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트의 작전은 간단했다. 와이낸스가 칼럼에 실릴 내용을 하루 전에 알려 주면, 그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하는 것이었다. 와이낸스는 브랜트에게 내일 칼럼에 전화 장비 회사인 TIE/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기사가 실릴 것이라고 전했다. AT&T가 기존의 전화 장비들을 교체하기 위해 옛날 장비들을 시장에 아주 싼 가격으로 매각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러한 조치는 TIE와 같은 전화 장비 회사에게 타격을 줄 수 있었다. 게다가 와이낸스와 통화한 애널리스트는 TIE의 가격이 부풀려져 있다고 말했다. 칼럼에 TIE 주식의 하락을 예고하는 기사가 나갈 참이었다. 와이낸스의 전화를 받은 브랜트는 흥분했다. 그는 비어 있는 계좌에 황금을 채워 넣기 위해 TIE 거래에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브랜트는 몇 개의 계좌로 나누어 풋 옵션 800 계약 이상을 매수했다. 다른 계좌로는 2만 2500주를 공매도했다. 그러니까 TIE 주가의 하락에 약 300만달러를 베팅한 셈이었다. 이 물량은 그날 TIE 거래량 전체에 육박하는 규모였고, 누가 봐도 눈에 띄는 무모한 거래였다.

TIE 주식과 옵션 모두 아메리칸증권거래소(AMEX, American Stock Exchange)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브랜트의 TIE에 대한 공매도와 엄청난 양의 풋 옵션 거래는 AMEX의 시장감시시스템(Market Watch System)에 경고음을 울렸다. 지금은 물론이지만 당시에도 증권거래소의 시장감시 팀은 주식이나 파생상품의 거래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주가나 거래량에 이상 현상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경고음이 울리는 장치를 운영했다. 이처럼 엄청난 거래량은 TIE 본사의 임원실까지 보고됐다. 그러나 브랜트는 AMEX의 감시망에 자신의 거래가 떠올랐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칼럼이 보도되자 TIE는 2달러 이상 하락했다. 옵션의 변동성은 주식보다 크기 때문에 투자의 레버리지 효과가 매우 컸다. 브랜트가 거래를 청산했을 때 계좌에는 약 10만6000달러의 이익이 쌓여 있었다. 브랜트는 오랜만에 짜릿한 손맛을 경험했고, 그날 저녁 그들은 라켓클럽에 모여 비싼 와인을 마시며 승리를 축하했다.

이렇게 시작된 작전을 통해 와이낸스는 1983년 10월부터 1984년 2월말까지 약 27건의 칼럼 정보를 브랜트에게 넘겼다. 물론 모든 칼럼을 와이낸스가 쓴 것은 아니었지만, 칼럼의 종목이 정해지면 와이낸스는 브랜트에게 전화했다. 브랜트는 대부분 무모하게 거래를 했고, 그 거래들은 AMEX의 감시망에 떠올랐다. AMEX는 어떤 증권사가 ‘Heard’ 칼럼이 보도되기 전에 대량으로 거래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결과는 금방 나왔다. 증권사는 키더 피바디였고, 계좌는 몇 개로 나뉘어 있었다. 브랜트의 거래가 AMEX의 감시망에만 뜨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작전이 시작된 그해 10월 말, 키더 피바디의 컴플라이언스 팀도 브랜트가 관리하는 계좌에서 이루어지는 거래가 <월스트리트 저널> 칼럼과 연결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회사는 내부자거래를 의심했고, 끔찍한 스캔들에 휘말릴까 봐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AMEX는 이미 의혹이 가는 모든 거래 내역을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냈고, SEC는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1984년 3월,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와이낸스는 상사인 펄스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전화가 온 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었고, 칼럼의 데드라인에 가까운 조금 위험한 시간이었다. 왜 갑자기 보자고 하는 걸까? 타이밍은 나빴지만 중요한 건으로 생각됐다. 펄스타인의 방에 가보니 수석 변호사도 함께 있었다. 순간 불안한 생각이 스쳐갔다. 누가 우리를 고소한 것일까? 펄스타인은 와이낸스에게 SEC에서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면서 곧 전화가 올 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SEC라니? 도대체 무슨 일일까? 와이낸스는 몰랐지만 SEC의 조사는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됐고, 이제 그 칼 끝이 칼럼의 필자인 와이낸스 앞까지 온 것이다. 전화벨이 울렸다. 수석 변호사는 와이낸스에게 자기가 신호하면 답변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줬다. 와이낸스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다리 근육은 풀려서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손은 땀으로 젖었고 얼굴은 열로 뜨거워졌다. SEC 조사관의 질문이 시작됐다.

“칼럼의 소스는 주로 어디인가요?” 수석 변호사는 머리를 흔들었고 와이낸스는 변호사와 상의하기 전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데이비드라는 이름을 알고 있나요?” 순간, 와이낸스의 머릿속에는 데이비드 카펜터가 떠올랐다. 데이비드는 그와 동거하고 있는 애인의 이름이었다. 그들은 게이였다.

“… 클라크.”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조사관은 데이비드 클라크를 말하는 것이었다.

“피터 브랜트라는 사람을 알고 있나요?” 와이낸스의 가슴은 더욱 두근거렸다.

“그는 키더 피바디의 브로커입니다”라고 답변했다.

“그와 이야기한 적이 있나요?”

“예.”

그러던 중 와이낸스의 심장을 격하게 뛰게 하는 질문이 나왔다.

“당신은 브랜트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있나요?” 와이낸스는 망설이지 않고 답변했다.

“아니요.”

와이낸스의 몸 전체가 후들거리며 떨리기 시작했다.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직속 상사와 수석 변호사 앞에서 어떻게 그것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조사관은 몇 개의 질문을 더 했고 통화는 그 정도에서 끝났다.

수석 변호사는 와이낸스에게 “혹시 개인 변호사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나에게 이야기하세요”라고 말했다. 와이낸스의 셔츠는 젖어 있었고 손에서는 땀이 났다. 목 등은 열이 나면서 뻣뻣해져 있었다. 보스는 “모든 사람이 겪는 일이야” 하고 위로했다.

그는 사무실로 돌아와서 의자에 쓰러졌다.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으로 밀려왔다. SEC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SEC는 브랜트가 칼럼 정보를 이용해 거래한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브랜트는 누구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는데, SEC가 어떻게 알았을까? 순간 불안감이 온몸으로 밀려 들어왔다. ‘아! 어찌해야 할 것인가?’ 자살이 유일한 답으로 보였다. 조지 워싱턴 다리에서 뛰어내릴까? 다른 방법들도 생각해 보았지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어 보였다.

그날 밤, 와이낸스는 카펜터에게 오늘 낮에 SEC의 조사를 받은 사실을 말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했다. SEC는 며칠 후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수치스러워서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유일한 답은 자살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같이 죽자고 했다. 그러나 카펜터는 “나는 자살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다. 다시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 혼자 남겨놓고 먼저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카펜터는 “나를 두고 죽으면 안 돼” 하면서 와이낸스를 격하게 끌어안았고, 두 사람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 글은 포스터 와이낸스의 자서전인 <Trading Secrets: Seduction and Scandal at the Wall Street>와 재판 기록과 언론 보도를 참조했음을 밝힙니다.)