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인공지능 시대의 관문은 어떤 인터페이스가 열까? 많은 ICT 기업들은 보이스, 즉 음성이라고 답합니다. 아마존이 알렉사가 탑재된 에코를 출시하고, 구글이 구글 어시스턴트가 들어간 구글홈을 공개하는 한편 네이버가 클로바의 웨이브, 카카오가 카카오미니, SK텔레콤이 누구, KT가 기가지니를 출시한 이유입니다.

 

인공지능의 대중화를 위해 음성 인터페이스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지만, 음성이 전부는 아닙니다. 지금은 카카오의 대표에서 물러난 임지훈 전 대표는 지난해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고 데스크톱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라면서 "음성도 인공지능 인터페이스의 종류일 뿐"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그 이상의 가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상의 가치'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음성 인터페이스와 더불어 이미지나 동영상을 매개로 하는 인터페이스도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 편의상 비전 인터페이스라고 정의해봅시다. 음성 인터페이스와 비전 인터페이스 중 무엇이 인공지능 단말기에 어울리는 피드백이 될 수 있을까요?

구글 코리아가 28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루 왕 구글렌즈 프로덕트 매니저와 화상 간담회를 열었을 때, 이 부분을 질문했습니다. 구글렌즈는 비전 인터페이스를 차용한 인공지능 기술력이며,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루 왕 매니저가 구글홈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어떤 대답을 할 지 궁금했습니다. 짖궂지만 내심 "우리 회사의 주력인 구글홈(음성 인터페이스)보다 (내가 관여하고 있는) 구글렌즈(비전 인터페이스)가  더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 싶었지만, 그는 차분하게 설명을 했습니다. 루 왕 매니저는 "음성 인공지능과 비전 인공지능은 상황에 따라 다른 경쟁력을 보여준다”면서 “음성으로 인공지능을 조작하는 것이 편할 때가 있으며, 비전으로 인공지능 검색을 해야 할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원에서의 산책을 예로 들었습니다. 산책을 하다 꽃을 발견했다고 가정한다면, 이 꽃의 종류가 궁금해 텍스트나 음성으로 검색을 시도한다고 생각해 보자고요. "줄기가 파랗고 꽃잎은 노란...아니, 주황색?" 어렵습니다. 음성 인터페이스로 피드백을 시도한다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명확한 한계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꽃을 촬영해 구글렌즈와 같은 비전 인터페이스로 단말기와 소통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강력한 데이터베이스를 전제한 상태에서 쉽게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결국 음성 인터페이스와 비전 인터페이스의 용도차이가 있다는 뜻입니다.

다음 의문이 고개를 듭니다. 각각의 특장점이 있다면 왜 음성 인터페이스 기반의 인공지능 스피커가 대세일까. 기술의 현실성 때문입니다. 루 왕 매니저는 "구글렌즈가 구글홈 수준의 인식률을 기록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음성 인터페이가 사생활 침해 등의 소소한 부작용이 있음에도 첫 선택을 받은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그러나 기술은 진보합니다. 최근 원시적이지만 서서히 비전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삼는 인공지능 스피커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에코 플러스, 에코쇼, 에코룩, 에코닷 등 다양한 파생 플랫폼을 출시하며 7인치 디스플레이를 가진 에코쇼를 지난해 6월 출시했습니다. 2.5인치 원형 디스플레이를 가진 에코스팟도 있습니다. 음성과 비전 인터페이스를 모두 품어가는 중입니다.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사용하는 영상통화에 인공지능이 더해지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생깁니다.

아마존이 온라인 약국 필팩을 28일(현지시간)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필팩은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을 위해 처방약을 가정으로 배달하는 곳입니다. 신선식품 회사 홀푸드를 인수한 아마존이 거대한 카르텔이 지배하고 있는 제약업계를 정조준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에코쇼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복용약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거나, 이를 활용해 정확한 처방을 받는 한편 필요하다면 에코쇼가 환자의 약 복용시간을 알려주는 알람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구글도 지난 5월 개발자 회의에서 7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인공지능 스피커를 공개했습니다.

▲ 구글도 새로운 디스플레이 탑재 인공지능 스피커를 공개했다. 출처=구글

음성 인터페이스와 비전 인터페이스의 결합은 구글과 아마존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네이버도 한 칼이 생겼습니다. 네이버 라인은 28일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라인 컨퍼런스 2018을 통해 클로바 데스크를 전격 공개했습니다.

올해 겨울 출시되며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인공지능 단말기입니다. 블록체인과 가상통화 거래소 진입 등 다양한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클로바 데스크의 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클로바 오토, 클로바홈 등 제조사들과의 연합으로 인공지능 생태계를 꾸리는 네이버 라인이 음성과 비전의 콜라보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라인페이 등으로 구축한 금융 인프라와 블록체인 기술의 시너지를 끌어낼 전망이지만, 클로바 데스크의 행보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클로바 데스크가 공개됐다. 출처=갈무리

최근 네이버는 영업이익률 20%가 무너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드루킹 등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공공성도 휘청이고 있으며 전반적인 사업동력이 떨어지는 중입니다. 한국기업이 아닌, 일본기업으로 움직이고 있는 라인이 모회사 네이버의 고난을 해결해 줄 메시아가 될 수 있을까? 클로바 데스크로 대표되는 라인의 새로운 시도에 답이 있습니다. 성공여부와 별개로, 의미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