된다. 소위 '야놀자춤'이다. 하니는 치어리더 콘셉을 중심으로 발랄하게 춤을 추며 '야놀자=초특가'라는 정신공격을 감행한다.

야놀자는 하니를 모델로 기용한 후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별도의 광고를 공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 광고를 보고 야놀자가 하니를 모델로 기용했다고 기사를 쓰려는 모 기자에게 야놀자가 "나중에 정식으로 공개할테니 참아주세요"라고 말한 것은 비밀이다.

▲ 하니가 요기요송을 부르며 춤을 추고 있다. 출처=갈무리

야놀자 광고는 중독성에 기반한 전형적인 바이럴 콘텐츠다. 모델이 가진 매력을 야놀자 인프라로 풀어내 가볍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들었다. 야놀자송이 특히 인기가 많다. SNS에서는 한 주부가 "남편새*가 하루종일 야놀자송 불러요. 저녁하는데 '야놀자' TV보는데 옆에서 '야놀자' 컴퓨터하는데 옆에서 '야놀자' 그럽니다"라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여기어때는 2015년부터 꾸준히 동엽신, 신동엽만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야한 이야기의 '본좌'라는 별명을 가진 신동엽이 가진 매력을 해학적으로 풀어내기 위함이다. 일각에서는 종신계약을 맺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야놀자가 몇 번 광고모델을 바꿨지만 신동엽은 여전히 여기어때의 간판이다. 운전을 할 때 별 생각없이 옆을 보면 시내버스 옆면에 맵핑된 신동엽의 은근한 표정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제는 놀라지도 않는다.

여기어때는 29일 새로운 광고를 출시했다. 액티비티 앱 개편에 맞춰 만들어진 중독성 높은 콘텐츠다. 야놀자의 하니가 보기만 해도 삼촌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발랄함을 자랑한다면, 여기어때의 신동엽은 푸근한 미소로 한바탕 웃을 수 있게 만들었다.

광고의 시작은 무료한 가족의 일상이 액티비티로 채워지는 장면이다. 신동엽이 등장해 직접 레저기구를 활용하며 구성진 목소리의 여기어때 노래가 흘러나온다. 정신을 놓고 광고를 시청하게 만드는 가운데 묘한 장면도 보인다. 신동엽이 직접 서핑, 바이크 등을 활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무리 돌려봐도 플라잉보드는 대역인 것 같다. 대부분 장면은 아무리 돌려봐도 합성인데, 의도했다면 상당히 인상적인 B급 정서다.

"반값 줄게"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채워진 가운데 신동엽이 계곡에서 벌이는 코믹한 춤이 압권이다. 백미는 9초부터 10초다. 갑자기 춤을 추던 신동엽이 어린시절 외갓집에서 보던 황소처럼 여물을 물고 눈을 지긋이 감은체 바위에 기대어있다. 콘텐츠 자체가 코믹성에 방점을 찍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광고모델 기용 전략은 기본적으로 중독성, 그리고 개그감이다. 최근 액티비티의 영역으로 진출을 선언하며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 신동엽이 광고에 나온다. 출처=갈무리

다방과 직방 "같은 듯 다르다"
숙박 플랫폼 시장은 대부분의 고객 타깃층이 20대부터 30대다. 10대들이 두 회사의 광고를 보며 즐거워하지만 이들이 고객 타깃층이 되면 큰일난다. 핵심은 2030, 2040 세대며 이들을 겨냥해 발랄함을 무기로 삼는다.

부동산 플랫폼 시장의 고객 접근법은 약간 다르다. 고객 타깃층은 동일하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이미지로만 접근하면 곤란하다. 상대적으로 큰 돈이 오가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믿음과 신뢰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직방은 2014년 개그우먼 김지민, 2015년 배우 주원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배우 이동욱을 기용했다. '부동산은 직방부터'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월세가 아닌 오피스텔, 아파트 전체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 감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신뢰감있는 모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배우 이동욱은 여성에게, 특히 성인여성에게 인기가 많다. 신혼부부나 3040 세대의 가정을 상상해보자. 아파트 입주를 고민하거나 오피스텔 계약을 할 때 누가 주도하는가? 아내. 즉 성인여성이다. 답 나왔다.

▲ 이동욱이 직방을 광고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다방의 모델은 걸스데이 혜리다. 여기어때처럼 장기계약이다. 다방은 2015년부터 혜리만 기용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으로 낙점되며 활약을 펼친 혜리의 수수하고 귀여운 이미지가 그대로 다방에 적용되고 있다. 직방 광고와 비교하면 다소 발랄하다. 직방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극적인 뒤집기를 시도하려는 다방의 행보와 오버랩된다.

두 회사는 모델 기용을 통해 믿음을 주는 플랫폼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직방은 다소 대기업스러운 이미지를, 다방은 숙박 플랫폼 기업들과 닮았다.

▲ 혜리가 다방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배달의민족은 배우 류승룡을 오랫동안 간판모델로 기용했다. 배달의민족 다운 발랄한 광고카피와 구성으로 광고영상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진지함과 B급 감성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명모델의 인지도가 배달의민족 브랜드 가치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은 업계의 정설이다.

지금 배달의민족 모델은 사람이 아니다. '배달이'다. IPTV로 영화를 볼 때 대부분 광고 2개가 나오는데, 광고 2개가 다 끝나고 "아, 이제 영화 나오겠다" 싶을 때 갑자기 나타나 "빙수도 우리 민족이었어"라며 애국보수의 가치를 약 10초간 중얼거리다가 사라지는 바로 그 얄미운 녀석이다. 왠지 당한 것 같으면서도, 왠지 빙수가 먹고 싶어진다.

▲ 배달의민족 배달이가 나오는 광고다. 출처=갈무리

배달의민족이 광고모델을 사람이 아닌 CG로 낙점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배우 류성룡을 통해 배달의민족이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를 충분히 구축했고, 무엇보다 김봉진 대표와 그 외 브랜드 인프라를 가진 경영진들이 뒤를 받치고 있다. '배민다움'이라는 표현이 회자될 정도로 배달의민족은 스스로를 많이 알리는데 성공했다. 쉽게 말해 돈 들여 모델 기용할 필요 없다는 뜻이다.

알지피코리아가 운영하는 요기요와 배달통은 투트랙 전략이다. 요기요는 현재 광고모델이 없다. 배달의민족에 이어 시장 2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3위 배달통은 개그맨 김준현을 모델로 기용했다. 전 모델인 마동석의 이미지가 유지되면서도 다소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3위 사업자기 때문에 아직은 '더 많이 알려야 한다'는 목적이 깔렸다. 요기요가 한 때 배우 차승원, 박신혜 등을 모델로 기용해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한 반면 배달통이 마동석, 김준현 등을 모델로 기용해 '소주와 족발 좋아할 것 같은 형' 이미지를 구축하는 장면도 재미있다. 하나의 사업체에 비슷한 서비스가 2개 존재할 경우 취할 수 있는 전략이다.

▲ 김준현이 광고하는 배달통 광고가 나온다. 출처=갈무리

"토스피드 자랑"
삼성전자 뉴스룸의 등장 후 많은 대기업들이 브랜디드 저널리즘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스타트업에도 비슷한 곳이 있다.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다.

▲ 토스피드가 구동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토스피드가 있다. 토스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그리고 대중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브랜디드 저널리즘이다. 최근 많은 명사들이 '내가 생각하는 토스'라는 주제로 글을 기고해 어엿한 콘텐츠 플랫폼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광고모델은 없지만, 다소 어려울 수 있는 핀테크를 대중에게 설명하기 위해 적절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